
쥐약에 의한 2차 피해로 맹금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위협받고 있어 매사추세츠에서 이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수의 기술사 메건 스틸(Meaghan Still)이 뉴잉글랜드 야생동물센터에서 붉은꼬리말똥가리를 담요로 감싼 채 보호 우리로 옮기기 전 들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 위해 매사추세츠, 쥐약 사용 줄이기 나선다
쥐 문제 해결, 독 없이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매사추세츠 웨이머스(Weymouth)에 위치한 뉴잉글랜드 야생동물 센터(New England Wildlife Center)에서 수의사 프리야 파텔(Priya Patel)이 붉은꼬리말똥가리 한 마리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 맹금류는 모래색 타월에 감싸져 있다.
몇 달 전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 새는 출혈과 타박상을 입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출혈과 부기가 심했다. 이는 혈액 응고에 문제가 있다는 중요한 신호였다.

붉은꼬리말똥가리의 초기 엑스레이 촬영 결과 큰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웨이머스(Weymouth)에 위치한 뉴잉글랜드 야생동물센터 팀은 쥐약을 섭취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쥐약 사용으로 인해 야생동물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어, 매사추세츠에서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해충 방제 방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진단 결과, 이 새는 쥐약에 오염된 설치류를 지나치게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항응고성 살서제(anticoagulant rodenticide)로 알려진 이 쥐약은 쥐의 혈액 응고를 방해한다. 문제는 이 독이 쥐뿐만 아니라 이를 섭취하는 맹금류를 비롯한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치사량에 이르지 않더라도, 독성 물질이 몸에 축적되면 부상을 회복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이 독을 해독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수의사들은 새가 자연적으로 독을 배출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병원 측은 새의 회복을 돕기 위해 비타민 K 주사를 투여하며 지원하고 있다.
WBUR의 2025년 3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웨이머스 병원에서는 매년 수천 마리의 동물을 치료하며, 그중 거의 절반이 조류다. 파텔 수의사는 “우리가 돌보는 새들 중 최소 한 마리는 항상 중독 증상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터프츠 대학(Tufts University) 야생동물 클리닉에서 붉은꼬리말똥가리를 포함한 40마리 이상의 맹금류를 연구한 결과, 모든 개체에서 항응고성 쥐약이 검출되었다.

노스쇼어 와일드라이프(North Shore Wildlife)에서 쥐를 덫으로 유인하는 데 사용하는 비독성 미끼.
쥐약,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
이러한 쥐약이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비용 효율성 때문이다. 하지만 터프츠 대학교 커밍스 수의학대학(Cummings School of Veterinary Medicine) 야생동물 클리닉의 모린 머레이(Maureen Murray) 소장은 더 나은 대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머레이 소장은 “만약 쥐약이 도시의 쥐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이었다면, 우리는 이미 쥐를 박멸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쥐 문제 해결이 단순한 독 사용을 넘어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벌링턴(Burlington)의 한 공원에서 해충 구제업체 노스 쇼어 와일드라이프(North Shore Wildlife)의 대표 로버트 린스콧(Robert Linscott)은 독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쥐를 잡는다. 그는 독이 들어간 미끼 대신, 터널과 덫을 활용한 맞춤형 포획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의 방법은 고객들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기반으로 유인 미끼를 제조하는 것이다. 그의 미끼에는 당밀(molasses), 땅콩버터, 초콜릿, 그리고 베이컨 기름 등이 포함된다.
린스콧은 또한 건물의 틈을 막고 음식물 쓰레기 관리 방법을 고객에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물의 틈과 입구를 차단하지 않고 단순히 미끼 상자를 놓는 것은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노스쇼어 와일드라이프의 해충 방제사 로버트 린스콧(Robert Linscott)이 자신이 특허를 낸 쥐덫을 시연하고 있으며, 이 덫에는 비독성 미끼가 발라져 있다.
보스턴의 새로운 접근법
보스턴 환경 서비스 부서의 존 울리치(John Ulrich) 부국장은 공공 건물의 설치류 문제를 해결할 때 독 사용을 최소화하는 접근법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음식물이 설치류 활동의 주요 원인”이라며 주민들에게 쓰레기통을 단단히 덮고 밤새 밖에 두지 않도록 조언했다.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은 매사추세츠 주의회에서 쥐약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항응고성 쥐약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해당 법안이 과도한 제한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해충 방제업체 양키 페스트 컨트롤(Yankee Pest Control)의 대표 갈빈 머피(Galvin Murphy)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요한 도구 하나를 잃게 된다”라며, 특히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해충 방제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독 사용을 금지하면 주민들이 스스로 독을 구입해 무분별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미국 독극물 센터(America’s Poison Centers)에 따르면 매년 수천 명의 어린이가 쥐약에 노출되고 있다.
반면, 캠브리지(Cambridge)에서 비공식적으로 ‘쥐 문제 해결사’로 불리는 데이브 파워(Dave Power)는 독 사용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매사추세츠 내 여러 도시와 마을에서는 공공재산에서 독 사용을 금지하는 지역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붉은꼬리말똥가리가 뉴잉글랜드 야생동물센터에서 쥐약 중독 치료를 위해 약 4개월간 회복한 후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있다.
자연이 해결책이다
렉싱턴(Lexington)의 주민 마르시 체멘스카(Marci Cemenska)는 “사람들은 해충 방제업체를 고용할 때 독이 야생동물과 반려동물, 심지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많은 이들이 독 사용 제한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노스 앤도버(North Andover)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 캐롤 디즈니(Carol Disney)는 주정부 차원의 조치가 더디게 진행되자, 지역 차원에서 더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녀는 “맹금류는 쥐 문제를 해결하는 자연의 최고의 해결책이다”라며, “독을 사용해 매와 올빼미, 독수리를 죽이는 것은 오히려 자연의 해결책을 없애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뉴잉글랜드 야생동물 센터의 CEO인 잭 머츠(Zak Mertz)는 “우리는 자연과 협력해 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독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환경과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붉은꼬리말똥가리가 뉴잉글랜드 야생동물센터(New England Wildlife Center)에서 쥐약 중독 치료를 위해 약 4개월간 회복한 후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씁쓸한 현실
올해 3월 중순, 웨이머스 동물병원에서 100일 넘게 치료받은 붉은꼬리말똥가리가 마침내 자연으로 돌아갔다. 병원 직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새는 숲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 기쁜 순간 뒤에는 씁쓸한 현실이 존재한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 새가 다시 독에 오염된 쥐를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머츠는 “어디에서 방사하든 이 새는 사냥을 해야 하고, 다시 독에 노출될 것이다”라며,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가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