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과 원자력 협력 확대 약속을 받아냈지만, 실제 권한 범위와 연료 조달 등 구체적 사항은 후속 협상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 ‘핵잠’ 승인 확보, 실무 협상은 이제부터
한미 팩트시트로 정책적 공감대 확인,
국내 건조·원자력 협력 등 디테일 후속 논의 주목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과 한-미 원자력 협력 확대 약속을 받아냈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첩첩산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14일 발표된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양국의 정책적 공감대를 확인했지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후속 협의에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내용은 한겨레 11월 15일 보도를 통해 상세히 전해졌다.
이번 합의에서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미국은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지지하며,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기로 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잠항과 고속기동, 낮은 소음 등 기존 디젤 잠수함보다 월등한 작전 능력을 갖추는 장비로, 우리 정부는 30년 이상 이를 확보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상 미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한 사항들을 이번 협상에서 최대한 확보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를 주면서 비확산 제재 속에서도 핵심 권한을 받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동 팩트시트는 ‘총론적 합의’일 뿐 실질적인 권한 범위와 구체적 조건은 후속 협의로 남겨두었다. 위성락 실장은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핵추진 잠수함 연료 조달과 관련해 ‘지지’와 ‘협력’이라는 표현만 합의됐을 뿐, 디테일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연료 문제는 별도 협정 체결이 필요하며, 군사적 목적 이용은 기존 한-미 원자력 협정 범위를 넘어서는 사안이라 추가 조율이 불가피하다.

장영실급 잠수함은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된 3,600톤급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10셀 수직발사체계(VLS)를 장착해 장기간 잠항 능력과 정밀 타격 성능을 갖춘 전략 자산이지만, 핵추진 잠수함과 달리 장기 잠항과 고속 기동력에는 한계가 있다.
핵잠수함 건조 위치는 한국 국내를 전제로 논의가 진행됐다. 위 실장은 “논의 과정에서 미국에서 건조한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으며, 핵연료 관련 협조 요청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동맹 현대화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며, 미래연합사 운용능력 검증 2단계를 2026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국방비 GDP 3.5% 증액, 2030년까지 2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 주한미군 지원 330억 달러 등 세부 내용이 포함됐다. 위 실장은 “330억 달러는 토지 공여, 전기·수도 사용료 등 직·간접 비용을 모두 포함한 최대치”라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핵추진 잠수함 승인 및 원자력 협력 확대에 대해 외신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승인 사실은 UPI 등 해외 언론에 보도되며 “폭넓은 무역·안보 합의의 일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깊은 신뢰에는 아직 의문이 남는 모습도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한국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 건조하겠다”고 밝힌 발언 사이에 외신들이 ‘메시지 불일치(conflicting messages)’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이 핵 잠수함 기술을 확대하는 결정을 두고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외신은 내부적으로 실제 연료 조달과 건조 등을 위한 구체적 협약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별도 협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 확보와 원자력 협력 확대를 위한 국제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실제 권한 범위와 군사적 활용, 후속 협정 체결 등은 앞으로 계속되는 협상에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