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 '새빈 바 앤 키친'이 '화이트리 벌저'와 '스티븐 플렘미'의 머그샷을 전시하면서 지역사회와 피해자 가족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공동 소유주 켄 오셔로는 이를 범죄 찬양이 아닌 건물과 지역의 복잡한 역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보스턴 '새빈 바 앤 키친'에 전시된 '화이트리 벌저'의 머그샷.
보스턴 식당, 화이트리 벌저 사진 전시로 논란
리노베이션 후 등장한 갱스터 사진, 지역사회 반발
보스턴 도체스터(Dorchester) 새빈 힐(Savin Hill)의 새빈 바 앤 키친(Savin Bar & Kitchen)이 악명 높은 범죄자 화이트리 벌저(Whitey Bulger)와 그의 공범 스티븐 플렘미(Stephen “the Rifleman” Flemmi)의 머그샷을 전시하면서 지역사회가 거센 반발에 나섰다. 입구 벽면에 걸린 벌저 사진과 내부 벽에 설치된 플렘미 사진은 최근 셰프 고든 램지(Gordon Ramsay)의 TV 프로그램 시크릿 서비스(Secret Service)를 통해 진행된 식당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설치된 것이다.
공동 소유주 켄 오셔로(Ken Osherow)는 최근 CBS 보스턴과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은 범죄자를 찬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장소의 복잡한 역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사진 아래에 QR 코드를 부착해 방문객이 벌저와 지역 역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폭력이나 범죄를 미화할 의도가 없다. 단지 건물의 과거를 기록하고 해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도체스터의 새빈 바 앤 키친 내부 장식에는 악명 높은 갱스터 제임스 "화이트리" 벌저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이웃들은 1970년대 이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전 소유자가 벌저에게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이유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도체스터에 있는 새빈 바 앤 키친.
하지만 평생 새빈 힐에서 살아온 주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주민 도나 블라이스-맥콜건(Donna Blythe-McColgan)은 “살인자와 갱스터의 얼굴을 걸어둔 식당이 공동체 공간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 사진은 공동체의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모욕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직접적인 피해자 가족에게서도 격한 반응을 불러왔다. 벌저와 플렘미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보스턴 범죄 조직 윈터 힐 갱(Winter Hill Gang)을 이끌며 살인, 마약 거래, 공갈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다. 그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코너스(Edward Connors)는 1975년 도체스터 모리시 대로(Morrissey Boulevard)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당시 그는 지금의 새빈 바 & 키친 자리에 있던 불도그 태번(Bulldogs Tavern)을 운영하고 있었다.
코너스의 아들 팀 코너스(Tim Connors)는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건 극도로 무례하고 역겨운 결정이다.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이자 에드워드의 연인이었던 에벌린 코디(Evelyn Cody) 역시 “벌저는 이 장소와 아무 관련이 없다. 불도그 태번은 에디의 가게였다”며 “벌저의 사진을 걸고 싶다면 그가 활동한 사우스 보스턴(South Boston)에나 걸라”고 밝혔다.

새빈 바 앤 키친의 내부 장식에는 스티븐 "더 라이플맨" 플렘미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은 컬럼비아-새빈 힐 시민협회(Columbia-Savin Hill Civic Association)의 공식 안건으로 논의됐다. 맥콜건과 일부 주민들은 사진 철거 청원을 제안했으며, 협회는 오는 11월 정기회의에서 이를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맥콜건은 “식당이 처음부터 지역사회에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으면 함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화이트리 벌저는 FBI 비공식 정보원으로 활동하면서 범죄 조직을 장악했지만, 1995년 연방 기소 이후 16년간 도주하다 2011년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체포됐다. 그는 2013년 살인 11건을 포함한 조직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 2018년 웨스트버지니아 교도소에서 동료 수감자에게 폭행당해 사망했다. 플렘미는 2004년 10건의 살인을 인정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인테리어 논란을 넘어, “역사를 기록하는 것과 폭력을 미화하는 것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민감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CBS 보스턴과 보스턴 글로브는 이번 논란이 보스턴 공동체의 오래된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