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 채용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이 지원서 작성과 서류 전형 선별 과정에 깊숙이 활용되면서 채용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지원자와 기업 모두가 AI를 ‘서류 전형을 통과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채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AI 활용과 함께 인간의 판단과 책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AI 채용 시대의 명암,
보스턴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
지원은 쉬워졌지만, 인간은 멀어졌다
보스턴(Boston) 지역 채용 시장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채용 효율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공정성·윤리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원자와 기업 모두 AI를 적극 활용하는 가운데, 기술이 채용 과정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스턴대학교(Boston University, BU) 3학년에 재학 중인 루카 피에카르스키(Luca Piekarski)는 AI 기반 구직 플랫폼 스타트업 ‘어센디아(Ascendia)’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 프리 프레스(The Daily Free Press)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는 “주변에서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원서를 작성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AI가 이미 구직 과정의 표준 도구가 됐다고 밝혔다.
피에카르스키는 어센디아가 단순 자동화가 아닌 ‘전략적 활용’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작위 지원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이력서를 만들고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직무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업 측에서도 AI 활용은 이미 일상화됐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채용 소프트웨어 기업 불혼(Bullhorn)은 전 세계 1만 개 이상의 인력·채용 회사에 AI 기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불혼의 제품 마케팅 디렉터 니콜 크렌스키(Nicole Krensky)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모든 지원자를 직접 인터뷰할 수 없다”며 AI가 초기 선별 단계에서 필수적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현재 많은 기업은 지원자 추적 시스템(ATS, Applicant Tracking System)과 AI 평가 인터뷰를 활용해 최소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지원자들 역시 AI를 ‘통과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스턴 채용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이 지원서 작성과 서류 전형 선별 과정에 깊숙이 활용되면서 채용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지원자와 기업 모두가 AI를 ‘서류 전형을 통과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채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AI 활용과 함께 인간의 판단과 책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BU 2학년 리시 바이디야(Rishi Vaidya)는 ATS에 잘 인식되도록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조정하고 있다. 그는 “지원자는 이제 기업뿐 아니라 AI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끊임없이 계산해야 한다”며 “이 구조에서 누군가는 유리해지고, 누군가는 쉽게 탈락한다”고 말했다.
커리어 코치 제인 매트슨(Jayne Mattson)은 AI 의존도가 과도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AI는 실질적 성과가 부족한 이력서도 훌륭한 문서처럼 바꿀 수 있다”며, 키워드 조작을 통해 자격 미달 지원자들이 대거 1차 전형을 통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검증되지 않은 지원서에 과부하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크렌스키 역시 “부풀려진 이력서를 가진 지원자가 일부 선별 과정을 통과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AI가 절약해주는 시간과 효율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감수할 만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한편 AI는 채용 공고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BU 퀘스트롬 경영대학의 엠마 와일스(Emma Wiles) 교수는 실제 채용 의사 없이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올리는 ‘유령 채용 공고(ghost postings)’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덕분에 기업들이 이런 공고를 훨씬 쉽게 게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와일스 교수는 일부 지원자들이 ATS를 속이기 위해 이력서에 보이지 않는 문구를 삽입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AI에게 특정 평가를 지시하는 문장을 숨겨 넣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활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사용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매트슨은 “AI는 출발점으로 활용하되, 반드시 자신의 언어와 경험을 담아야 한다”며 “스스로 설명하고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이력서는 진짜가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