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다수당 대표인 존 튠(John Thune, 공화·사우스다코타)이 ‘아름다운 대형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이 상원을 통과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에는 좌측부터 존 바라소(John Barrasso, 공화·와이오밍) 상원 원내총무, 마이크 크레이포(Mike Crapo, 공화·아이다호),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예산위원장이 함께하고 있다. 이 법안이 법으로 제정될 경우, 수백만 명이 건강보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새 세금법안, 의료 접근성 5가지 방식으로 위협한다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 ACA 시장 변화, 이민자 보조금 박탈…수천만 명 건강보험 위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세금 감축 법안이 미국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비당파적 기관인 미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에 따르면, 이른바 ‘아름다운 대형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은 향후 10년간 메디케이드(Medicaid)와 오바마케어(ACA, Affordable Care Act) 보험 시장에 대한 연방 지원을 약 1조 달러 삭감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상원을 이미 통과했으며, 하원이 상원안을 승인하면 트럼프의 책상 위에 올라가게 된다. 하원은 지난 5월 자체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번 주 수요일 상원안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WBUR의 7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바이든(Joe Biden) 및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 시절 이뤄졌던 건강보험 확대 성과가 상당 부분 되돌려질 수 있다. 다음은 공화당(GOP)의 세금 법안이 미국 내 의료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핵심 방식이다.
2025년 6월 30일(월),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세금 감면 및 지출 삭감 법안 통과를 위한 최종 추진에 돌입한 가운데, 존 튠(John Thune, 공화·사우스다코타) 상원 다수당 대표가 본회의장을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자 기자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1. 메디케이드를 유지하려면 ‘일을 해야’ 한다
가장 큰 예산 삭감은 ‘메디케이드 근로 요건(Medicaid work requirement)’에서 발생한다. 이는 수백만 명의 가입자들이 새로운 고용 기준이나 서류 제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보험 혜택을 상실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CA를 통해 메디케이드를 확대한 40개 주 및 워싱턴 D.C.에서는, 일정 소득 이하 가입자들이 매달 최소 80시간 이상 근무하거나 자원봉사 또는 학업에 참여 중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어린 자녀를 돌보는 등의 사유로 면제 신청이 가능하긴 하나, 행정 절차상의 복잡성으로 인해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조지아(Georgia) 주는 2023년 7월부터 근로 요건을 도입했으며, 총 9,00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이 중 실제 건강 혜택 제공에 사용된 금액은 2,6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의 치마 은두멜레(Chima Ndumele) 교수는 “숨겨진 비용이 천문학적”이라고 지적했다.
2. 시골 지역 의료 서비스 급감 위기
법안은 주정부의 ‘공급자 세(provider tax)’ 활용을 제한해, 지방 병원과 요양원, 지역 보건소들이 받는 메디케이드 지원금을 줄이게 된다. 공급자 세는 수십 년간 대부분의 주에서 활용되어온 방식으로, 의료기관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연방정부가 보조한 뒤 다시 기관에 되돌려주는 구조다.
이 자금은 저소득층 치료 확대뿐 아니라 전반적인 병원 서비스 개선에도 쓰인다. 특히 시골 병원들은 수익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에 메디케이드 보조금에 크게 의존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시슬 G. 셉스 센터(Cecil G. Sheps Center) 연구진은 이 법안이 전국 300곳 이상의 시골 병원을 폐쇄 또는 축소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법안에 시골 병원을 위한 500억 달러 규모의 별도 기금을 포함시켰다.
2025년 6월 30일(월),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세금 감면 및 지출 삭감 법안 통과를 위한 공화당의 최종 추진이 시작된 가운데, 토머스 틸리스(Thomas Tillis, 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3. 오바마케어 가입·유지 더 어려워진다
ACA 시장을 통한 보험 가입자들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가입자들이 매년 소득, 이민 신분 등의 정보를 새로 제출해야 하며, 자동 갱신은 허용되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1,000만 명 이상이 자동 갱신을 이용했다.
또한, 연례 가입 기간이 한 달 단축되며, 실직·결혼·출산 등의 특별 상황에서 보험을 신청할 경우, 모든 서류가 완비되기 전까지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재는 신청 후 최대 90일 동안 보조금을 선지급받을 수 있다.
공화당은 이 같은 변경이 부정 가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ACA 지지자들은 이를 오바마케어 무력화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 한시적으로 확대된 ACA 보조금 역시 연장되지 않아, 내년에는 보험료가 평균 75%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KFF 분석).
4. 메디케이드 환자 진료비 부담 증가
소득이 연방 빈곤선($15,650) 이상, 138% 이하($21,597)인 메디케이드 수급자는 진료 1회당 최대 $35의 본인 부담금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기존 메디케이드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해 왔으며, 일부 주에서는 $10 미만의 소액 부담만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본인 부담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특히 응급실을 비응급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더 높은 비용이 부과될 수 있다.
일차 진료, 정신건강, 중독 치료는 면제되지만, 환자가 진료비를 내지 못할 경우 병원과 의료기관이 그 비용을 떠안게 된다.
2025년 6월 30일(월), 워싱턴 D.C.의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세금 감면 및 지출 삭감 법안에 반대하며 종이로 만든 관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5. 일부 이민자 ACA 보조금 중단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일부 이민자들—망명자, 인신매매 피해자, 난민 등—은 AC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어 보험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영주권자는 해당 없음)
이들은 대체로 젊고 건강한 인구로, 이들이 ACA 시장에서 이탈하면 가입자 전체의 연령과 의료비 위험이 상승하여 보험료가 더 오를 수 있다.
캘리포니아(California), 메릴랜드(Maryland),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보험 시장 관계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시장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난민 인권단체 ‘레퓨지 카운슬 USA(Refugee Council USA)’의 존 슬로컴(John Slocum) 대표는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사람들에게서 의료 접근을 박탈하는 것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온 반이민 기조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특히 보건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이민자, 저소득층, 그리고 지역사회 기반의 의료기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구조는 당시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과 일치한다.
법안은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이민자들까지 보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의료 접근성을 계층화하고 사회적 배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다만, 상원 규정상 예산 조정 절차(reconciliation process)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서류 미비 이민자에게 자체 예산으로 메디케이드를 제공하는 주들(예: 캘리포니아)에 대한 연방 보조금 삭감 조항은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향후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이번 법안은 단순한 세금 구조 개편을 넘어, 의료 불평등과 이민자 차별을 제도화하는 정치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 보건의료 체계와 사회 통합에 장기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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