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법원은 하버드대학교 연구원 크세니아 페트로바의 비자를 개구리 배아 샘플 반입을 이유로 취소한 조치는 세관 당국의 권한을 넘어선 위법한 결정이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외국인 연구자에 대한 이민 규제 강화 논란과 함께 미국 과학계의 인재 유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원 크세니아 페트로바(30세)가 2025년 6월 12일 미국 보스턴의 존 조셉 모클리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그녀는 이날 연방 구금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직후 법원을 나섰다.
하버드 연구원 ‘개구리 배아 반입’ 논란
미 법원 “비자 취소 위법”
세관 권한 남용 인정…과학계 “외국인 인재 유치 위축 우려”
미국에서 개구리 배아 반입 문제로 기소된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의 비자가 부당하게 취소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민 정책과 과학 연구 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 크리스티나 라이스(Christina Reiss)는 4월 7일(현지시간) 판결에서 러시아 출신 과학자이자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인 크세니아 페트로바(Kseniia Petrova)의 비자를 취소한 세관 당국의 조치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생물학적 샘플 밀반입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를 취소할 권한이 제한되어 있으며, 해당 사안은 비자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이스 판사는 “분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 따르면, 페트로바의 비자는 오직 개구리 배아 샘플 때문이며 그 외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페트로바는 물질 반입 사실에 대해 연방 요원에게 허위 진술을 한 뒤 합법적으로 구금됐다”고 주장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따라 “이민 시스템에서 법치와 상식 회복”을 강조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트로바는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개구리 배아의 초미세 절편을 연구하는 실험실을 방문해 연구용 샘플을 확보했다. 이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해당 샘플에 대해 조사를 받았고, 심문 이후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크세니아 페트로바가 6월 12일 보스턴에서 연방 구금에서 석방된 뒤 언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녀는 이후 버몬트주에서 이민 당국에 의해 일시적으로 구금됐으며, 석방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이후 루이지애나주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로 이송되는 등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이 사건은 AP 통신(Associated Press) 보도를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지며 큰 주목을 받았다.
페트로바는 지난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샘플을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 어떤 것도 몰래 반입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법원의 결정으로 올해 1월부터 다시 하버드 연구실로 복귀한 상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다른 주요 언론들도 비판적 시각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는 통상 이러한 세관 위반이 최대 $500(약 50만 원)의 벌금에 그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비자 취소와 형사 기소까지 이어진 것은 “이례적 조치”라고 지적하며 사건의 과도성을 강조했다.
그의 변호인인 그레고리 로마노프스키(Gregory Romanovsky)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애초에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을 바로잡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사건을 넘어 미국 과학계 전반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 연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미국 대학들이 국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국제 학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연구 협력과 인력 이동에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과학 연구와 이민 정책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