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일부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수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유학 중단 위기에 처했고, 베이징의 한 중국 대학생은 학생 교류 프로그램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으며,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 측에 공식 항의했다.
미국 유학 중단 위기
- 중국 유학생들, 비자 취소 방침에 불안과 분노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표 이후,
수천 명의 중국 유학생들 진로 불확실성에 직면
미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 유학생들이 갑작스러운 비자 취소 방침 발표로 깊은 혼란과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은 지난 수요일, 일부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 조치는 곧 시행될 예정이다.
AP통신의 5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침은 “중요 분야(critical fields)”를 공부 중인 학생들과 “중국 공산당과 연관된 사람들”을 포함한다고 명시되었다. 루비오 장관의 발표는 수많은 중국 유학생들의 신분과 미래를 흔들었으며, 미국 유학을 고려하던 다른 학생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은 인도에 이어 미국 내 국제 유학생 수에서 두 번째로 큰 국가다. 2023-2024학년도 기준, 약 27만 명 이상의 중국 유학생이 미국에 체류 중이며 이는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번 발표로 인해 수만 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귀국이나 유학지 변경 등을 고민하며 진로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마르코 루비오의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발언에 중국 정부 강력 반발 (AP통신)
존스홉킨스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리친(Liqin)은 실명 공개를 꺼리며 이번 조치를 “21세기판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이라 지적했다. 그는 “수십 년 전 중국인을 이민 금지하고 시민권 취득을 막았던 그 법이 다시 부활한 것 같다”며 “미국에서 3분의 1의 삶을 보냈지만,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을 떠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마오닝(Mao Ning)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목요일 성명을 통해 “이러한 정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는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와 개방이라는 이상이 허구임을 드러낸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에 공식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유학생 문제는 오랜 시간 미중 간 외교적 긴장의 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에도 중국 교육부는 미국 내 비자 거부율 증가와 비자 기간 단축 등을 이유로 자국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외교부는 미국 입국 과정에서 자국 유학생들이 부당한 심문을 받고 본국으로 송환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항의해 왔다. 이러한 사례들은 양국 관계를 더욱 냉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 내 총기 폭력과 팬데믹 기간의 혼란 등을 집중 조명하며, 미국을 자국민에게 안전하지 않은 나라로 묘사해 왔다.
그 결과, 일부 중국 학생들은 팬데믹 이후 미국 대신 영국이나 기타 국가로의 유학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공공정책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27세의 조우런거(Zou Renge)는 원래 졸업 후 해외 인도주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을 떠나지 않고 일자리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에 대해 중국 정부와 유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양국 간 외교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국기와 중국 국기가 인력거 위에 함께 걸려 있다. 2018년 9월 16일, 중국 베이징.
한편 홍콩은 이번 사태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존 리(John Lee) 홍콩 행정장관은 목요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정책에 의해 차별을 겪는 학생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학생들은 미국 외 다른 국가 출신일 수도 있고, 홍콩은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며 “홍콩 대학들과 협력해 최선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의 국제학생 수용 자격을 철회하겠다고 언급하자, 하버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콩에서 학업을 이어가라는 초청 메시지를 게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대학교(The 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와 홍콩시립대학교(City University of Hong Kong) 또한 미국 명문대 출신 유학생들의 입학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에도 국제적인 이미지와 비교적 높은 자유도로 인해 중국 본토 학생들이 선호하는 유학지 중 하나다. 2022년부터는 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시행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외국인 및 전문직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새로운 비자 제도도 도입한 바 있다.
홍콩의 유학 컨설팅 업체 AAS의 윌 콴(Will Kwong) 대표는 “현재 미국 대학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이 영국이나 호주 대학으로 진학 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 비자 정책 변화에 대해 중국 내 학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 중인 장치(Zhang Qi) 박사후 연구원은 “국제 교류가 줄어드는 것은 미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중국에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다. 더 많은 인재가 칭화대학교(Tsinghua University), 베이징대학교(Peking University), 또는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등에 남게 될 것이고, 이는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많은 중국 유학생들은 그저 상황의 향방을 지켜보며 무력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에 재학 중이며 실명 공개를 꺼린 천(Chen)이라는 학생은 현재 중국에서 비자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처음 미국을 선택했을 때는 자유와 관용을 기대했다”며 “미국은 다양성을 자랑하던 나라였는데, 지금의 변화는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토로했다.
미국 유학의 상징이던 ‘열린 사회’와 ‘국제 다양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단지 유학생 개인의 진로만이 아니라 양국 간 미래의 학술·과학 협력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