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대한 구두변론을 진행하며, 현직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출석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헌법 수정 제14조 ‘시민권 조항’ 해석을 둘러싼 쟁점으로, 매년 약 25만 명 신생아의 시민권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6년 4월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위자들이 미국 연방대법원 건물 밖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자녀 출생 시민권 제한 조치의 합법성에 대한 구두변론이 열릴 예정인 날,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 ‘출생 시민권’ 뒤흔들 중대 심리
트럼프 직접 출석으로 긴장 고조
불법·임시 체류자 자녀 시민권 제한 놓고 보수·진보 대법관 모두 의문 제기
25만 명 신생아 영향 전망
미국 최고 사법기관인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번 회기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관련 사건에 대한 심리에 착수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이 있다. 이 명령은 불법 체류자 또는 일시 체류자의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헌법 해석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심리는 시작 한 시간 만에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빠져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해 변론에 나선 법무부 차관보(솔리시터 제너럴) D. 존 사워(D. John Sauer)는 보수와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대법관들로부터 잇따른 회의적인 질문을 받았다. 이는 해당 행정명령의 법적 정당성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연방대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행정명령 관련 구두변론 진행 (AP통신)
실시간: 미국 연방대법원, 출생 시민권 관련 구두변론 진행 (AP통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직접 법정에 출석하면서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현직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구두변론에 참석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이번 사건의 정치적·법적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문제가 된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첫날인 2025년 1월 20일에 서명한 것으로, 공화당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의 핵심 축 중 하나다. 해당 조치는 불법 체류자 단속 강화, 난민 수용 대폭 축소, 국경에서의 망명 절차 중단 등과 함께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사안을 다룬 모든 하급심 법원은 해당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왔으며, 결정은 올여름 초쯤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6월 30일부터 현재까지 구성된 미국 연방대법원. - 앞줄(왼쪽에서 오른쪽):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대법관, 클라렌스 토머스(Clarence Thomas) 대법관, 존 G. 로버츠(John G. Roberts, Jr.) 대법원장, 새뮤얼 알리토(Samuel A. Alito, Jr.) 대법관, 엘레나 케이건(Elena Kagan) 대법관. 뒷줄(왼쪽에서 오른쪽):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 닐 고서치(Neil M. Gorsuch) 대법관, 브렛 카바노(Brett M. Kavanaugh) 대법관, 케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 대법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미국 헌법 수정 제14조의 ‘시민권 조항(Citizenship Clause)’ 해석에 있다. 해당 조항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그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오랜 해석에 따르면 이는 불법 체류자 신분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도 포함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쟁점은 ‘관할권에 속한다(subject to the jurisdiction thereof)’는 마지막 문구의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보수 성향 법학자들은 불법 또는 임시 체류자는 미국의 완전한 법적 관할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그 자녀 역시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이러한 해석이 헌법의 기본 취지와 오랜 판례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026년 4월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위자들이 미국 연방대법원 건물 밖에 모여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자녀 출생 시민권 제한 조치의 합법성에 대한 구두변론이 열릴 예정인 날을 맞아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요 언론들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헌법 해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시험대”라고 평가하며,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출석이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건의 정치적 파장을 강조했다. 또한 폭스뉴스는 일부 보수 법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해 “헌법 문구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소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조명했다.
이 행정명령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미국에서 태어나는 약 25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시민권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단순한 불법 체류자뿐 아니라 학생 비자 소지자나 영주권 신청자 등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미국의 이민 정책뿐 아니라 헌법 해석의 방향, 나아가 국가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