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링턴(Arlington)의 100년 된 ‘캐피털 시어터(Capitol Theatre)’는 변화하는 관람 환경과 스트리밍 시대 속에서도 오래된 구조와 전통적 운영 방식으로 지역 관객의 사랑을 계속 받고 있다. 극장은 최근 직원들이 구성한 새 운영진 체제로 넘어가며 회고전과 보존 노력을 이어가고, 독립 극장으로서 다음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알링턴의 캐피털 시어터.
100년을 맞은 극장, 다시 살아나는 스크린의 시간
알링턴 ‘캐피털 시어터’, 한 세기를 건너온 독립극장의 생존기
매사추세츠 애비뉴(Massachusetts Avenue)의 비교적 조용한 거리에 자리 잡은 알링턴(Arlington)의 ‘캐피털 시어터(Capitol Theatre)’가 오는 11월 25일 개관 100주년을 맞는다. 오토 피자(Otto Pizza)와 케브라다 베이커리(Quebrada Bakery) 사이에 자리한 이 극장은, 영화 관람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지난 한 세기 동안 수차례의 변화를 겪으며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1925년 건립 당시 1,600석 규모로 파이프 오르간과 화려한 프로시니엄(proscenium)을 갖춘 단관 극장이었던 이곳은 1980년대 관객 취향 변화에 따라 6개관으로 분리되는 멀티플렉스 구조로 탈바꿈했다.
캐피털 시어터 운영 담당자 제이미 매트첸(Jamie Mattchen)은 지역 공영 라디오 WBUR 최근 보도에서 “리클라이닝 좌석도 없고 로봇에게 팝콘을 주문할 수도 없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 점”이라고 말했다. 상영관의 자유석 배치, 표 판매 창구, 원형 아치 천장의 장식적 구조 등 현대 극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요소들은 여전히 과거 극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왼쪽: 1920년대 중반 알링턴의 캐피털 시어터 외부 사진 (CSB 시어터스). 오른쪽: 2025년 11월 알링턴의 캐피털 시어터 외부 사진.

신문 스크랩 사진에 캐피털 시어터 내부의 프로시니엄이 보인다. (CSB 시어터스)
극장은 100주년을 맞아 지난 9월부터 회고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1925년작 ‘골드 러시(The Gold Rush)’를 시작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스팅(The Sting)’, ‘E.T.’ 등 시대별 대표작을 연대순으로 상영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25일 생일 당일에는 ‘카사블랑카(Casablanca)’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매트첸은 이번 회고전이 단순한 명작 재상영이 아니라, 체인 극장의 확산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 속에서도 이 독립 극장을 지켜낸 사람들의 노력을 지역사회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캐피털 시어터는 1925년 부동산 개발업자 알버트 J. 로카텔리(Albert J. Locatelli)가 건립했다. 당시 건축 비용은 약 50만 달러로, 현재 가치로 9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이었다. 개관 직후 지역 신문 ‘알링턴 애드보킷(Arlington Advocate)’은 극장 로비를 “꿈같은 아름다움과 웅장함”이라고 표현했으며, 유성영화가 등장하기 전이었던 만큼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매 상영 때마다 더해지며 사실상 하나의 공연으로서 영화를 선보였다. 무대 위에 그려졌던 마을 문장 등 일부 장식은 세월 속에 사라졌지만, 당시 장식적 구조물과 오르간 일부는 여전히 극장 곳곳에 남아 있다.

1925년 캐피털 시어터 개관 몇 주 후의 신문 스크랩. (CSB 시어터스)
극장은 주로 영화관으로 운영됐지만 버드빌(vaudeville) 공연 무대로도 활용됐다. 개관 직후 상영된 작품은 ‘세이틴 인 세이블스(Satan in Sables)’로, 러시아 귀족과 얽히는 한 젊은 여성의 비극적 이야기를 담은 무성영화였다. 극장의 소유주는 시간이 지나며 여러 차례 바뀌었다. 1940년대에는 아더 F. 비아노(Arthur F. Viano)가 극장을 인수해 운영했고, 그의 가족은 1979년까지 극장을 유지했다. 이후 극장은 멜빈 프레이먼(Melvin Fraiman)에게 넘어갔고, 프레이먼은 극장을 아파트로 개조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경쟁력 유지를 위해 단관을 6개관으로 나누는 대규모 개조를 진행했으며, 당시 발코니와 1층 후면은 각각 두 개의 상영관으로, 버드빌 분장실은 초소형 상영관으로 바뀌었다.
프레이먼 가족은 40여 년 동안 극장을 운영하다가 올해 5월, 직원들이 구성한 ‘CSB 시어터스(CSB Theatres)’에 극장을 넘겼다. 새 소유주에는 매트첸과 마케팅 디렉터 리즈 아라가오(Liz Aragao), 이언 저지(Ian Judge)와 제이 오리어리(Jay O’Leary)가 포함돼 있다. 매트첸은 2008년부터 극장의 총지배인으로 근무해 왔으며, 극장을 공동 소유하게 된 것은 “인생의 업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 역사 속의 한 조각이 이제는 내 몫이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여성이 알링턴의 캐피털 시어터 창문에 붙은 영화 상영 시간을 보고 있다.

알링턴의 캐피털 시어터 매점에서, 낮 공연 관객들이 상영 전에 음식과 음료를 구매하고 있다.

극장은 변했지만, 원래의 무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새 소유주들이 직면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매트첸은 “예전에는 근처 극장에서 상영 중이면 같은 작품을 틀 수도 없었지만, 이제는 스트리밍이 모든 규칙을 바꿔 버렸다”며 “극장의 독점 상영권이라는 개념도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100년 된 건물을 유지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는 끈기 있는 팀이고 이 극장을 앞으로 100년 더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매트첸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은 우리에게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세월 속에서 지켜온 문화의 한 조각”이라며 “어떤 선택이 개인에게 더 이익이 되더라도, 우리는 이 극장을 떠날 수 없고 떠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손에 쥔 것은 단순한 열쇠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100년 동안 지켜온 기억의 무게”라며 “캐피털 시어터는 과거를 품은 채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계속 살아 있을 것이며, 그 역사를 다음 세대로 넘기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