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대학교가 4개월간 동결됐던 연방 연구비 4,600만 달러를 다시 지급받으며, 국립보건원(NIH) 연구자금의 일부가 학교 계좌로 돌아왔지만, 장기적인 재정 불확실성과 추가 세제 부담 등으로 하버드 연구 생태계 전체의 압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버드, 동결 풀리며 4,600만 달러 연구비 지급 재개
연방 판결로 NIH 자금 흐름 복원…장기적 재정 압박은 여전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가 4개월간 중단됐던 연방 연구비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미 연방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산하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은 9월 19일(금) 하버드에 약 4,600만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지급했다. 이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단행한 대규모 연구비 동결 이후 처음으로 실제 자금이 학교 계좌로 유입된 사례다.
하버드 대변인 제이슨 A. 뉴턴(Jason A. Newton)은 성명을 통해 “오늘 정오 직전에 4,600만 달러 규모의 연구 자금이 지급됐다”며 “이는 첫 단계이며, 앞으로 모든 연방 기관에서 연구비 지원이 정상적으로 복원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버드크림슨(The Harvard Crimson)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급에는 약 200건의 연구비가 포함됐지만, 이는 하버드가 보유한 1,500건 이상의 NIH 활성 연구비 중 일부에 불과하다. NIH는 하버드 연구 생태계의 최대 연방 지원 기관으로, 2024 회계연도에만 4억8,8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이는 연방 지원금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연구비 지급은 미 연방법원 앨리슨 D. 버로스(Allison D. Burroughs) 판사가 9월 3일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동결 조치를 위헌으로 판결한 지 2주 만에 이뤄졌다. 버로스 판사는 동결된 자금의 지급 재개를 명령했고, 이후 하버드 연구자들은 자금 복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실제 지급은 지난 금요일에야 현실화됐다.
백악관은 판결 직후 항소 의사를 밝혔으나 아직 항소는 제기되지 않았다. 행정부 대변인 역시 향후 항소 계획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이번 자금 재개로 그동안 연구 중단 위기에 놓였던 여러 프로젝트가 다시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제한된 브리지 펀드에 의존하며 연구를 이어가던 연구진들은 이제 핵심 장비와 인력, 실험 자금을 확보하며 프로젝트를 정상 궤도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지급은 특히 롱우드(Longwood) 캠퍼스에 속한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HMS)과 하버드 보건대학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HSPH) 연구진에게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이곳에서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가 축소되거나 중단됐고, 연구자들은 제한된 ‘브리지 펀드(bridge funds)’에 의존해왔다. 4월 이후 학교는 인력 감축을 단행했으며, 연방 자금 차단으로 매년 최대 10억 달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러나 일부 자금이 돌아왔다고 해서 장기적인 재정 압박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연방 예산 삭감과 정치적 우선순위에 따른 자금 재배분을 추진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HMS 학장 조지 Q. 데일리(George Q. Daley)는 연구비 지출을 20%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며 “하버드뿐 아니라 NIH 전반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책임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여름 통과된 대학 기금 과세(endowment tax) 인상도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하버드 기금 수익에 대한 세율이 8%로 오르면서, 매년 2억 달러 이상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이는 연구, 장학금, 교수진 급여 등 다양한 분야에 배분되는 유연 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NIH 외 다른 연방 기관의 연구비 지급도 재개됐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버로스 판결 이후 NIH가 처음으로 하버드에 자금을 지급한 것이며, 지난 7월 일부 연구비가 승인됐으나 당시에는 정부 효율성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백악관과의 합의 부재를 이유로 지급을 차단한 바 있다.
이번 자금 재개는 하버드 연구 생태계 전체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중단 위기에 놓였던 여러 프로젝트가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하버드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계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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