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독감(H5N1) 확산 우려 속에 미국 전역에서 병원 및 보건 당국이 경고와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팬데믹 우려 커지나… 뉴욕 병원들, 조류독감 검사 지시
과밀 병원 속 독감 환자 급증… 인체 감염 확산 가능성 경고
뉴욕의 의료진들이 입원 환자들에게 조류독감(H5N1) 검사를 실시하라는 지시를 받으면서, 바이러스의 인간 간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주 보건부는 2월 3일, 의료진들에게 "A형 인플루엔자 확진 환자는 입원 후 24시간 내에 H5N1 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경고를 전달했다. A형 인플루엔자는 여러 변종을 포함하는 바이러스군으로, 2009년 신종플루(H1N1) 대유행을 일으킨 변종과 현재 미국 내 낙농 및 가금류 농장을 강타한 H5N1 변종이 이에 속한다.
미네소타주도 이와 유사한 권고를 내렸으며, A형 인플루엔자 확진 환자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상적으로는 24시간 이내"에 H5N1 검사를 받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과 인간 간 전파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30년 내 최악의 조류독감 확산이 지속되면서 팬데믹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조용히 커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월 1일까지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7.75%가 독감 유사 증상을 보였으며, 이는 1997년 CDC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유행은 A형 인플루엔자가 주도하고 있으며, 조류독감 감염 사례가 증가할 경우 이를 일반 독감으로 오인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시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3개 자치구에서 검출된 이후, 지난 2월 2일자로 살아있는 가금류 시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대대적인 방역에 나섰다. 현재까지 뉴욕주에서는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위 그래프는 현재 독감 시즌(빨간 선) 동안 응급실을 방문한 독감 유사 증상 환자 수를 지난 5개 시즌과 비교한 것입니다. 현재 시즌이 다른 시즌들을 초과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위 그래프는 뉴욕 주에서 독감 유사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수를 보여줍니다. 그래프는 해당 지역에서 이미 유행성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있음을 나타냅니다.
뉴욕주에서는 독감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최근 4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월 첫째 주에만 3,138명이 입원했으며, 이는 2주 전보다 12% 증가한 수치다.
마운트 시나이 병원(Mount Sinai Hospital)의 역학자 아론 글랫(Dr. Aaron Glatt) 박사는 2025년 2월 11일 데일리메일(DailyMail)과의 인터뷰에서 "CDC 자료를 보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독감 시즌은 최악의 수준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병원 내에서 동료들과 논의해봐도 지금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CDC는 올해 2,400만 명 이상이 독감에 걸렸으며, 31만 명이 입원했고, 1만3천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뉴욕을 포함한 45개 주가 독감 위험도를 "높음" 또는 "매우 높음"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최소 10개 주에서는 독감으로 인해 학교가 일시 폐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기록되는 독감 사례의 75% 이상이 A형 인플루엔자이며, 이는 2009년 팬데믹을 일으킨 H1N1(신종플루)과 현재 조류독감 확산의 주범인 H5N1을 포함한다.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68명이 H5N1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대부분의 환자는 결막염(눈 충혈)과 같은 경미한 증상을 보였고, 호흡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CDC는 아직까지 인간 간 전파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현재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은 낮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감염 사례의 대부분이 가축 및 가금류와의 접촉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변이하여 인간 간 전파 능력을 갖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욕주는 2월 3일 자체 보건 경보 시스템(Health Alert Network)을 통해 "CDC는 입원 환자의 A형 인플루엔자 샘플을 24시간 내에 H5N1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할 것을 권고한다"고 공지했다.
미네소타주는 1월 23일 병원에 A형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들에 대한 조류독감 검사를 권고했으며, CDC도 1월 16일 전국 보건 경보(Health Alert Network, HAN)를 통해 각 주에 "입원 환자에 대한 검사 속도를 높일 것"을 지시했다. CDC는 특히 중환자실(ICU) 환자에 대해 적극적인 검사를 권고하며, 감염 예방 조치로 환자 및 밀접 접촉자들을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4월 13일, 마운트 시나이 병원(Mount Sinai Hospital)의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의 모습.
뉴욕을 포함한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 매사추세츠, 위스콘신,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인디애나, 뉴저지 등 최소 9개 주의 병원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다시 도입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마스크 착용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병원들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앨라배마, 테네시, 텍사스 등 최소 3개 주에서는 독감과 기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학교가 임시 폐쇄되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독감 확산의 원인으로,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한 면역력 약화, 올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은 독감 백신, 감염 예방 조치를 덜 지키는 경향 등을 꼽고 있다.
한편,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율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월 25일까지의 검사 결과 양성률은 5.3%로, 전주(5.8%)보다 낮아졌다. 이는 작년 겨울 13%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률도 1월 중순 10만 명당 2.9명으로 1주일 새 17% 감소했으며, 노로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줄어드는 추세다.
워싱턴 DC 기반 역학자 에릭 페이글-딩(Dr. Eric Feigl-Ding) 박사는 SNS X(구 트위터)를 통해 "뉴욕이 모든 A형 독감 환자에 대한 조류독감 검사를 즉각 시행하도록 한 것은, 공기 전파 가능성과 인간 간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황에서 보건 당국은 철저한 감시를 유지하면서도 일반 대중에게 지나친 불안감을 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바이러스의 향후 변이 여부에 따라 대응 전략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매사추세츠주에서도 조류독감과 관련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건 당국은 주 전역에서 의심되는 조류독감 사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주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플리머스 지역에서 캐나다기러기, 백조 등 60마리 이상의 새가 폐사하면서, 주 보건 및 환경 당국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주 당국은 시민들에게 죽은 새나 아픈 동물과 접촉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으며,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반스터블 카운티 보건환경부(Barnstable County Department of Health and Environment)는 조류독감이 야생 조류뿐만 아니라 가금류, 기타 동물, 드물게는 인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