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는 반유대주의 차별을 방지하고 유대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화된 정책을 채택하며, 국제 홀로코스트 기억 연맹의 반유대주의 정의를 확립했다.
하버드, 반유대주의 정의 확대에 합의
광범위한 반유대주의 정의 채택으로 두 건의 소송 해결
하버드대학교는 2025년 1월 22일, 반유대주의 차별과 괴롭힘을 충분히 방지하지 못했다는 두 건의 연방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WBUR에서 보도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하버드는 국제 홀로코스트 기억 연맹(International Holocaust Remembrance Alliance, IHRA)의 반유대주의 정의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 정의는 일부 반시온주의 또는 반이스라엘 비판 사례를 반유대주의로 간주한다. IHRA는 반유대주의를 "유대인에 대한 증오로 규정할 수 있는 특정한 인식"이라고 정의하며, 유대인, 유대인 재산, 공동체 기관 또는 종교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공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IHRA 정의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권을 부정하거나 유대인 정체성을 시온주의와 연결지어 비판하는 경우도 반유대주의로 간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온주의자를 공개 행사에서 배제하는 행위", "시온주의자의 죽음을 요구하는 행위", "하버드 활동 참여를 위한 '비시온주의자' 조건 요구" 등이 반유대주의 사례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정의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 비판자들은 이 정의가 지나치게 엄격하며, 반시온주의와 반유대주의를 잘못 연결시켜 학문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하버드는 이번 조치를 "유대인 및 이스라엘 학생들이 다른 보호 대상 집단과 동일한 방식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강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합의에 따라 하버드는 "많은 유대인들에게 시온주의는 유대인 정체성의 일부"라는 설명을 게시하고, 앞서 언급된 반유대주의 사례를 명시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5년 동안 반유대주의 사례와 기타 편견 사례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일부 학생들은 하버드가 유대인 관련 괴롭힘과 차별 정책을 흑인이나 LGBTQ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더 느슨하게 적용했다고 주장해왔다.
시온주의란 무엇인가?
시온주의(Zionism)는 유대인의 민족적 자결권을 바탕으로 유대인 국가를 팔레스타인(역사적으로 이스라엘로 알려진 지역)에 설립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민족적 운동이다. 시온주의 운동은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시작되었으며, 유럽에서의 반유대주의와 유대인 박해에 대응하여 유대인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국가를 설립하려는 목표에서 비롯되었다.
이 운동의 이름은 예루살렘의 또 다른 명칭인 "시온(Zion)"에서 유래했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시온주의는 현실화되었지만, 현재까지도 이 운동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현대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의 존재와 안보를 옹호하며, 이를 비판하는 일부 주장이나 행동을 반유대주의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학문적, 정치적 논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버드의 추가 조치
하버드는 반유대주의 관련 불만을 검토하는 직원들에게 외부 교육을 의무화하고, 반유대주의를 연구하기 위해 추가 자원을 투자하며, 연례 학술 심포지엄 개최, 캠퍼스 내 다양한 행사 개최, 이스라엘 대학과의 협력을 약속했다.
브랜다이스 인권법 센터(Brandeis Center for Human Rights Under Law)의 의장이자 전 미국 교육부 차관보인 케네스 L. 마커스(Kenneth L. Marcus)는 "이 합의가 완전히 이행되면 유대인 학생들이 반유대주의적 증오, 차별, 괴롭힘이 없는 환경에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센터는 하버드가 1964년 민권법 6장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단체 중 하나다. 이 법은 연방 자금을 받는 학교에서 인종, 종교,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버드는 또한 특정 금액의 금전적 배상에 합의했으나,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버드는 성명에서 "우리의 유대인 커뮤니티가 하버드에서 포용되고 존중받으며 번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며 "반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캠퍼스와 온라인에서 환영받는 한편,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논란이 많은 반유대주의 정의를 사용해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을 침묵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 하버드 학생은 "이스라엘과 시온주의를 비판에서 면제시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버드의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 단체 및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유대인 단체의 활동가인 바이올렛 배런(Violet Baron)은 이번 합의를 "극도로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시온주의자들은 환영받을 수 없다"라는 구호를 외친 적이 있으며, "시온주의는 정치 이념이며, 하버드가 시온주의자를 보호하는 것은 자유로운 표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 마크 카소위츠(Mark Kasowitz)는 "이번 합의는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누군가가 시온주의자들은 하버드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고 표현한다면, 이는 매우 반유대주의적인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몇몇 다른 대학들도 유사한 소송을 해결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를 포함한 몇몇 학교들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하버드에서는 이번 합의로도 논란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소송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법정에서 이어가고 있다. 연방 판사는 하버드의 소송 기각 요청을 거부하며 "하버드는 유대인 학생들에게 실패했다"며 "대학은 차별 방지 법률을 준수하지 않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핑계 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유대인 학생들의 보호와 반유대주의 예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토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