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동안 안보기
자동 이미지 순환 배너 좌측

지역소식

조회수 BEST

추천수 BES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0331_girls-of-boston02-1000x667.jpg

20세기 중반 보스턴에서 활약한 여성 영화 비평가들은 당시 언론과 영화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그들의 업적은 역사 속에서 거의 잊혀졌다. 노스이스턴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스넬 도서관에서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영화 비평가 마조리 애덤스(Marjory Adams)의 기사가 보관되어 있다.

 

 

 

 

 

잊혀진 영화 비평의 선구자들, ‘보스턴의 여성들’ 이야기

 

20세기 초 할리우드와 함께한 보스턴 여성 비평가들의 찬란한 여정과 그 뒤안길

 

 

 

 

 

보스턴글로브(Boston Globe)에서 수십 년 전 활동했던 기자 마저리 애덤스(Marjory Adams)의 낡은 신문 스크랩이 노스이스턴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아카이브 상자에서 발견되면서, 거의 잊혀졌던 한 시대의 여성 저널리스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영화 산업이 급성장하던 시기, 미국 언론계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역사 속에서 거의 사라진 인물들이다. 당시 이들은 ‘보스턴의 여성들(The Girls from Bost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할리우드와 전 세계를 누볐다.

 

마저리 애덤스는 1919년 보스턴글로브에 입사해 야간 범죄 취재를 맡았지만, 젊은 여성이 범죄를 다루는 것에 충격을 받은 남성 편집장의 결정으로 영화 산업 담당 기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영화는 취재 가치가 낮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이 전환은 일종의 좌천으로 여겨졌지만, 애덤스는 새로운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후 그는 보스턴글로브의 첫 영화 비평가로 활약하며, 1970년까지 수많은 리뷰와 특집 기사, 칼럼을 썼다. 그는 독자들에게 사랑받았고, 할리우드 업계에서도 주목받았으며, 동료 기자들은 그를 “편집국의 그랜드 여사(grande dame)”라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 애덤스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 거의 사라졌다. 보스턴글로브 창간 100주년 기념 문헌에서도 그녀는 단 한 줄 언급되며, 이름조차 잘못 표기되어 있다. 위키백과에는 그녀에 대한 항목이 존재하지 않고, 1986년 그녀가 사망한 이후 그의 경력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0331_girls-of-boston03-1000x667.jpg

노스이스턴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스넬 도서관에 연도별로 정리된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예술 비평가 마조리 애덤스(Marjory Adams)의 기사 폴더.

 

 

 

애덤스는 한 명의 독보적인 인물이었지만, 그녀는 당시 보스턴 언론계의 하나의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1930년대부터 보스턴의 주요 일간지들은 모두 여성 영화 비평가를 고용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전 세계 영화 시사회를 취재하며 때로는 스타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여성들은 공식 행사에 타자기와 이브닝드레스를 들고 다니며 전 세계를 돌았고, 뉴욕과 할리우드는 물론 런던, 파리, 로마, 스톡홀름, 베를린에서도 ‘보스턴의 여성들’로 알려졌다.

 

이 그룹의 중심에는 마저리 애덤스가 있었으며, 그녀와 함께 활동한 인물로는 보스턴포스트(Boston Post)의 프루넬라 홀(Prunella Hall), 보스턴트래블러(Boston Traveler)의 헬렌 이거(Helen Eager), 보스턴헤럴드(Boston Herald)의 엘리노어 휴즈(Elinor Hughes), 그리고 레코드아메리칸(Record American)의 페기 도일(Peggy Doyle)이 있다.

 

이들이 처음 함께 여행한 것은 1936년 가을, 파라마운트 스튜디오(Paramount Studios)가 주최한 2주간의 해외 시사회 취재였다. 당시 영화 비평은 미국 저널리즘에서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었으며, 영화 팬들과 배우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룹 중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한 이는 프루넬라 홀이었다. 본명은 앨리스 풀러 헐트(Alice Fuller Hult)로, 1920년부터 보스턴포스트에 영화 비평을 실었으며, 브루크라인(Brookline)에서 연방준비은행에 근무하던 남편과 함께 살았다. 이후 마저리 애덤스가 1923년 보스턴글로브의 첫 영화 비평가로 활약을 시작했고, 그녀는 비콘힐(Beacon Hill) 아파트를 영화배우 사인 사진으로 가득 채울 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1927년에는 헬렌 이거가 보스턴트래블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영화뿐 아니라 연극을 사랑했고, 아마추어 공연에도 직접 참여했으며,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보스턴 방문 시 주요한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1930년에는 엘리노어 휴즈가 보스턴헤럴드의 영화 및 연극 비평가로 합류했다. 래드클리프(Radcliffe) 출신인 그녀는 점점 줄어드는 보스턴의 연극 공연에 대해 아쉬움을 자주 토로하곤 했다.

 

페기 도일은 시카고의 허스트 계열 신문사에서 갱스터 인터뷰를 하던 신참 기자 시절을 지나 보스턴에 와서, 셜리 템플(Shirley Temple)을 다룬 첫 주요 기사를 쓰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정밀한 속기 능력과 날카로운 질문으로 인터뷰에 강한 기자로 평가받았으며, 버라이어티(Variety)에서는 그녀를 “최고의 외부 영화 비평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0331_girls-of-boston04-1000x667.jpg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영화 비평가 마조리 애덤스(Marjory Adams)가 뉴욕시 슈버트 극장(Shubert Theater)에서 공연된 뮤지컬 ‘가이즈 앤드 돌스(Guys and Dolls)’에 대해 작성한 여러 평론 중 한 기사.

