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는 작가 지망생 아가트가 문학과 사랑 사이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유머와 로맨스로 그린 이중언어 로맨틱 코미디다. 이 사진은 영화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의 한 장면에서 카밀 러더포드(Camille Rutherford)를 보여준다.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 제공)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
문학과 로맨스, 작가의 무기력함을 담은 이중언어 로맨틱 코미디
파리와 영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특별한 사랑과 자기 발견의 여정, 소심한 작가 지망생 아가트의 성장기
영화감독 로라 피아니(Laura Piani)의 장편 데뷔작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Jane Austen Wrecked My Life)』는 30대 여성 아가트(Agathe)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아가트는 선택적으로 독신을 고수하는 인물로, 제인 오스틴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연애와 문학적 한계에 대한 자각으로 인해 삶이 정체된 상태다.
아가트 역은 눈부신 연기력을 선보이는 카밀 러더포드(Camille Rutherford)가 맡았다. 그녀는 파리의 전설적인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에서 일하며, 자전거로 집에 돌아와 여동생과 어린 조카와 함께 산다. 때때로 저녁 외출을 하지만 일상은 무난하면서도 변화가 없다. 프렌치 시크를 완벽히 표현하는 브르통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레드 립,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은 SNS 스타급으로 손색없다.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Jane Austen Wrecked My Life)' 예고편.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Jane Austen Wrecked My Life)' 포스터.
삶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진 아가트는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한다. 어느 날, 친구 펠릭스(Félix, 배우 파블로 폴리(Pablo Pauly))의 도움으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첫 두 챕터의 로맨스 소설을 구상한다. 펠릭스가 몰래 그녀의 글을 제인 오스틴 작가 레지던시에 제출하고, 아가트는 초대받아 몇 주간 머물 기회를 얻게 된다.
영국으로 가는 배에 오르기 전, 펠릭스는 연애 경험이 많은 ‘브레드크럼버(breadcrumber)’답게 아가트에게 키스한다. 우정이 복잡한 감정으로 뒤바뀌면서 이미 자신감이 부족한 아가트는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또 다른 매력적인 남자 올리버(Oliver, 배우 찰리 앤슨(Charlie Anson))를 만난다. 올리버는 제인 오스틴의 ‘대대손손 후손’이라는 설정의 영문학 교수로, ‘오만과 편견’을 과대평가된 작품이라 평한다. 아가트가 그의 오만함을 불평하며 프랑스어로 욕을 했는데, 그가 프랑스어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둘 사이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이 사진은 영화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의 한 장면에서 카밀 러더포드(Camille Rutherford)를 보여준다.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 제공)
이 사진은 영화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의 한 장면에서 왼쪽의 파블로 폴리(Pablo Pauly)와 카밀 러더포드(Camille Rutherford)를 보여준다.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 제공)
영화 제목인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이는 주인공 아가트가 제인 오스틴의 고전적 로맨스에 너무 깊이 빠져 현실 연애와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기 위한 의도다. ‘망쳤다’는 표현은 실제 부정적 의미라기보다는, 아가트가 오스틴 소설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성장의 상징적 표현으로, 영화는 따뜻하고 재치 있게 자기 발견과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영화는 고전적인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 충실하다. 같은 집에 머무르며 숲 속 산책, 아침 식사, 저녁 독서 모임 등 여러 장면에서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그려진다. 아가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화장실로 착각하고 문을 열었다가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도 포함된다.
피아니 감독은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를 통해 문학적이면서도 거만하지 않은,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제목은 과장됐지만 그만큼 아가트와 같은 제인 오스틴 팬들이 겪는 현대 로맨스의 실망감과 갈망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의상 무도회 장면은 화려한 삼각관계의 어색함을 감미롭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아가트가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선택은 이루어지지만, 그 과정은 예상 밖이며 만족스럽다. 아가트가 독신인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기에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드릭 와이즈먼(Frederick Wiseman)의 카메오 출연도 재미를 더한다.
이 사진은 영화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의 한 장면에서 왼쪽의 파블로 폴리(Pablo Pauly)와 카밀 러더포드(Camille Rutherford)를 보여준다.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 제공)
결국 이 영화는 여성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도전하는 이야기다. 연인, 직업, 변신이 아니라, 마침내 펜을 들고 글을 쓰는 것으로 자기실현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엄밀한 의미의 원작 소설 각색은 아니지만, 제인 오스틴의 영혼이 담긴 작품이다.
영화는 현재 보스턴 지역의 쿨리지 코너 씨어터(Coolidge Corner Theatre, 브룩라인)와 캐피톨 씨어터(Capitol Theatre, 알링턴)에서 상영 중이다. 보스턴 방문객과 주민들은 이 두 극장에서 특별한 로맨틱 코미디를 경험할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망쳤다』는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Sony Pictures Classics)에서 배급하며, 이번 금요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미국 영화 등급 심사기관인 MPAA로부터 “성적 내용, 누드, 언어 사용” 사유로 R등급을 받았으며, 상영 시간은 9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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