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데삭(Culdesac)은 애리조나 템피(Tempe)에 조성된 미국 최초의 차 없는 현대식 주거 단지로,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도시 생활을 실험하고 있다. 이곳은 지중해식 디자인과 사람 중심의 설계로 공동체적 삶을 촉진하며, 탄소 배출 감소와 도시 열섬 완화 효과까지 보여주고 있다.
차 없는 미국 동네, 지중해 감성에 빠지다
애리조나 템피의 ‘컬데삭(Culdesac)’…보행과 자전거 중심으로 재탄생한 도시 실험
애리조나(Arizona) 템피(Tempe)에 위치한 컬데삭(Culdesac)은 미국 최초로 새롭게 설계된 현대식 차 없는 동네다.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주민 셰릴 머독(Sheryl Murdock)은 이곳 아파트로 걸어가면서 지중해 섬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중앙 광장은 야외 공용 거실 역할을 하며, 자동차 소음 대신 잔잔한 대화 소리와 코른홀(Cornhole) 게임 소리,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낮은 백색 건물 사이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화려한 벽화와 보라빛 부겐빌레아(Bougainvillea)가 눈에 들어온다. 머독은 “마치 그리스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건축가 다니엘 패롤렉(Daniel Parolek)은 컬데삭을 설계하며 지중해 지역,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언덕 마을과 해안 마을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이곳들은 자동차 이전에 지어진 곳이므로 사람 중심으로 설계됐다. 사람들이 왜 이런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하고, 살 수는 없는가?”라고 BBC의 최근 보도에서 설명했다.

애리조나 템피의 컬데삭(Culdesac)은 지중해 마을에서 영감을 얻은 미국 최초의 차 없는 동네로, 주민들은 마치 그리스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 중심의 생활을 누리고 있다. (Credit: Courtesy of Culdesac)
미국의 도시 구조는 사실 자동차와 거래를 한 결과다. 도시 계획자들이 자동차 중심으로 환경을 설계하면서, 교통 체증으로 가득한 광활한 아스팔트 시스템과 단조로운 교외 주거지가 만들어졌다. 자동차 중심 설계는 대도시를 오염시키고, 사회적 고립을 부추기며, 지속 가능성을 낮추고, 여름에는 극심한 더위를 유발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와 시민 의식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보행 친화적 도시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고, 외로움을 줄이며, 삶의 만족도와 신체 건강까지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 노르드하반(Nordhavn)과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 슈퍼블록(Superblocks) 같은 사례처럼,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슬로 트래블, 15분 도시 설계가 확산되고 있다. 컬데삭의 상점, 레스토랑, 야외 시장을 둘러보는 방문객들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미래 도시를 체험할 수 있다.

미국은 자동차 중심 도시로 문제를 겪었지만, 최근에는 코펜하겐과 바르셀로나처럼 보행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가 확산되고 있다. (Credit: Courtesy of Culdesac)
컬데삭은 예상 밖의 장소에서 과감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피닉스(Phoenix) 대도시권 내 교외 지역인 템피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주민들이 사실상 자동차를 필수로 여기는 곳이다. 2023년 컬데삭 첫 주민들이 입주했을 때, 자동차를 허용하지 않는 동네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
패롤렉은 “자동차는 없지만 이동수단은 풍부하다(Car free, but mobility rich)”라고 설명한다. 17에이커 규모의 혼합 용도 지역에는 음식점, 상점, 한국식 편의점, 병원, 개 공원, 수영장, 헬스장,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갖춰져 주민들이 대부분의 편의 시설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동네 바로 앞 경전철(Light Rail) 역을 이용해 피닉스 시내와 공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자율주행 전기 차량 웨이모(Waymo) 로보택시는 더 먼 거리까지 사람들을 태워주며, 아처스 바이크(Archer’s Bikes)에서는 전기 자전거를 대여해 템피 타운 레이크(Tempe Town Lake)나 데저트 보태니컬 가든(Desert Botanical Garden)을 탐험할 수 있다.

