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잉글랜드 마지막 석탄발전소인 뉴햄프셔 메리맥 발전소가 경제성 악화로 당초 계획보다 3년 앞서 가동을 중단했다. 발전소 부지는 향후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결합한 청정에너지 단지로 전환될 예정이다. 지난달 문을 닫은 뉴햄프셔(New Hampshire)의 메리맥(Merrimack) 발전소는 60년 이상 가동된 석탄 화력발전소다.
뉴잉글랜드, 마지막 석탄발전소 문 닫다
경제성 악화로 메리맥 발전소 3년 조기 폐쇄… 청정에너지 단지로 전환 추진
미국 연방정부가 석탄 산업 부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의 마지막 석탄 화력발전소가 당초 계획보다 3년 앞서 지난달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경제적 이유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발전소 부지는 향후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시설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단지로 전환될 예정이다.
폐쇄 대상은 뉴햄프셔(New Hampshire)주 보우(Bow)에 위치한 메리맥 발전소(Merrimack Station)로, 청정에너지 전문 매체 캐너리 미디어(Canary Media)의 10월 7일 보도에 따르면 438메가와트(MW) 규모의 이 시설은 1960년대부터 수십 년간 뉴잉글랜드 전력망의 기저 부하를 담당해 왔다. 그러나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의 급부상으로 석탄발전의 시장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천연가스 발전은 2000년 당시 지역 전력의 15% 미만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절반 이상으로 확대됐고,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한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대 전력 수요를 크게 줄였다. 석탄발전소는 가동 전환 속도가 느려 단기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실제로 메리맥 발전소는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몇 주만 가동됐으며, 2024년에는 지역 전체 전력의 0.22%만 생산했다.

석탄발전 경쟁력 약화와 천연가스·태양광 확대로 메리맥 발전소는 2024년 전체 전력의 0.22%만 생산했다. 이번 폐쇄는 뉴잉글랜드 전력 시장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폐쇄 소식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석탄 산업 부흥책을 발표한 바로 그날 전해졌다. 당시 행정부는 수백만 에이커의 연방 토지를 신규 석탄 채굴지로 개방하고,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6억 2,5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석탄 관련 환경 규제 완화 정책도 병행했다. 미 에너지부는 석탄발전소가 전력망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유지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일부 발전소 폐쇄 시점을 연기해 왔다. 그러나 메리맥 발전소는 연방정부의 제지 없이 조기 폐쇄가 이뤄졌다. 이는 경제적 현실이 정치적 정책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메리맥 발전소의 소유주인 그래나이트 쇼어 파워(Granite Shore Power)는 2024년 3월, 환경단체와의 소송 합의 과정에서 2028년까지 석탄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기 폐쇄는 그 계획의 일환이다. 합의에는 포츠머스(Portsmouth)에 위치한 슐러(Shiller) 발전소도 2025년 말까지 폐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회사는 콘코드(Concord) 인근 400에이커 규모의 메리맥 부지에 120메가와트급 태양광과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결합한 청정에너지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연방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가 이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하고 있다. 시에라클럽 뉴햄프셔 지부의 캐서린 코커리(Catherine Corkery) 지부장은 “석탄 시대의 종말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의 전환 과정이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메리맥 발전소의 폐쇄는 단순히 발전소 하나의 종료가 아니라, 뉴잉글랜드 전력 시장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