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사추세츠 지역의 이민자 상권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후 강화된 불법 체류자 단속에 의해 위축되고 있으며, ICE 요원들이 불법 체류자를 체포한 사례도 발생하면서, 이에 따라 한인 유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이민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사추세츠 이민자 상권 ‘꽁꽁’… 한인 유학생들도 아르바이트 위기
트럼프 복귀 후 단속 공포 확산… 지역 경제 직격탄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지역의 이민자 상권이 얼어붙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예고되면서 이민자 커뮤니티 전반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이민자들이 밀집한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뉴베드포드(New Bedford), 로렌스(Lawrence), 린(Lynn), 첼시(Chelsea) 등지의 식당과 상점들은 손님이 급감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 지역들은 오랫동안 다양한 이민자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활기를 띠던 곳이었으나, 최근에는 거리가 한산해지고 가게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한인을 포함한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가게들은 불안감 속에서 매출 감소를 겪고 있으며, 이를 의지해 생계를 꾸려가는 종업원들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인 유학생들 역시 식당이나 소규모 가게에서 비공식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해 왔지만, 단속 강화로 인해 이러한 일자리마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단속에 대한 두려움이 지역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많은 이민자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온두라스 음식점 ‘카사 렘피라(Casa Lempira)’의 주인 마를린 피네다(Marelin Pineda)가 점심시간에도 텅 빈 식당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ICE(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가게를 급습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손님이 사라졌다… 유령도시 같다”
보스턴 공영라디오방송(WBUR)의 2025년 2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뉴베드포드의 한 온두라스 음식점 ‘카사 렘피라(Casa Lempira)’를 운영하는 마를린 피네다(Marelin Pineda)는 최근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민 단속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이 외출을 꺼린다”며 “예전보다 배달 주문이 늘긴 했지만, 전반적인 매출은 급감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가게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피네다는 이를 해명하기 위해 직접 온라인에 “카사 렘피라에 ICE가 온 적 없다”고 글을 올렸지만, 이미 거리엔 사람들이 사라진 뒤였다. “거리는 텅 비었고, 마치 유령도시 같았다”고 그는 전했다.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아쿠슈넷 애비뉴(Acushnet Avenue)는 한때 포르투갈계 상점과 식당이 주를 이루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중남미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가게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싸늘하다.
비영리 단체인 남동부 매사추세츠 지역사회경제개발센터(Community Economic Development Center of Southeastern Massachusetts)의 코린 윌리엄스(Corinn Williams)는 지역 상점을 직접 방문하며 실태를 파악했다. 그는 멕시코 음식점, 과테말라 빵집, 푸에르토리코 이발소 등을 차례로 찾았지만, 대부분 매출이 70~75%가량 줄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곳 이민자들이 직접 가게를 열고 지역 경제에 기여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어요.” 윌리엄스는 이민자 커뮤니티가 오랜 노력 끝에 자리를 잡았지만, 단속 공포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뉴베드포드의 멕시코 음식점 타케리아 라 라자(Taquería La Raza)는 현지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인기가 많았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매출이 약 75% 감소하면서 업주들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한인 유학생들도 타격… 아르바이트 구하기 어려워”
이 같은 분위기는 한인 유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한인 유학생 김모(27) 씨는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는데, 최근 가게가 한산해지면서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 박모(25) 씨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조차 어려워졌다”며 “사장님들이 단속을 걱정해 새로운 직원을 뽑는 걸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일부 한인 유학생들은 학비 부담을 덜기 위해 소규모 식당이나 가게에서 비공식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왔지만, 단속 강화로 인해 이마저도 불안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학생들은 생계를 위한 대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 vs. “실제 단속 사례도 있어”
뉴베드포드의 노동자 지원 단체 ‘센트로 코뮤니타리오 데 트라바하도레스(Centro Comunitario de Trabajadores)’의 대표 아드리안 벤투라(Adrián Ventura)는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며 “서류미비자라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하고 세금을 내는 한, 과도한 두려움은 가질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단속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 벤투라는 2주 전 ICE 요원들이 뉴베드포드의 한 의류 가게를 급습했다고 밝혔다. 해당 가게는 과거에도 가짜 신분증을 판매한 혐의로 단속 대상이 되었던 곳이다. 당시 요원 8명이 들이닥쳐 4명의 서류를 확인했으며, 1명이 체포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역 내에서는 “ICE가 특정 업소를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그 영향이 주변 상권에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네딕토 익촙(Benedicto Ixchop)은 뉴베드퍼드(New Bedford)에서 20년 가까이 과테말라 빵집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는 많은 고객들이 외출을 두려워하여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민자 상권, 정부 지원 필요”
매사추세츠 라티노 레스토랑 협회(Massachusetts Latino Restaurant Association)의 세르히오 에스피노자(Sergio Espinoza) 회장은 “우리는 공포를 조장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민자 사회가 단결해 위기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의회에서도 대책 마련이 논의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 아드리안 마다로(Adrian Madaro)는 “이민자들이 두려움 때문에 일터에 나오지 않고, 가게를 찾지 않으면서 지역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역 단체들은 ICE 단속에 대비해 가게에 ‘사유지(private property)’ 표지판을 부착하고, 직원들에게 묵비권을 행사할 것을 교육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뉴베드포드의 과테말라 출신 제빵사 베네딕토 익초프(Benedicto Ixchop)는 “트럼프 첫 임기 때도 장사가 어려웠지만, 이번엔 더 심각하다”며 “이런 분위기가 빨리 사라지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곳곳에서 이민자 상권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지역 경제가 언제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