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월드컵 공공 응원전은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주 첼시(Chelsea)의 이민자 사회가 겪어온 정치적 트라우마를 스포츠의 열기로 치유하고 침체된 지역 경제와 상권을 살리는 연대와 회복의 축제입니다. 축구 팬들이 첼시(Chelsea)에 모여 2026년 월드컵 멕시코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상처 입은 이민자 광장, 월드컵 함성으로 치유하다
매사추세츠 유일의 스페인어 길거리 응원
축제로 지워내는 추방의 공포와 침체된 골목상권
목요일, 남자 월드컵의 막이 오르며 멕시코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를 관람하려는 수많은 축구 팬들이 첼시(Chelsea)에 마련된 응원 장소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주 전역에서 수십 개의 월드컵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주 내에서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공공 길거리 응원전은 첼시 시가 개최한 이번 행사가 유일하다. 초록색 멕시코 축구 유니폼을 차려입은 팬들을 포함해 수백 명의 인파가 첼시 스퀘어(Chelsea Square)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앞으로 이곳에서 중계될 60여 개 이상의 경기 중 첫 번째 경기를 함께 관람했다. 16피트(약 4.8미터) 너비의 대형 TV 스크린을 통해 멕시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이른 선제골을 터뜨리자 광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축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고, 경기는 결국 멕시코의 2 대 0 승리로 끝났다.

축구 팬들이 2026년 월드컵의 첫 경기인 멕시코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첼시 스퀘어(Chelsea Square)에 모여 있다.
지역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WBUR 보도에 따르면, 이번 행사를 기획한 주최 측은 39일 동안 이어질 ‘피에스타 풋볼(Fiesta Fútbol)’ 축제가 단순한 스포츠 대회의 열기를 넘어, 노동자 계층과 이민자가 주를 이루는 첼시 시가 그동안 겪었던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갈 기회라고 믿고 있다. 이번 행사를 향한 현지 미디어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역 뉴스 채널인 WHDH 7뉴스(7News)는 피델 말테스(Fidel Maltez) 첼시 시티 매니저의 인터뷰를 인용해 "첼시는 라티노이자 이민자들의 공동체이며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도시"라며, 이번 월드컵 축제가 이들에게는 마치 '슈퍼볼'과 다름없는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집중 보도했다. 또한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 등 주요 언론들도 주 정부의 지원금 전달과 광장 주변 도로 통제 소식을 전하며 스포츠를 통한 공동체 결속에 주목했다.
첼시 시 정부에서 근무하며 이번 행사를 공동 기획한 오마르 미란다(Omar Miranda)는 정치적으로 많은 일들이 얽히면서 지난 몇 년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시내 중심가(다운타운)의 재건축 공사까지 겹치면서 지역 상권이 침체해 있었기에,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월드컵 축제는 정말 절실한 기회였다. 특히 미란자는 응원전이 열린 첼시 스퀘어가 과거 연방 이민세관집행국(ICE)의 이민자 단속 및 체포가 이루어졌던 가슴 아픈 장소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현 행정부는 이민 규제를 강력히 몰아붙이며 대규모 추방 정책을 공격적으로 시행해 왔다.

미국 필드하키 선수 힐러리 폴 멧카프(Hillary Paul Metcalf)가 첼시 스퀘어(Chelsea Square)에서 열린 월드컵 응원전 중 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첼시 법원(Chelsea Courthouse) 역시 연방 이민 단속 요원들이 상주하며 체포 작전을 벌였던 또 다른 장소다. 첼시 지역구를 대표하며 이날 첫 응원전에 참석한 주 하원의원 주디스 가르시아(Judith Garcia)는 이러한 강제 연행과 단속들이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번 월드컵 응원전을 통해 이 공간에 얽힌 부정적인 기억과 아픔을 완전히 씻어내기를 바라고 있다. 가르시아 의원은 오늘 이곳에 지역 사회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어 줄 또 다른 목적, 즉 축구 경기를 위해 모였다고 밝히며, 그동안 불안해하던 주민들의 신뢰와 믿음을 조금씩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이 신뢰를 쌓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행사 주최 측은 이번 응원전이 첼시 시를 외부 방문객들이 찾는 매력적인 관광 명소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란다 공동 기획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보스턴 광역권(Greater Boston)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맛있는 중앙아메리카 음식을 맛보고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첼시 시의 스포츠 관광 디렉터이자 피에스타 풋볼의 공동 기획자인 찰리 주프리다(Charlie Giuffrida)는 주민들이 매 시간마다 찾아와 첼시 스퀘어가 이렇게 활기차고 아름답게 변한 모습은 내 평생 처음 본다며 감격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이 향후 열릴 유소년 스포츠 대회나 내년에 개최될 여자 월드컵 응원전 등 시의 다른 행사들로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회라고 보았다. 주프리다는 방문객들을 우리 시내 중심가로 유도할 수만 있다면 로컬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이 모든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스포츠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팬이 피에스타 풋볼(Fiesta Fútbol) 축제에서 멕시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현재 첼시 시 당국은 앞으로 열릴 응원전에 더 많은 푸드트럭과 지역 노점상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 정부는 관련 업체들의 영업 허가증을 취득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로서 이곳을 찾는 팬들에게 가장 큰 매력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수많은 동료 팬들과 한자리에 모여 연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 텍사스(Texas)주에서 이 지역으로 이사 왔다는 마리벨 가르시아(Maribel Garcia)는 현장의 뜨거운 열기에 기뻐하며, 이곳의 분위기와 커뮤니티가 정말 마음에 들고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따뜻한 기분이 든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편, 첫 경기인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멕시코의 다음 행보에 지역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이자 분수령이 될 대한민국(South Korea)과 멕시코(Mexico)의 맞대결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첫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두 팀 모두 첫 승의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첼시 스퀘어는 물론 뉴잉글랜드 전역의 축구 팬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뜨거운 긴장감과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다가오는 맞대결로 인해 현지 길거리 응원전의 열기도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