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 전역에서 주정부의 대형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설 추진이 본격화되자, 주민들은 화재 위험과 환경 오염 가능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신 배터리 기술의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지역사회 불신과 정보 혼란이 프로젝트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참고이미지)

 

 

 

 

 

매사추세츠, 대형 배터리 시설 곳곳서 제동

주민들 “화재·수질오염 위험”…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난기류

 

 

 

 

 

매사추세츠주가 전력망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대형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역사회 곳곳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화재 위험과 환경 오염 가능성을 이유로 대규모 배터리 시설 유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주정부의 에너지 전환 전략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스터 카운티(Worcester County)의 오캄(Oakham)이다. 인구 약 1,900명의 조용한 농촌 마을인 이곳은 대규모 배터리 시설 반대 운동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폐 자동차 야적장 부지에 리튬이온 배터리 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알려지자 마을 곳곳에는 반대 팻말이 내걸렸고, SNS에서는 외국 배터리 시설 화재 사진과 함께 위기감을 조성하는 게시물이 잇따랐다.

 

개발사 라인랜드 에너지(Rhynland Energy)가 제안한 오캄 프로젝트는 테슬라(Tesla) ‘메가팩(Megapack) 2 XL’ 296기 규모로, 출력 180메가와트를 갖춰 약 14만 가구에 4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이다. 주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 대규모 배터리 인프라의 모델로 꼽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오캄(Oakham) 도로변에 설치된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설 건립 반대 표지판들.

 

 

 

지난 10월 열린 주민 공청회에는 200여 명이 참석해 에너지 시설 입지위원회(Energy Facilities Siting Board)에 우려를 쏟아냈다. 주민들은 소음, 경관 훼손,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가장 큰 불안은 “화재”였다.

 

발언에 나선 주민 사라 피터슨(Sarah Petersen)은 보스턴 공영 라디오 방송 WBUR 11월 20일 보도에서 “다른 주의 유사 시설 화재가 독성 가스를 배출하고 대규모 비상 대응을 초래한 사례가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이어 주민 리사 킬릭(Lisa Killick)도 같은 보도에서 해당 시설이 웨어 리버 유역(Ware River Watershed) 인근에 자리하게 되면 동부 매사추세츠 주요 상수원인 콰빈 저수지(Quabbin Reservoir)에 잠재적 위험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우려 배경에는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카운티(Monterey County)의 모스 랜딩(Moss Landing) 배터리 시설 화재 사례가 있다. 지난해 발생한 화재로 약 1,500명이 대피했고, 불은 며칠간 이어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후 두통과 코피 등을 호소했다. 다만 카운티가 실시한 연방·독립 기관의 대기 분석에서는 “공중보건에 영향 없음”으로 결론났고, 주변 습지에서 일시적으로 중금속 농도가 높게 나온 사례도 있었으나 반경 10마일 내에서는 추가 오염이 확인되지 않았다.

 

 

2017년 촬영된 이 사진은 오캄(Oakham) 콜드브룩 로드(Coldbrook Road)에 있던 이전 폐차장을 보여준다. 현재 빈 부지에 재생에너지 개발업체가 180메가와트(MW) 규모의 배터리 저장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제안했다.

 

오캄(Oakham) 이전 자동차 폐차장 부지에 라인랜드 에너지(Rhynland Energy)가 건설을 제안한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조감도.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현재의 기술 수준과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전력연구소(EPRI)의 스테파니 쇼(Stephanie Shaw) 수석 기술책임자는 모스 랜딩은 실내 설치·구형 설계 등 안전성 기준이 현행과 달랐다고 설명한다. 최근 대형 배터리는 대부분 실외에 개별 화재 차단 기능을 갖춘 모듈로 설치되며, 기술 발전으로 2018~2024년 글로벌 배터리 고장률은 98%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배터리 화학 조성 또한 현재는 보다 안전성이 높은 인산철(LFP) 기반이 주류로, 니켈·망간·코발트(NMC) 계열을 사용했던 모스 랜딩보다 화재 위험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럼에도 주민 반대는 매사추세츠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스턴(Boston), 티웩스버리(Tewksbury), 아가왐(Agawam), 웨스트필드(Westfield), 웬델(Wendell), 피츠필드(Pittsfield) 등지에서도 비슷한 반대 운동이 잇따랐다. 2024년 이후 취소된 대형 배터리 프로젝트만 최소 4건에 달한다.

 

 

오캄(Oakham) 주민 바바라 레슈힌스키(Barbara Wreschinsky)가 10월 16일 열린 에너지 시설 입지위원회(Energy Facility Siting Board) 회의에서 발언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메인(Maine)주 이스트 밀리노켓(East Millinocket)에 설치된 테슬라(Tesla) 메가팩(Megapack)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환경단체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역 반발이 기후 목표 달성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매사추세츠주는 2030년까지 최소 5,000메가와트의 에너지 저장 설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태양광·풍력 발전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피크 부하 시 가동되는 고비용·고오염 발전소 의존도를 줄이는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주정부 에너지·환경부 마이크 저지(Mike Judge) 차관은 “배터리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전력망 비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인 인프라 확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피크 수요를 낮추면 전주·변전소 등 신규 시설 건설을 억제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요금 인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오캄 주민 매튜 브로더릭(Matthew Broderick)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리스크가 아무리 작아도 지역사회에는 부담”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한다. 그는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우려가 커지며 “대형 배터리는 인구 밀집지역은 물론, 보통의 거주 지역에도 부적절하다고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후전환연맹(Alliance for Climate Transition) 조 커터톤(Joe Curtatone) 회장은 “새 기술에 대한 불안은 자연스럽지만, 온라인에서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며 실체적 위험이 과장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 논쟁을 넘어 ‘사실과 허위의 싸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