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28년 후: 본 템플’은 잔혹한 좀비 장르와 유머, 인간성 탐구를 결합해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속편이다. 소니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28년 후: 본 템플’의 한 장면에서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를 보여준다. (콜럼비아 픽처스/소니 픽처스)
좀비가 춤춘다, 세계가 뒤집힌다
‘28년 후: 본 템플’, 광기와 인간미로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승리의 속편
좀비 영화에 늘 부족했던 것이 하나 있다면 무엇일까. 피와 비명,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넘쳐나지만 ‘춤’은 거의 없었다. 그 공백을 통쾌하게 채운 작품이 바로 ‘28년 후: 본 템플(28 Years Later: The Bone Temple)’이다. 이 영화에서 좀비와 인간은—자연스럽게도 약간 비틀린 선택으로—1980년대 팝 아이콘 듀란 듀란(Duran Duran)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점점 더 몰입도를 높여온 이 프랜차이즈의 네 번째 작품은 말 그대로 ‘미쳤고’, 동시에 ‘대성공’이다. 불쾌할 정도로 어두운 신체 훼손 장면과 배꼽을 잡게 만드는 유머를 한데 섞어 좀비 장르를 전복하는 동시에, 그 다음 단계로 이끈다. 잔혹함과 웃음이 충돌하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톤은, 익숙한 장르 문법을 과감히 벗어난다.
‘28년 후: 본 템플’ – 공식 예고편 (Sony Pictures Entertainment)

‘28년 후: 본 템플’ – 포스터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연출은 니아 다코스타(Nia DaCosta)가 맡았고, 각본은 시리즈의 핵심 인물인 알렉스 갈랜드(Alex Garland)가 다시 썼다. 이야기는 대니 보일(Danny Boyle)이 연출한 2025년작 ‘28년 후(28 Years Later)’가 끝난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2002년작 ‘28일 후(28 Days Later)’까지 거슬러 갈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전작은 보고 오는 편이 좋다.
갈랜드의 각본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와 ‘텔레토비(Teletubbies)’를 향한 농담으로 재치 있게 불꽃을 튀기며, 꽃과 초원이 펼쳐진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선과 악의 궁극적인 대결을 준비한다. 다코스타 감독은 어둠과 빛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이 뒤틀린 톤을 정확히 잡아낸다. 기이함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축제로 끌어올리는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중심 인물 켈슨(Kelson) 역은 다시 돌아온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가 맡았다. 그는 조금의 농담 섞인 눈짓도 없이, 완전히 헌신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혼을 다해 캐릭터에 몰입한 그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사람은, 아무리 망가졌어도 사람이다. ‘그저 우리뿐’이다”라는 그의 신념은 영화의 핵심 주제를 관통한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피부에 바른 요오드 때문에 온몸이 선명한 주황색인 켈슨은, 해골로 꾸며진 ‘본 템플’에서 홀로 살아간다. 몇 개의 티라이트 촛불이 그 기괴한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소니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28년 후: 본 템플’의 한 장면에서 왼쪽의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와 '잭 오코넬(Jack O'Connell)'을 보여준다. (콜럼비아 픽처스/소니 픽처스)

소니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28년 후: 본 템플’의 한 장면에서 중앙에 있는 '잭 오코넬(Jack O'Connell)'을 보여준다. (콜럼비아 픽처스/소니 픽처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반전에서, 켈슨은 감염된 알파(Alpha)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이 알파는 전직 종합격투기 선수 치 루이스‑패리(Chi Lewis‑Parry)가 연기했으며, 의사의 블로우건으로 약을 맞는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듯 보인다. 두 존재는 모두 모르핀 한두 번에 취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그리고 뜻밖에도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 듀란 듀란의 음악이 폭발한다. ‘Ordinary World’, ‘Girls on Film’, ‘Rio’가 흐르는 가운데, 좀비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진다. 척추가 붙은 채로 머리를 뜯어내는 눈 튀어나온 괴물과, 한때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에 출연했던 마른 체형의 영국 배우가 손을 맞잡고 신스 팝에 맞춰 몸을 흔든다. 개인적으로는 ‘Save a Prayer’를 예상했지만, 이 선택도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음악적 선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그리고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The Number of the Beast’가 등장하는데, 특히 후자는 영화사에 남을 만큼 정신 나간 방식으로 사용된다. 전작이 펠리니(Fellini)를 연상시키는 몽환적 분위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펑크적이고 아나키한 에너지가 지배한다.

소니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28년 후: 본 템플’의 한 장면에서 '치 루이스-패리(Chi Lewis-Parry)'를 보여준다. (콜럼비아 픽처스/소니 픽처스)

소니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28년 후: 본 템플’의 한 장면에서 왼쪽의 '치 루이스-패리(Chi Lewis-Parry)'와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를 보여준다. (콜럼비아 픽처스/소니 픽처스)
이 저주받은 섬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지미 경(Sir Jimmy)인가, 아니면 닥터 켈슨(Dr. Kelson)인가. 그리고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좀비 영화의 전형이었던 ‘미친 듯이 달아나기’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사이비 집단, 죽음과 유한성, 장기적인 트라우마의 영향, 그리고 ‘인간다움’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 대신하고 있다. 말하자면, 거의 ‘포스트 좀비’ 영화에 가깝다.
이미 이 프랜차이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 준비 중이며, 이 악몽 같은 세계가 끝내 행복한 결말을 맞을 가능성에 대한 단서도 흘린다. 작품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미친 시리즈가 끝나는 날이 오면 아쉬울 것 같다. 좀비들이 오래도록 춤추기를. 어쩌면 우리는 80년대 팝을 대표한 듀란 듀란의 노랫말처럼 이렇게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살아남는 법을 배울 것이다(I will learn to survive).”
‘28년 후: 본 템플’은 2026년 1월 16일부터 전미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미국 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로부터 강한 유혈 폭력, 고어, 노골적인 나체, 전반적인 욕설, 짧은 약물 사용을 이유로 R등급을 받았다. 러닝타임은 109분이다.
보스턴 지역에서는 AMC 보스턴 커먼 19(AMC Boston Common 19), 리갈 페네웨이 & RPX(Regal Fenway & RPX) 등 주요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현재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