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미국 전역에서 IV 주사 클리닉이 급증하며 피로 회복, 면역력 증진 등의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과장된 기대와 안전성 문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의료 전문인의 개입 없이 시술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비타민을 정맥에?”
IV 주사 클리닉 붐에 의사들 ‘신중하라’ 경고
팬데믹 이후 급증한 IV 치료 클리닉,
효과 논란과 안전 우려 사이에서 소비자 혼란 커져
피로 회복, 숙취 해소, 면역력 강화, 심지어 관절 통증 완화까지—이 모든 것을 단 한 번의 정맥 주사로 해결해준다는 ‘IV 주사 클리닉(IV therapy clinics)’이 최근 미국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IV 주사 치료는 ‘Intravenous Therapy’의 약자로, 비타민이나 보충제 등을 병원에서처럼 정맥수액(IV fluid) 형태로 직접 혈관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원래는 탈수 환자나 수술 환자 등 의료적 필요에 따라 병원에서 사용되던 치료법이지만, 최근에는 건강 관리와 웰빙 목적으로 전문 클리닉에서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상업화되고 있다.
이러한 클리닉들은 고가의 정맥 주사 치료를 통해 빠른 회복이나 면역력 증진 효과를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전문가들과 규제 당국은 이 같은 추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IV 클리닉 시장
COVID-19 팬데믹 이후 IV 클리닉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팬데믹 당시 의료기관 접근성이 제한되고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병원에서나 보던 정맥 주사를 일반인이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미국 IV협회(American IV Association)에 따르면, 일부 클리닉은 오직 IV 치료만 제공하고, 일부는 의료 스파(medical spa)의 일부로 운영되어 전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AP통신의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오하이오(Ohio)주에서는 팬데믹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IV 클리닉이 현재 약 200곳으로 늘었다. 오하이오 약국위원회(Ohio Board of Pharmacy)의 대변인 카메론 맥나미(Cameron McNamee)는 이 같은 추세를 “무시할 수 없는 의료 트렌드”라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면역력에 대한 관심과 의료 접근성 제한으로 IV 주사 클리닉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전역 - 특히 오하이오주에서는 약 200곳까지 늘어나는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비싼 소변’? 효과에 대한 논란
IV 치료는 한 차례에 100~200달러에 이르며, 혼합 비타민과 보충제를 포함한 맞춤형 주사도 제공된다. 그러나 이들 성분 대부분은 일반 약국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알약 형태로 구입이 가능하다.
로스앤젤레스의 시더스-사이내이 메디컬 센터(Cedars-Sinai Medical Center) 응급의학 공동의장 샘 토르바티(Sam Torbati) 박사는 “몸이 필요로 하지 않는 성분은 결국 소변으로 배출된다”며, “많은 경우 IV 치료는 단지 ‘비싼 소변’을 만드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치료 전 꼭 확인해야 할 사항
의사들은 IV 치료를 받기 전, 시술자의 자격과 경력, 주입되는 성분과 그 출처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원더 주스(Wonder Juice)'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일부 주사제는 시중 약국에서 흔히 판매되는 6가지 비타민과 보충제를 혼합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약물이 포함될 경우, 해당 성분이 정식 허가된 제약 유통업체를 통해 공급받은 것인지도 중요하다. 실제로 오하이오주에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 의약품을 구매한 클리닉이 적발돼 면허가 정지된 사례도 있다. 이 외에도 시술 환경의 위생 상태 역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맥나미 대변인은 “사무실이 지저분하다면, IV 시술실도 청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의료인 참여 없는 진료, 규제 우려 커져
규제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많은 IV 클리닉이 의사나 간호사 실무자 없이 간호사나 응급 구조요원에게 환자 상담과 주사 시술을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라 불리는 포괄 지시에 따라 운영되지만, 규정상 의료 전문가의 직접 개입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주정부는 환자 주도형 치료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켄터키(Kentucky) 주는 성명을 통해 “환자가 병원에 들어가 IV를 요구하는 것은 맹장 수술을 직접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많은 IV 클리닉에서 의료 전문가 없이 간호사나 응급 구조요원이 시술을 맡고 있어, 규제 당국은 환자 안전과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혼합 주사제 제조, 의료행위인가?
일부 클리닉은 비타민과 보충제를 섞어 맞춤형 주사제를 제공하며, 이를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메뉴처럼 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주는 2023년 성명을 통해 “이러한 혼합은 유효한 의료진의 지시에 근거해야 하며, 환자 주도로 선택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IV협회 공동창립자 제프 코헨(Jeff Cohen)은 “이는 실험실에서 복잡한 약물을 조합하는 것과는 다르며, 임상적으로도 단순한 수준”이라며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효과는 인정…그러나 신중한 판단 필요
IV 클리닉이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도 있다. 암 환자나 임산부의 수분 보충, 편두통 완화 등에서는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정맥 주입용으로 제조된 보충제는 알약보다 훨씬 높은 제조 비용이 들며, 소비자의 부담도 크다.
토르바티 박사는 “결국 8시간 내에 대부분의 성분은 체외로 배출된다”며, 소비자가 그만한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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