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사추세츠 주 의회에서 논의 중인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법안’은 차량 주행 거리 감축을 통한 교통 부문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나, 이를 두고 기후 대응 전략과 정부 개입 수준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보스턴 매사추세츠 턴파이크(Massachusetts Turnpike) 위를 지나는 차량들.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 법안 논란
- “2050 탄소중립 위한 해법인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인가”
매사추세츠 주 의회서 차량 이동 거리 감축 계획 놓고 여야 격돌, 온라인서도 비판 여론 확산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주 의회에서 최근 논의 중인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법안(Freedom to Move Act)’이 지역사회는 물론 온라인 여론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법안은 전기차(EV) 보급 확대만으로는 교통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을 충분히 줄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주 전역의 차량 주행 거리(vehicle miles traveled)를 감축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계획 수립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주 상원의원 신시아 크림(Cynthia Creem)은 브루크라인(Brookline), 뉴턴(Newton), 웰슬리(Wellesley) 지역을 대표하고 있다. Boston.com이 6월 1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전기차는 분명 중요한 해법이지만, 교통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한 가지 전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새로운 전략과 추가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크림 의원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행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완화하고,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연방 자금 지원을 보류한 점을 지적하며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은 세 가지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매사추세츠 교통국(Massachusett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MassDOT)이 주 전역의 주행 거리 감축 목표를 수립하도록 한다. 둘째, MassDOT가 수립하는 교통 계획이 주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경로(reasonable pathways)’를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교통수단의 대체 방안을 확대하고 주행 거리 감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여러 부처가 협력하는 ‘정부 간 조정 위원회(interagency coordinating council)’를 신설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매사추세츠 주 의회에서 논의 중인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법안’은 차량 주행 거리 감축을 통해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계획 수립을 핵심으로 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이 뜨겁다. 한편, 교통 부문은 매사추세츠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단일 원인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즉각적인 반발도 불러일으켰다. 감시 단체인 매사추세츠 재정연합(Massachusetts Fiscal Alliance)은 크림 의원의 공청회 발언 일부를 편집한 영상을 SNS에 게시하며, 법안을 ‘극단적’이라 비판했다. 영상에는 유명 TV 프로그램의 장면을 삽입해 크림 의원의 발언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단체는 그가 은퇴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새로 신설될 위원회가 특정 거리 이상을 운전한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안 원문에는 벌금이나 수수료, 기타 처벌과 관련된 문구는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위원회의 역할은 단지 주행 거리 감축을 위한 정책을 검토하고 조율하는 데 국한된다.
이 영상은 보수 성향의 평론가들을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공동 발의자인 주 하원의원 마이크 코놀리(Mike Connolly)는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코놀리 의원은 “매사추세츠 재정연합과 우파 논객들이 이 법안을 무지하고 모욕적인 방식으로 과장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법안은 특정 운전자를 처벌하거나 의무를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차량 주행 거리 감축을 둘러싼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매사추세츠 재정연합의 대변인 폴 크레이니(Paul Craney)는 코놀리 의원이 법안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며, “차라리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는 편이 낫다. 이들은 비용 문제, 그 부담의 주체, 그리고 실제로 운전을 제한하게 될 수단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놀리 의원은 법안은 단지 교통과 기후 목표를 연계해 정책을 검토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는 것이며, 실제 규제나 처벌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크레이니 대변인은 나아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결국 납세자들에게 막대한 부담만 지우는 공허한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기후 변화 성적표’에서도 각 부문별 탄소 감축의 진척 상황은 들쭉날쭉한 양상을 보였다. 그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강제적인 규제는 결국 고통만 초래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코놀리 의원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겸손한 수준의 목표’라고 표현하며, “이 목표에서 물러서는 것은 기후 재앙을 외면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법안을 극단적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은 결국, 세상이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고개를 모래에 파묻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교통 정책을 넘어, 매사추세츠가 어떤 방식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과 방향성의 충돌을 반영하고 있다. 법안은 아직 상정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주 의회 내 표결과 공공 여론의 흐름에 따라 매사추세츠의 기후 정책 전반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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