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고율 관세 정책으로 인해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가전·식료품·의류 등 필수 소비재 전반에서 가격이 줄줄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서민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는 가운데, 연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백악관과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관세 충격, 물가 급등에 ‘뜨거워진 미국 가계’
트럼프발 전방위 관세, 가전·의류·식료품까지 줄줄이 가격 인상
미국의 물가가 6월에 다시 치솟으며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전면적으로 부과한 고율의 관세가 가구, 의류, 대형 가전 등 생활 전반의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15일(현지시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5월(2.4%)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치로,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전달의 0.1%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2.9%,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물가 압력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생활비를 즉각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30%, 철강·알루미늄에는 각각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결과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은 관세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며 이달 말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고율 관세 여파로 전년 대비 2.7% 상승하며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생활비 부담과 정치적 긴장감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품목별로도 가격 상승세는 뚜렷하다. 휘발유 가격은 전달 대비 1% 상승했고, 식료품은 0.3% 올랐다. 특히 대형 가전 제품은 3개월 연속 가격이 급등했다. 장난감, 의류, 오디오 장비, 스포츠용품, 신발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도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AP통신의 7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에릭 위노그라드(Eric Winograd) 앨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약 3년 만에 내구재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 전환했다”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을 이끌어온 주거비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6월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해 2021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뉴욕 증시는 이날 혼조세를 보였다. S&P 500과 나스닥(Nasdaq)은 소폭 상승한 반면, 다우존스(Dow Jones)는 154포인트 하락했다.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적게 오른 점이 일부 투자 심리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가격이 하락한 품목도 있다. 새 차, 중고차, 호텔 숙박료, 항공권 등 여행 관련 서비스는 국제 관광객 감소의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 - 12개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감률, 계절조정 없음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
이번 물가 발표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자동차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새 차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며 부정적인 해석을 일축했다. 또 의류 가격이 6월에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소비자 물가 낮다. 지금 당장 금리를 내려라!”라고 글을 남겼다.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식료품과 임대료로 이미 고통받고 있는 가계에 가전과 식품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산 제품에는 3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8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제품에도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브라질산 오렌지와 커피에는 50%의 관세를 검토 중이다. 실제로 오렌지 가격은 전달보다 3.5%, 전년 대비 3.4% 상승했다. 멕시코산 토마토에는 17%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6월 식료품 가격은 전년 대비 2.4% 상승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며, 팬데믹 초기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이번 물가 발표를 둘러싸고 백악관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격이 하락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서민 부담 증가를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EU·브라질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준은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파월 의장을 향해 “끔찍하다”, “뭘 하는지 모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연준 청사의 개보수 예산이 애초 예정보다 약 25억 달러(2.5 billion 달러) 증가한 점도 문제 삼으며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은 통화 정책에 대한 단순한 이견으로는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없지만, 부적절한 경영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해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기업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월마트(Walmart)는 관세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며, 미쓰비시(Mitsubishi)는 이미 평균 2.1% 가격을 인상했다. 나이키(Nike)는 '정밀 조정' 방식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관세 시행 전에 재고를 비축해 가격 인상을 유예하거나, 향후 무역협상 추이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연준은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며 “물가가 더 오를지, 소비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가 향후 통화 정책과 경기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인 물가 불안을 넘어서 미국 경제의 중장기적 방향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연준과 백악관 사이의 긴장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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