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건 2.0(M3GAN 2.0)’은 공포와 풍자의 매력을 지닌 전작과 달리, 과도하게 확장된 세계관과 복잡한 액션 중심의 전개로 장르적 정체성을 잃은 속편이다. 유니버설 픽처스(Universal Pictures)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미건 2.0(M3GAN 2.0)’의 한 장면으로, 앨리슨 윌리엄스(Allison Williams, 왼쪽)와 미건(M3GAN)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 (사진/Universal Pictures)
'M3GAN 2.0', 스릴러를 넘어 블록버스터로
- 과유불급의 업그레이드
인형 공포에서 국제 첩보까지, ‘미션 임파서블’ 급 확장에 담긴 AI와 인간의 위기
2025년 여름, 다시 돌아온 인공지능 살인 인형 '미건(M3GAN)'이 전작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펼친다. 유니버설 픽처스(Universal Pictures)가 금요일 개봉한 신작 ‘미건 2.0(M3GAN 2.0)’은 전편의 스릴러적 공포와 풍자를 탈피해, 국제적인 위기와 액션을 내세운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 업그레이드는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국제 분쟁으로 시작되는 속편, 너무 커져버린 세계관
1편이 미국 시애틀(Seattle)의 단독 주택 안을 주요 배경으로 삼았던 데 반해, ‘미건 2.0’은 처음부터 스케일을 한껏 키운다. 영화는 터키-이란 국경의 비밀 군사시설에서 벌어지는 대량 살상과 사우디 정보국, 미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의 감시 장면으로 문을 연다. 단 2년 만에 인형 하나의 이야기였던 영화가 FBI, 유엔(United Nations), 전 세계 전력망 위기, 초고속 슈퍼카 추격전, 그리고 인간 멸종의 위기까지 아우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과연 이 변화가 ‘업그레이드’였는지는 의문이다.
인공지능 살인 인형 '미건(M3GAN)' 예고편.

인공지능 살인 인형 '미건(M3GAN)' 포스터.
공포는 사라지고, 액션만 남았다
이번 속편은 공포 코미디였던 전작의 장르를 거의 완전히 벗어던지고, 액션 영화의 문법을 따른다. 영화에는 두 대의 인공지능 로봇, 두 명의 빌런, FBI 특수부대, 윙슈트 강하, 신경 이식칩, 금고 침투 작전, 외골격 슈트, 감속 불가 슈퍼카, 전력망 붕괴와 카운트다운 등 쉴 틈 없는 사건이 이어진다.
처음 '미건'이 단 네 명의 인간과 개 한 마리를 살해했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총격, 참수, 절단, 레이저 살상까지 훨씬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배신, 찌르기, 피 튀는 장면, 가축용 전기봉, 전술 군인, 자폭 장치, 근접 격투 기술까지 등장하면서, 마치 톰 크루즈가 튀어나올 법한 ‘미션: 임파서블’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미건 2.0’의 한 장면으로, 바이올렛 맥그로우(Violet McGraw, 왼쪽)와 앨리슨 윌리엄스가 함께 출연하고 있다.(사진/Universal Pictures)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미건 2.0’ 촬영 현장에서 제라드 존스톤(Gerard Johnstone) 감독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Universal Pictures)
익숙한 공식의 반복과 장르 혼란
‘미건 2.0’은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Terminator 2: Judgment Day)’의 구조를 빼닮았다. 전작에서 살인자였던 로봇이 속편에서 영웅으로 재등장하는 설정이다. 예측 가능한 전개 속에서도, 이번 영화의 새로운 적인 군용 AI 로봇 ‘아멜리아(Amelia)’와 미건 사이의 대결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악역 아멜리아를 연기한 이반나 사크노(Ivanna Sakhno)는 냉혹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다만 이처럼 거대한 확장에 비해 내러티브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산만하다. 제작진은 막대한 예산(전작 1,200만 달러의 세 배 수준)을 들여 장르를 뒤섞고 거대한 볼거리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방향성을 잃은 인상을 준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미건 2.0’의 한 장면으로, 배우 이반나 사크노(Ivanna Sakhno)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Universal Pictures)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미건 2.0’의 한 장면으로, 브라이언 조던 알바레즈(Brian Jordan Alvarez, 왼쪽)와 젠 밴 엡스(Jen Van Epps)가 함께 등장하고 있다. (사진/Universal Pictures)
여전한 인공지능에 대한 풍자…그러나 묻힌 주제의식
전작에서 미건을 만든 제마(Gemma) 역을 맡은 앨리슨 윌리엄스(Allison Williams)는 속편에서 AI 기술의 정부 규제를 촉구하는 유명 저자이자 활동가로 그려진다. 그녀의 조카 케이디(Cady)는 이제 스티븐 시걸(Steven Seagal)을 흠모하는 반항적인 청소년 프로그래머로 성장했으며, 아이키도도 익혔다. 미건은 여전히 클라우드 네트워크 어딘가에서 이 조카를 지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
영화는 “부모들이 점점 더 자녀 양육의 책임을 기술에 떠넘기고 있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지만, 지나친 볼거리와 과잉 설정에 묻혀버린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개한 이 사진은 영화 ‘미건 2.0’의 한 장면으로, 인공지능 인형 미건(M3GAN)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Universal Pictures)
웃음과 스타일, 부분적으로 남았다
‘미건’ 특유의 기괴한 춤과 명절용 코스튬으로 인기를 끌었던 실크 새틴 원피스는 다시 등장한다. 또한 원작의 유머 감각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전격 Z작전(Knight Rider)’을 연상시키는 장면, 케이트 부시(Kate Bush)의 곡 ‘This Woman’s Work’를 기이하게 활용한 장면은 이 영화의 희소한 장점 중 하나다.
‘플라이트 오브 더 콘코드(Flight of the Conchords)’의 제마인 클레멘트(Jemaine Clement)는 오만한 테크 억만장자로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전편에서 제마의 동료로 나왔던 브라이언 조던 알바레즈(Brian Jordan Alvarez)와 젠 밴 엡스(Jen Van Epps)도 돌아와 기계 환풍구를 기어 다니거나 질식 당하는 등 코믹한 활약을 펼친다.
거대함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1억 8,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흥행 성공 덕분에 ‘미건 2.0’의 제작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원작의 매력을 잃고, 그저 자본력과 액션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무게감 있는 메시지도, 정서적인 여운도 남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영화 속 등장인물 로니 챙(Ronny Chieng)의 대사처럼, “이 사이보그 인형극은 그냥 어두운 옷장 안에 넣어둬야 했어”라는 말이 어쩌면 진심으로 다가온다.
‘미건 2.0(M3GAN 2.0)’은 2025년 7월 18일 개봉작으로, 유니버설 픽처스(Universal Pictures)가 배급을 맡았다. 영화는 PG-13 등급을 받았으며, 상영시간은 120분이다. 작품에는 강한 폭력 장면, 피 묻은 이미지, 일부 거친 언어, 성적 표현, 그리고 마약 관련 암시 등이 포함되어 있어 관람 시 유의가 필요하다.
보스턴(Boston) 지역에서는 AMC 보스턴 커먼 19(AMC Boston Common 19), 쿨리지 코너 극장(Coolidge Corner Theatre), 켄들 스퀘어 시네마(Kendall Square Cinema) 등 주요 상영관에서 ‘미건 2.0’을 만나볼 수 있다. 일부 극장에서는 IMAX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등 고화질·고음향 포맷으로도 상영되며, 온라인 예매는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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