자동차 없는 실험적 동네 컬데삭은 주민들이 걸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경전철·로보택시·전기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피닉스 전역을 연결한다. (Credit: Courtesy of Culdesac)
머독은 해양 지속 가능성 연구 박사 후 과정(Postdoctoral degree) 중 컬데삭으로 이주하며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삶을 선택했다. 경전철로 ASU(Arizona State University)까지 10분, 슈퍼마켓까지도 비슷한 시간에 이동 가능하다. 템피는 자전거 친화 커뮤니티(Gold-Level Bicycle Friendly Community)로 지정돼 있어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컬데삭의 공유 전기차를 시간당 5달러에 대여할 수 있다. 머독은 “모든 일을 위해 자동차를 타야 한다는 생각보다 15분 도시 개념이 훨씬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차량 대신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로 이동하면 개인의 연간 탄소 배출량을 2.2~3.6톤 줄일 수 있다. 컬데삭이 완공되면 약 760가구, 1,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연간 약 3,000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여행 정보
- 이동: 피닉스 공항에서 경전철 30분, 시내에서 45분. 차량 방문 시 컬데삭(2025 E Apache Blvd, Tempe) 주차 가능
- 숙박: Moxy Hotel Tempe, FOUND:RE(피닉스 시내)
- 체험: Pip Crafts + Clay 도예, Sew Used 중고 의류 쇼핑, Maricopa Botanicals 정원용품 쇼핑
- 음식: Cocina Chiwas(멕시코 치와와 요리), El Jardín Chiwas 계절 맥주정원, Navajo 블루 콘 크루아상
- 방문 시기: 11월~4월(온화한 날씨)

컬데삭은 경전철로 쉽게 접근 가능하며, 숙박과 도예·쇼핑·음식 체험이 가능하고 방문 시기는 11월~4월이다.
컬데삭은 열섬 효과를 줄이기 위해 건물과 지붕을 미코노스(Mykonos)처럼 흰색으로 칠하고, 건물을 밀집시켜 서로 그림자를 만들어 자연 환기를 극대화했다. 좁은 ‘파세오(Paseo, 보행로)’는 바람길 역할을 하며, 2023년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컬데삭 내 지표 온도는 주변보다 17~22℃ 낮았다.
컬데삭 내에는 제임스 비어드 상(James Beard) 후보 멕시코 레스토랑, 도예·양초 공방, 자전거점, 지속 가능한 의류점 등 약 21개의 소규모 상점이 운영된다. 일부 상점주는 컬데삭 주민이며, 특별 구역법으로 아파트 내에서 상점을 운영할 수도 있다. 시장이 열리면 라이브 음악과 수제 도자기, 블루 콘 크루아상 향이 파세오를 채운다.

컬데삭은 흰색 건물과 밀집 설계로 자연 환기를 높여 주변보다 17~22℃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레스토랑과 공방 등 21개 소규모 상점과 시장, 라이브 음악이 어우러진 활기찬 거리 문화를 갖추고 있다. (Credit: Courtesy of Culdesac)
패롤렉은 “자동차를 없애면 활기차고 번영하는 공동체를 만들 기회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보행 중심 설계는 주민과 상인, 방문객 간 잦은 만남을 유도해 자동차 중심 생활에서 생기는 외로움 문제도 완화한다. 머독은 “단순한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확실히 동네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주민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도 형성된다. 컬데삭 측은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도시 정부, 교통 기관, 개발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컬데삭 템피는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피닉스에서도 사람들이 차 없는 삶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에린 보이드(Erin Boyd) 컬데삭 정부 관계 및 외부 업무 담당은 “이 성공으로 미국 개발 가능성에 대한 대화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컬데삭은 보행과 자전거, 경전철 중심의 ‘도시 실험’으로, 전통적 도시 설계와 커뮤니티 의지가 미래 도시 설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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