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보스턴은 로건 공항 관측 사상 가장 강한 바람을 기록하며, 평년보다 100일이나 더 많은 강풍일과 역대 최다 60마일 이상 돌풍 5일을 기록했다. 이는 제트기류의 불리한 경로와 메인만의 고수온, 기후 변화로 인한 폭풍 강도 증가가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이미지/보스턴살아)
“돌풍의 해, 보스턴”
1936년 이후 가장 거센 바람이 도시를 덮쳤다
제트기류·온난화·메인만(Gulf of Maine)의 고수온이 겹치며 2025년,
‘역대급 바람의 해’로 기록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Boston)이 2025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바람이 거센 해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무려 100일이나 더 많은 강풍일이 이어지며, 이 도시는 “역대 가장 바람이 센 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뉴잉글랜드(New England) 주민들에게 바람은 익숙한 존재지만, 지난해의 강풍은 예년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심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제트기류(jet stream)의 지속적인 경로와 기후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북대서양(North Atlantic) 상공에서 형성된 제트기류가 평균보다 많은 폭풍을 뉴잉글랜드 쪽으로 끌어들였고, 여기에 이례적으로 따뜻해진 메인만(Gulf of Maine)과 평년보다 높은 대기 온도가 더해지면서 폭풍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연료’가 충분히 제공됐다.

2025년 12월 19일, 보스턴에서 보행자들이 강한 돌풍에 맞서 몸을 가누고 있다.
매사추세츠 로웰 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 Lowell)의 기후과학 교수 매튜 바로우(Mathew Barlow)는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에 따르면 “보스턴이 유난히 바람이 강한 이유는 북대서양의 폭풍 활동이 집중되는 지역 인근에 위치한 해안 도시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의 바람 증가 폭은 기후 변화로 인해 폭풍의 최대 강도가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관측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다와 대기가 따뜻해질수록 폭풍이 성장하고 강해질 수 있는 공간과 에너지가 더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시민들 역시 체감적으로 이 변화를 느껴왔다. 강풍과 돌풍에 대한 불만과 짜증 섞인 메시지가 지역 사회 곳곳에서 오갔고, 이제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치까지 제시됐다.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Logan Airport)에서 공식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36년 이후, 2025년은 평균 돌풍 속도가 시속 30.6마일로 가장 강한 해로 기록됐다. 이는 보스턴의 장기 평균인 약 시속 23마일보다 거의 8마일이나 높은 수치다.

로건 공항의 평균 돌풍 속도는 2025년에 시속 30마일을 넘어 가장 높게 기록되었다. 국립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의 기록은 193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건 공항에서 시속 30마일 이상의 돌풍이 관측된 날 수는 평년보다 거의 100일이나 많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강풍 일수’의 급증이다. 지난해 로건 공항에서는 시속 30마일 이상의 돌풍이 관측된 날이 165일에 달했다. 이는 1936년 이후의 연평균과 비교하면 거의 100일, 즉 3개월 이상이 더 많은 수준으로, 평년의 약 2.5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조차 “이례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극단적인 기록이다.
더 강한 바람도 자주 나타났다. 2025년 보스턴에서는 시속 60마일 이상의 돌풍이 5일이나 발생했는데,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1977년, 2011년, 2012년에 각각 4일이었다. 보통 보스턴에서 시속 60마일 이상의 돌풍은 1년에 한 번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5년 보스턴 국립기상청(NWS) 관할구에서 발령된 강풍주의보 수는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강풍이 잦아지면서 기상 당국의 경보 발령도 크게 늘었다. 매사추세츠주 노턴(Norton)에 위치한 국립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 사무소는 2025년에 총 44차례의 강풍주의보(wind advisory)를 발령했다. 강풍주의보는 최소 1시간 이상 지속풍속이 시속 30마일 이상이거나, 지역에 따라 시속 40~45마일 이상의 돌풍이 예상될 때 내려진다. 지난해에는 특히 돌풍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았다. 44회라는 수치는 2020년과 같은 수준이지만, 지난 20년 중 가장 많았던 2008년의 56회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일반 시민들이 흔히 혼동하는 ‘풍속’과 ‘돌풍’의 차이도 강조한다. 풍속은 최소 2분 동안의 평균적인 바람의 흐름을 의미하는 반면, 돌풍은 수초에서 최대 30초 정도 지속되는 순간적인 강한 바람의 폭발을 기록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과 피해는 돌풍이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체감상으로는 평균 풍속보다 돌풍 수치가 훨씬 중요하다.

2025년 11월 17일, 뉴잉글랜드 북동쪽의 강한 저기압과 남서쪽의 고기압이 맞물리면서 돌풍성 바람이 불어 닥쳤다.
보스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2025년에는 거의 모든 뉴잉글랜드 주요 도시들이 평균 돌풍에서 역대 기록에 근접하거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역 전반의 대기 흐름과 해수 온도가 동시에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강풍의 근본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뉴잉글랜드를 잇따라 통과한 폭풍 경로는 특히 불리하게 형성됐다. 제트기류는 상층 대기에서 폭풍의 이동 경로를 조종하는 ‘항공 관제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약한 라니냐(La Niña) 현상과 북대서양에 자리한 평년보다 강한 고기압이 결합되면서 제트기류가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흐르는 형태로 고정됐다. 이로 인해 보스턴을 포함한 뉴잉글랜드는 폭풍의 ‘거친 쪽’에 계속 노출됐다.

메인만(Gulf of Maine)은 2025년 대부분 기간 동안 평년보다 따뜻했고, 2010년 이후로도 대체로 평년보다 높은 수온을 유지해왔다.
폭풍이 캐나다 쪽으로 이동하면서 기압 차이가 커지고, 그 과정에서 바람은 더욱 강해졌다. 특히 폭풍이 따뜻해진 메인만 위를 지날 때는 바다에 저장된 추가 열에너지를 흡수해 급격히 세력을 키웠다. 개별 폭풍이 얼마나 강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정밀한 수치는 없지만, 기상 전문가들은 체감적으로도 “평소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깊어지는 저기압과 커지는 기압 경도(pressure gradient)는 곧바로 강풍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공식이기 때문이다.
메인만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따뜻한 해역 중 하나로 꼽히는데,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평균보다 높은 수온을 유지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거의 1년 내내 해수면 온도가 평년치를 웃돌았다. 지구 온난화는 강수나 폭설 같은 현상뿐 아니라, 바람과 폭풍의 강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2025년이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면 2026년에도 이런 강풍이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다만 올해 봄으로 갈수록 라니냐가 약화되고 중립 상태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트기류의 변동성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이 세운 ‘역대급 강풍의 해’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보스턴과 뉴잉글랜드는 이제, 바람이 만들어낼 새로운 기후 현실에 대비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