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게이머들은 퍼즐이나 시뮬레이션에 국한되지 않고 공포, 액션, RPG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긴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교류하며 정서적 위로와 사회적 연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성 게이머, ‘코지 게임’만 즐긴다?
공포 게임도 즐기며 60만 시청자와 소통
게임 스트리밍으로 경력을 쌓는 여성 게이머들,
남성 중심 게임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다
영국 출신 게이머 알리스 로차(Alyce Rocha)는 집에서 게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스트리머다. 온라인에서는 ‘알리스카(Alyska)’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녀는 최근 몇 주 동안 1900년대 시칠리아의 마피아 신참이 되어 가상 세계에서의 삶을 방송하며 585,000명의 팔로워와 소통하고 있다.
알리스카는 BBC ‘Woman’s Hour’와의 인터뷰에서 “같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게임을 직접 해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한때 남성 중심의 취미로 여겨졌던 게임 산업은 현재 여성 플레이어가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상 여성은 퍼즐, 전략 게임, ‘심즈(The Sims)’와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같은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을 주로 즐기며, 이를 ‘코지 게임(cosy gaming)’이라 부른다.

비디오 게임 스트리머 알리스카(Alyska)는 게임 분야에서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여성 게이머 물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알리스카는 여성 게이머도 롤플레잉(RPG), 액션, 판타지 어드벤처 게임을 즐긴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공포 게임을 싫어했지만, 시청자들이 제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서 점점 더 하게 되었고, 지금은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의 시청자 구성은 여전히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여성 시청자 비중은 최근 약 10%로 증가했다. 알리스카는 자신을 업계에서 작은 이름으로 평가하면서도 ‘괜찮은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 방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알리스카는 하루 12시간 스트리밍에서 최근 6시간으로 줄였지만, 아침 행정 업무를 포함해 일주일 내내 활동하며 Twitch와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에서 유료 구독자, 광고 수익, 파트너십을 관리한다. Twitch는 표준적으로 수익의 절반을 플랫폼이 가져간다.

트위치(Twitch)와 같은 플랫폼은 영국에서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을 4억 파운드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시켰다.

서바이벌 호러 어드벤처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의 엘리(Ellie)와 같은 캐릭터는 게임 속 여성 묘사가 한층 깊어졌음을 잘 보여준다.
게임 산업은 현재 음악, TV, 영화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올해 영국 내 수익만 약 137억 파운드(약 1조 9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리밍 시장의 시청자는 여전히 남성이 많지만, 여성 게이머들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스포츠 게이머 겸 진행자인 프랭키 워드(Frankie Ward)는 “과거 게임은 남성이 지키던 영역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여성 게이머들은 자신이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한다”고 말했다.
게임 속 여성 캐릭터도 과거의 과도한 성적화 이미지를 벗어나 점점 입체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 ‘블룸(Bloom)’ 등 게임은 여성 캐릭터의 성장, 성 정체성, 신체 이미지 등 현실적 이야기를 담는다.

아다오비(Adaobi), 디앤(Deanne), ‘우먼스 아워(Woman's Hour)’ 진행자 누알라 맥거번(Nuala McGovern), 그리고 이샤(Iesha)
알리스카는 “항상 여성 게이머는 있었지만 조용했다. 지금은 커뮤니티와 여성 스트리머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어린 시절 학교에서 게임하는 여자 친구를 본 적 없던 경험을 떠올렸다.
특히 ‘Black Girl Gamers’ 같은 커뮤니티는 여성 게이머를 연결한다. 2015년 작은 페이스북 그룹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현재 전 세계 10,000명이 넘는 흑인 여성 게이머를 아우른다. 커뮤니티 회원인 이샤(Iesha)는 “게임을 통해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도 했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게임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탈출구 역할도 한다. 디앤(Deanne)은 “그룹과 게임을 하면 온라인에서 받는 성차별적·인종차별적 공격에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룹은 Discord 내 ‘venting’ 채널을 통해 안전하게 감정을 나누고 지원할 공간도 제공한다.
이샤는 “가족의 상실과 슬픔 같은 힘든 시기에 게임이 큰 도움을 줬다”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방송을 보는 경험은 정서적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 모두 어려움을 겪지만, 함께 극복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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