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불법 체류자로 분류된 이민자를 체포하는 모습.
트럼프 행정부, 관타나모에 최대 3만 명 이민자 수용 추진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가속화"...과거 테러 용의자 수용소였던 곳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쿠바 관타나모만(Guantanamo Bay) 해군 기지를 이민자 수용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행정 각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국토안보부(DHS)는 본국 송환을 기다리는 최대 3만 명의 이민자를 해당 기지에 수용할 준비에 돌입했다.
관타나모만 기지는 미국이 1903년부터 쿠바에서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해군 기지로, 2002년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 시절 ‘관타나모 수용소(Guantanamo Bay Detention Camp)’가 설치되며 국제적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곳에서는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들이 군사 재판 없이 장기간 구금되었으며, 고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도 몇몇 수감자가 남아 있지만, 과거와 같은 규모로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
피트 헥셋(Pete Hegseth) 국방장관은 "관타나모 기지는 이민자들을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라며, 본국 송환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이들을 수용하는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헥셋 장관은 과거 테러 용의자들이 수용되던 공간과 이번 이민자 수용 계획은 별개라며, "해군 기지에는 오랫동안 난민과 이민자들을 위한 시설이 존재해 왔다"고 강조했다.
ABC, 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군 군용기가 추방된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이송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운영하는 기존 전세기 항공편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민자 출신 국가들로부터 자국민을 받아들이겠다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 때문에 추방 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통해 "불법 체류 중인 최우선 범죄 외국인(criminal aliens)"을 보다 신속하게 본국으로 돌려보낼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의 관타나모 해군 기지.
헥셋 장관은 "절차가 지연되는 동안 이민자들이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필요하다"며, "관타나모 기지는 그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 있으며, 미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더욱 적절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기지 내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면 최대 6,000명의 추가 수용이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대규모 강제 추방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발표되었다. 헥셋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범죄자들을 미국에서 추방하는 데 매우 단호하다"며, "국방부는 국토안보부와 협력하여 남부 국경 보호와 대규모 추방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타나모 기지가 한때 테러리스트들을 가둬둔 논란의 장소였던 만큼, 이번 계획이 인권 문제와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