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드라 스타일런(Alexandra Styron)은 여행 사진을 SNS에 올리는 행위가 관광지와 지역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을 가속화한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조용히 여행을 즐기고 추억을 개인적으로 간직하는 방식이 장소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책임 있는 태도라고 강조한다.
“휴가 사진, 이제는 올리지 않는다”
SNS 여행 게시물이 부추기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조용한 여행이 새로운 선택으로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에 소개된 한 칼럼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문제에 다시 불을 지폈다. 칼럼의 주인공은 뉴욕(New York) 출신 작가 알렉산드라 스타일런(Alexandra Styron)으로, 그녀는 “아름다운 여행지일수록 조용히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인의 여행 사진 게시가 관광지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녀는 “SNS를 통한 과도한 홍보가 환경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타일런은 최근 남편과 함께 유럽(Europe)으로 도보 여행을 다녀왔다. 풍경은 수려했고, 중세의 흔적이 남은 마을과 목가적인 자연 경관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추억을 위해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예전처럼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올리지는 않았다. 과거에는 아름다운 장면을 공유하고, 때로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앱을 닫고 풍경 자체에 집중했다”며 “사람이 없는 고요한 풍경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 더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8월 31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둘러싼 인파.
마서즈 빈야드의 변화와 SNS의 영향
그녀가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민감하게 느끼게 된 배경에는 미국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인근 섬 마서즈 빈야드(Martha’s Vineyard)의 변화가 있다. 이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 온 그녀는 관광객 증가와 SNS 확산이 지역 환경과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여름철에도 한적했던 도로가 지금은 교통 체증으로 붐비고, 주택난과 환경오염, 박테리아 번식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한때 현지 주민들만 알던 ‘올드 스톤 베이커리(Old Stone Bakery)’의 비공식 야간 도넛 판매는 SNS 확산 이후 ‘백 도어 도넛(Back Door Donuts)’이라는 인기 명소로 바뀌었다. 현재 약 2만2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으로 배송되는 상품이 됐다. 그녀는 “심지어 메넴샤(Menemsha)의 석양조차 해시태그와 셔터 소리 없는 순간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여름철 인구 급증과 관광객들의 게시 열풍이 지역의 본래 모습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전 세계로 번진 ‘관광지의 피로’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에서는 주민들이 관광객 과밀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고, 프랑스 파리(Paris) 루브르 박물관(Louvre)의 모나리자(Mona Lisa)는 셀카봉과 스마트폰에 둘러싸여 관람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관광지가 엽서와 여행서를 통해 서서히 알려졌다면, 이제는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노출된다. 그 결과 관광객이 남기는 경제적 이익보다 환경 파괴, 부동산 가격 급등, 교통 혼잡,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저하 등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
스타일런은 “좋아요(Like)를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지나친 사랑은 결국 관광지를 병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아름다운 장소가 SNS상에서 ‘소비되는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그 지역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일런은 여행 사진 게시가 타인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민하며, 조용히 추억을 나누는 방식이 장소의 매력을 지키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책임 있는 여행의 형태라고 강조한다.
조용한 여행이 남기는 것
그녀는 개인적으로도 여행 사진 게시를 재고하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었다.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호화 여행 사진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 실시간 위치 노출에 따른 안전 문제,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물론 여행 사진이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모두가 이런 충동을 따르게 되면 결국 해당 장소의 매력은 줄어들고, 지역사회는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스타일런은 최근 교환학생으로 유럽의 한 역사 도시로 떠난 딸의 사례를 들며 ‘조용한 공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딸은 SNS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부모에게만 가끔 사진을 보낸다. 그녀는 위치 공유, 구글 스트리트뷰(Google Street View), 상상력을 통해 충분히 그 도시의 모습을 느낀다고 말했다. “굳이 세상에 알리지 않아도 추억은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행자의 SNS 활동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개인의 여행이 과도한 홍보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용히 걷고, 눈과 마음으로 경험을 남기는 방식이 오히려 여행지와 그곳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보스턴 글로브에 실린 스타일런의 칼럼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현대 여행 문화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