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토피아 2(Zootopia 2)’는 전작보다 순하고 안전한 이야기로 돌아왔으며, 주디와 닉의 콤비 플레이에 의존하는 대신 사회풍자적 요소는 크게 약화됐다. 뱀의 도시 유입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도 전편의 활기와 과감함은 줄어들었지만, 시각적 매력과 가족 관객을 위한 재미는 여전히 유지된다. 디즈니가 공개한 이미지로, ‘주토피아 2(Zootopia 2)’의 한 장면에서 제이슨 베이트먼(Jason Bateman)이 목소리를 맡은 닉 와일드(Nick Wilde·왼쪽)와 지니퍼 굿윈(Ginnifer Goodwin)이 연기한 주디 홉스(Judy Hopps)가 등장한다. (Disney)
더 순해진 ‘주토피아 2(Zootopia 2)’, 9년 만의 귀환
사회풍자 대신 ‘토끼-여우 콤비’의 케미에 집중한 디즈니의 안전한 선택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기적이라 불린 ‘주토피아(Zootopia)’가 9년 만에 속편 ‘주토피아 2(Zootopia 2)’로 돌아왔다. 1편이 인종과 편견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주제를 동물 도시라는 설정으로 기발하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던 만큼 속편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전작만큼의 신선함과 과감함을 보여주기보다는 한층 순해진 접근을 택해 전반적으로 안전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주토피아 2(Zootopia 2)’ 예고편.

‘주토피아 2(Zootopia 2)’ 포스터.
속편은 주디 홉스(Judy Hopps·지니퍼 굿윈 Ginnifer Goodwin)와 닉 와일드(Nick Wilde·제이슨 베이트먼 Jason Bateman)라는 인기 콤비의 호흡에 의존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기꾼 여우에서 경찰이 된 닉, 이상주의 경찰관 주디의 조합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도시 전체를 관통하던 전작의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는 크게 약화됐다. 페넥여우 피닉(Finnick·고 토미 리스터 주니어 Tommy Lister Jr.)의 등장도 짧아졌고, 누드주의 야크를 연기했던 토미 총(Tommy Chong) 같은 개성 강한 조연 캐릭터들은 아예 사라졌다. ‘주토피아에도 어느새 젠트리피케이션이 찾아온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만큼 분위기는 깔끔하고 얌전해졌다.

디즈니가 공개한 이미지로, ‘주토피아 2’의 한 장면에서 제이슨 베이트먼(Jason Bateman)의 닉 와일드와 지니퍼 굿윈(Ginnifer Goodwin)의 주디 홉스가 등장한다. (Disney)
이번 속편의 주제는 ‘다름을 인정하는 법’으로 압축된다. 범인을 쫓다가 도시 곳곳에 피해를 일으킨 주디와 닉은 버거우 경찰서장 보고(Police Chief Bogo·이드리스 엘바 Idris Elba)의 명령으로 ‘문제 파트너 상담’에 참석하게 되고, 여기에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그러던 중 두 주인공은 주토피아의 근간과 관련된 새로운 비밀을 발견한다. 뱀은 도시 출입이 금지돼 있다는 사실, 그리고 도시 100주년을 앞두고 ‘뱀 잠입 사건’의 증거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주토피아의 창립 역사로 뻗어간다. 등장하자마자 귀여움을 앞세우는 뱀 게리 더스네이크(Gary De’Snake·케이 후이 콴 Ke Huy Quan)는 다소 작위적이지만, ‘뱀도 나쁘지 않다’는 전개는 디즈니 특유의 온화한 톤을 견지한다.

디즈니가 공개한 이미지로, 케이 후이 콴(Ke Huy Quan)이 목소리를 맡은 게리 더스네이크(Gary De'Snake)가 ‘주토피아 2’의 한 장면에서 등장한다. (Disney)
줄거리는 1940년대 누아르 영화 ‘차이나타운(Chinatown)’을 연상시키는 오래된 음모로 이어지며, 도시의 기후를 나누는 장벽을 관리해온 삵(lynx) 가문 ‘링슬리(Lynxley)’의 은밀한 비밀이 드러난다. 가문의 일원 파우버트 링슬리(Pawbert Lynxley·앤디 샘버그 Andy Samberg)조차 내부의 부정한 움직임을 의심하며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한다. 한편 영화는 풍부한 세계관 확장을 위해 다양한 지역과 새로운 캐릭터들을 선보인다. 샤키라(Shakira)는 다시 한 번 팝스타 가젤(Gazelle)로 등장하고, 포춘 핌스터(Fortune Feimster)는 비버 팟캐스터 니블스 메이플스틱(Nibbles Maplestick), 패트릭 워버튼(Patrick Warburton)은 긴 갈기의 말 시장으로 합류한다. 주디와 닉은 뉴올리언스를 연상시키는 파충류 친화 지구부터 눈 덮인 툰다타운(Tundatown)까지 도시 밖의 다양한 장소를 넘나든다. 그러나 정작 전편의 가장 큰 매력인 ‘포유류 대도시의 활기’는 다소 희미해졌고, 속편은 오히려 도시 외곽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편과 다른 리듬을 만든다.

디즈니가 공개한 이미지로, 패트릭 워버튼(Patrick Warburton)이 목소리를 맡은 윈드댄서 시장(Mayor Winddancer)이 ‘주토피아 2’ 장면에서 등장한다. (Disney)

디즈니가 공개한 이미지로, 샤키라(Shakira)가 목소리를 연기한 가젤(Gazelle)이 ‘주토피아 2’의 한 장면에 등장한다. (Disney)

디즈니가 공개한 이미지로, 레이먼드 S. 퍼시(Raymond S. Persi)가 연기한 플래시 슬로스모어(Flash Slothmore)가 ‘주토피아 2’의 한 장면에서 등장한다. (Disney)
닉 와일드는 여전히 영화의 핵심이다. 제이슨 베이트먼의 연기는 특유의 비꼬는 유머와 따뜻한 속내를 가진 캐릭터를 통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연기와 대사는 영화의 웃음을 책임지는 주요 요소로, 여전히 속편의 가장 큰 힘이다. 다만 경찰이 된 후의 닉은 ‘야생성’이 줄어들어 전작의 자유롭고 엉뚱한 매력이 약해진 느낌을 준다. 결국 ‘주토피아 2’는 전편과 비교하면 덜 과감하고 덜 도발적이며, 속편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길들여진 분위기를 풍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각적으로 뛰어나고, 가족 관객이 즐기기에 충분한 모험과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두루 갖추고 있다. 디즈니의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와 주디·닉 콤비의 탄탄한 케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이 시점,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도 다양한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다. 예컨대 AMC Boston Common 19(175 Tremont Street, Boston, MA 02111)에서는 ‘주토피아 2’의 상영이 확인되며, AMC Causeway 13(60 Causeway St., Boston, MA 02114) 등에서도 예매가 가능하다. 가까운 곳에서 영화를 찾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