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인 UnitedHealthcare의 CEO 브라이언 톰슨이 맨해튼 거리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용의자인 루이지 만지오니(26세)는 기존의 살인 혐의에 더해 ‘테러 행위로 인한 살인’이라는 중대한 혐의로 추가 기소되었다고 검찰이 화요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원한을 넘어,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폭력으로 표출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브라이언 톰슨은 12월 4일, 투자자 회의 참석을 위해 맨해튼의 한 호텔로 향하던 중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50세의 그는 두 자녀를 둔 가장이자 회계사 출신으로, UnitedHealth Group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2021년 보험 부문 CEO로 승진한 인물이다. 그의 죽음은 회사 내부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의료보험 업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용의자인 만지오니는 사건 발생 5일 후인 12월 9일, 펜실베이니아 알투나의 맥도날드에서 발견되어 체포되었다. 체포 당시 그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 여권, 그리고 위조 신분증 여러 개를 소지하고 있었다. 뉴욕 경찰은 그가 이 위조 신분증 중 하나를 이용해 사건 직후 뉴욕의 한 호스텔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만지오니는 체포 당시 건강보험 회사를 “기생적 존재”로 지칭하며 기업 탐욕을 비난하는 자필 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그가 단순한 개인적 복수심이 아니라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깊은 불만과 분노를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여겨진다.
만지오니는 아이비리그 컴퓨터 공학 전공자 출신으로, 메릴랜드의 유력 가문에서 자랐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그는 가족 및 친구들과의 연락을 끊고 혼자 지냈으며, 그의 가족은 지난 11월 샌프란시스코 당국에 실종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한편 그의 소셜 미디어 기록에는 지난해 척추 수술을 받은 이후 자신의 만성 통증이 완화되었다고 언급하며,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라고 권장하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그는 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의료 산업은 삶의 질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 훨씬 더 긴급히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쓰며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UnitedHealthcare의 고객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그의 범행 동기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편지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들이 공개되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의 보험 거부 경험과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CEO 피살 사건을 넘어, 미국의 의료보험 업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와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 만지오니는 펜실베이니아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뉴욕으로의 송환 절차를 앞두고 있다. 그의 변호인은 뉴욕의 추가 혐의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펜실베이니아 변호인은 위조 혐의와 총기 소지 혐의의 법적 근거를 문제 삼으며 맞설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어떻게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의 법적 절차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