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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잉글랜드의 거대 호박 재배자들은 매년 톱스필드 박람회에서 수개월간 정성 들여 키운 호박의 무게를 겨루며 열정과 인내, 공동체 속 경쟁을 체험한다. 지난달 이른 아침, 거대 호박 재배자 스티브 코널리가 약 1,500파운드(약 680kg) 정도 나갈 것으로 추정되는 호박의 덮개를 걷었다.

 

 

 

 

거대한 호박의 계절,

뉴잉글랜드의 ‘호박 슈퍼볼’이 열리다

무게 2,500파운드(약 1,134kg)의 거대 호박이 탄생하기까지,

열정과 인내, 그리고 공동체로 엮인 경쟁의 세계

 

 

 

 

 

가을의 향기가 짙어지는 10월, 미국 뉴잉글랜드(New England)의 들판은 또 한 번 거대한 호박들의 향연으로 물든다. 붉게 물든 단풍 아래에서 거대한 호박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이 시기, 매사추세츠주 톱스필드(Topsfield)에서는 ‘거대 호박 대회’가 열린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해마다 기다려지는 전통 축제이자, 재배자들에게는 일 년간의 노력을 시험받는 ‘호박의 슈퍼볼’이다.

 

가을 아침, 매사추세츠주 셰런(Sharon)의 한 주택 마당에서 스티브 코널리(Steve Connolly·70)는 촘촘히 얽힌 덩굴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며 호박밭을 돌본다. WBUR(미국 보스턴 공영라디오) 10월 17일 보도에서 그는 “이곳은 일종의 성역이에요. 이 호박들은 낯선 방문객을 별로 반기지 않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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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거대 호박 재배자 스티브 코널리가 약 1,500파운드(약 680kg) 정도 나갈 것으로 추정되는 호박 근처에서 손수레를 밀고 있다.

 

 

 

코널리는 수십 년째 ‘거대 호박’을 재배해온 베테랑으로, 지금까지 그가 키운 최대 크기의 호박은 무려 2,200파운드(약 998kg)에 달한다. 이는 2016년형 도요타 야리스(Toyota Yaris) 한 대의 무게와 맞먹는다. 그는 “거대한 호박을 키운다는 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종의 집념”이라고 말했다.

 

뉴잉글랜드 지역은 화려한 단풍과 함께 ‘거대 호박 재배’ 문화로도 유명하다. 매년 수백 명의 재배자들이 자신이 키운 호박의 무게를 겨루며, 그들의 최종 무대는 바로 톱스필드 박람회(Topsfield Fair)다. 이곳에서 최고의 호박이 선정되고, 우승자는 상금과 함께 ‘지역의 자랑’이 된다.

 

거대 호박 재배의 역사는 캐나다의 하워드 딜(Howard Dill)에서 시작됐다. 그는 1970년대에 유전적으로 개량된 씨앗으로 약 500파운드(약 227kg)의 호박을 재배했고, 그 품종 ‘애틀랜틱 자이언트(Atlantic Giant)’는 오늘날 전 세계 거대 호박의 조상이 되었다. 이후 1980~90년대 들어 경쟁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 호박 재배가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최근 영국의 쌍둥이 형제가 2,800파운드(약 1,270kg)가 넘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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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코널리, 그가 거대 호박을 재배하는 호박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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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필드 박람회에서 무게를 재기 위해 호박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코널리가 처음 거대 호박에 매료된 것은 1983년 톱스필드 박람회에서였다. 그는 “당시 본 첫 거대 호박은 200파운드쯤 되었는데, 커다랗고 아름다운 주황색 구체가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전국 각지의 대회에서 우승과 입상을 거듭하며 ‘거대 호박 재배 명예의 전당(Giant Pumpkin Growers 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명성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 시즌을 “임신 중인 부모의 마음”으로 맞이한다고 말했다.

 

코널리는 매일 새벽, 덮개를 걷고 덩굴을 정리하며, 정해진 양의 영양제와 물을 공급한다. “이 아이들은 마치 먹성 좋은 십대 같아요. 원하는 걸 다 주면 엄청나게 자라죠.” 그러나 물이나 영양분을 너무 많이 주면 성장 속도가 빨라져 갈라질 위험이 있다. 세심한 균형이 재배의 핵심이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다. 코널리는 이번 시즌에도 쥐의 침입으로 1,000파운드(약 453kg)가 넘는 호박을 잃었고, 박람회 출품을 위해 정성 들인 또 다른 호박은 토양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사했다. “그게 바로 이 경기의 본질이에요.”

 

톱스필드 박람회의 심사위원이자 재배자인 조지 후미스(George Hoomis)는 “이 모든 호박이 탁구공만 한 씨앗에서 출발했다. 90일 만에 이렇게 자란다는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매년 박람회 현장은 그런 ‘기적’을 직접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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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스웬슨, 톱스필드 박람회에서 자신의 호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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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노엘, 톱스필드 박람회에서 1등을 차지한 자신의 호박과 함께.

 

 

 

젊은 세대의 재배자들도 도전에 나선다. 톱스필드 출신의 23세 헨리 스웬슨(Henry Swenson)은 13세 때부터 박람회에 참가해왔다. 작년에는 1,349파운드(약 612kg)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올해는 토양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그의 호박은 848파운드(약 385kg)에 그쳤지만, 그는 “올해 초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줄 알았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코네티컷(Connecticut) 출신의 알렉스 노엘(Alex Noel)도 도전장을 냈다. 그는 세 개의 호박을 심어 두 개를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하나도 건지지 못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이 정도면 훌륭한 결과입니다.” 노엘은 어릴 적부터 호박을 사랑했지만 대학 시절 재배를 멈춘 후 우울증을 겪었다. 다시 호박을 키우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고, “씨앗 하나를 다시 심은 순간 인생이 바뀌었다”며 웃었다.

 

노엘은 올해 톱스필드 박람회에서 2,507파운드(약 1,137kg)의 거대 호박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박람회 역사상 최고 기록이자 코네티컷 주 신기록이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완벽한 하루예요.” 그의 멘토는 바로 스티브 코널리였다. 노엘은 “이건 우정 어린 경쟁이에요. 결국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 이깁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우승의 기쁨 속에서도 노엘은 한 가지 이유로 더욱 행복했다. 바로 대회 전날, 첫딸 노바(Nova)가 태어난 것이다. 그는 “딸의 생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과 겹치게 됐다. 이제 내 인생은 훨씬 더 흥미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베테랑 재배자 코널리는 이미 내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웃고, 실패를 받아들이세요. 어차피 내년이 또 있으니까요.”라며 여유롭게 말했다.

 

뉴잉글랜드의 가을은 단지 결실의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의 계절이다. 거대한 호박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심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들이 씨앗을 심을 때마다, 또 하나의 기적이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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