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 의과대학 소속 연구진 두 명이 트럼프 행정부가 의료 연구 자료를 검열하고 삭제한 것에 반발하며 이를 위헌적 행위로 규정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버드 연구진, 트럼프 행정부 상대 소송 제기
의료 연구 검열 논란, 과학적 자유 위협되나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소속 두 명의 의사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환자 안전과 관련된 연구 논문이 정부 웹사이트에서 삭제된 것에 대해 '불법적이고 위험한 검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삭제된 논문의 공통점은 성소수자(LGBTQ+) 또는 '비전형적 성별 정체성'을 언급한 단 한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소송은 13일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되었으며,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와 그 산하 기관, 인사관리국(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이 피고로 지목됐다. 소장에 따르면, 정부는 의사들이 환자 진단 개선을 위해 연구한 내용을 '정당한 근거 없이' 삭제해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을 위반했다.
보스턴글로브의 2025년 3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소송에서 원고 측은 "미국에서는 매년 약 79만 5천 명이 오진으로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환자 안전 연구를 검열하는 것은 이 숫자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매사추세츠 지부의 레이첼 데이비드슨 변호사는 "연방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과학에 대한 공격이자, 연구와 토론의 경계를 정부가 정하려는 시도"라며 "이는 명백히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LGBTQ+ 권리, 다양성, 형평성, 포용(DEI)에 반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하면서 관련 연구 지원을 대폭 삭감한 흐름 속에서 제기되었다. 특히 매사추세츠주는 다양성과 형평성 관련 연구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 규모가 미국 내에서 6위에 해당하는 만큼, 이러한 조치에 취약한 상황이다. 2024년 기준, 해당 연구에 대한 연방 지원금은 3,310만 달러로 2020년 회계연도의 2,320만 달러보다 증가했지만, 최근 정부의 개입으로 미래 지원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삭제된 논문 중 하나는 자살 위험성에 대한 연구로, LGBTQ+ 커뮤니티에서 자살 위험이 높다는 내용을 단 한 문장 포함하고 있었다. 또 다른 논문은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에 대한 연구로, 마지막 문장에서 "이 질환은 트랜스젠더 및 비전형적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해당 인구에서 진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

정부가 특정 의료 연구를 검열하고 삭제하는 행위가 학문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 셀레스트 로이스 박사는 "2020년에 발표된 논문이 갑자기 삭제되었다는 이메일을 지난 2월 3일 받았다"며, "3일 후 후속 이메일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된 것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오진과 지연된 진단을 막기 위한 연구가, 특정 단어를 포함했다는 이유로 삭제된다면 이는 진단 방식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삭제된 또 다른 논문의 저자인 하버드 의과대학 1차 진료센터 품질 및 안전 담당 디렉터인 고든 쉬프 박사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자살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이며, 연구를 검열하거나 사람들이 이에 대해 글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이러한 검열로 인해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송에서는 정부가 LGBTQ+ 관련 내용을 포함한 연구 논문을 공공 웹사이트 및 소셜미디어에서 삭제하는 행위를 헌법 위반으로 선언하고, 향후 이러한 조치를 금지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또한, 환자 안전 네트워크(PSNet) 웹사이트에서 삭제된 모든 논문과 정보를 복원할 것을 요구했다.
ACLU 측 변호인들은 삭제된 논문이 최소 20편에 이를 가능성이 있으며, 전체 1만 8천 개 이상의 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추가로 검열된 사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법적 대응에 포함시킬 계획도 고려 중이다.
데이비드슨 변호사는 "LGBTQ+ 관련 언급이 포함된 연구 논문이 삭제되는 것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학적 연구가 무분별하게 삭제되면 그 피해는 사회 전체로 확산될 것이며,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스 박사는 "현재 삭제된 논문은 전체 연구 자료 중 극히 일부일 뿐이지만, 우리가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결국 그 권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저항하고 싶다.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