 

 

 

이 여성 비평가들은 각자 특색 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프루넬라 홀은 ‘첫 번째(The First One)’, 헬렌 이거는 ‘재치 있는 사람(The Witty One)’, 엘리노어 휴즈는 ‘지적인 사람(The Intellectual One)’, 마저리 애덤스는 ‘엄격한 사람(The Demanding One)’, 페기 도일은 ‘상냥한 사람(The Sweet One)’이라 불렸다. 이들은 단독 기사도 즐겼지만, 베티 데이비스(Bette Davis),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 같은 스타들과의 인터뷰도 함께 진행하며 협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이들의 해외 취재는 줄어들고, 인원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홀은 1941년 은퇴했으며, 그녀의 필명은 헬렌 팝카비치(Helen Popkavich)가 이어받았다. 이거는 1952년 암으로 사망했으며, 동료들은 그녀를 추모하며 암협회를 위한 기금 마련 공연을 열었다.

 

전쟁 이후에도 애덤스, 휴즈, 도일은 활동을 이어갔으며, 때때로 새로운 여성 비평가들이 그 자리를 함께했다. 휴즈는 한 남성 편집장의 부임으로 인해 강제로 자리를 물러난 뒤, 1960년대 말 롱아일랜드(Long Island)로 이주했고, 1998년 그곳에서 사망했다. 애덤스는 1970년까지 보스턴글로브의 비평가로 활동했고, 이후 10년간 간헐적으로 칼럼을 기고했다. 도일은 1973년까지 근무했고, 사망 전까지 가장 오래 언론계에 남은 인물이었다. 애덤스는 도일의 사망 후 보스턴글로브에 추모 글을 실으며 “우리가 맡았던 일은 이제 대부분 남성의 몫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보스턴의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언론계에서 치열하게 자리를 지켜낸 선구자들이었다. 동시에, 이들의 삶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성과 소수자의 기록이 얼마나 쉽게 지워질 수 있는지를 상기시킨다. 자료 부족으로 인해 이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는 책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이 불완전한 기록조차도 중요한 역사적 증언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진행된 반다양성·형평성·포용성(anti-DEI) 정책은 여성과 소수자의 기여를 더욱 가시에서 지우고 있다. 연방기관과 대학들이 여성과 젠더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는 가운데,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과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 또한 전시물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 성소수자 인권 투쟁의 흔적을 지우라는 행정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과 소외된 집단의 역사를 조직적으로 지우는 행위이자, 인간의 경험 전체에서 중요한 조각들을 상실하게 만드는 일이다. ‘보스턴의 여성들’은 그 자체로 언론 역사에서 빛나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는지를 묻는 거울이기도 하다.


  1. 보스턴, 마약 과다복용 사망 38% 감소…전국 대비 뚜렷한 성과

    2024년 보스턴에서는 공공보건 정책의 효과로 마약 과다복용 사망자가 전년 대비 38% 감소하며 특히 흑인·라틴계 남성 등 취약계층에서 뚜렷한 개선이 나타났다. 보스턴 다운타운. 보스턴, 마약 과다복용 사망 38% 감소…전국 대비 뚜렷한 성과 ...
    Date2025.05.31 By보스톤살아 Views176 Votes0
    Read More
  2. 1달러로 즐기는 런치! 보스턴 보일스턴 스트리트에 새로 문 여는 NAYA 식당

    NAYA는 2025년 6월 4일 보스턴 보일스턴 스트리트에 세 번째 매장을 열며 개장 당일 한 끼를 1달러에 제공하는 특별 행사를 진행한다. 이 수익금은 레바논계 미국인 시인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을 기념하는 칼릴 지브란 국립위원회(GNC)에 전액 기부된다...
    Date2025.05.31 By보스톤살아 Views140 Votes0
    Read More
  3.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 보스턴, 우 시장 “시민 보호가 최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과 연방정부의 압박 속에서도 보스턴 시장 미셸 우(Michelle Wu)는 시민들의 안전과 일상을 지키는 데 최우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보스턴(Boston) 시장 미셸 우(Michelle Wu)가 WBUR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Date2025.05.31 By보스톤살아 Views163 Votes0
    Read More
  4. 샤키라, 월드 프라이드 무대 돌연 취소

    보스턴(Boston) 공연의 장비 문제 여파로 팝스타 샤키라(Shakira)의 월드 프라이드 2025(World Pride 2025) 워싱턴 D.C. 개막공연이 돌연 취소되며 행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샤키라(Shakira)의 공연모습. 샤키라, 월드 프라이드 무대 돌연 취소 보스턴 ...
    Date2025.05.31 By보스톤살아 Views154 Votes0
    Read More
  5. 세계인이 뽑은 녹색 도시, 보스턴 2위에 올라

    보스턴(Boston)이 타임아웃(TimeOut)의 전 세계 도시 녹지 공간 설문조사에서 2위를 차지하며, 미국 도시 중 오스틴(Austin)과 함께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 88%가 도시 내 자연 접근성과 녹지 공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는 보스턴의 높은 도...
    Date2025.05.30 By보스톤살아 Views154 Votes0
    Read More
  6. 잊혀진 영화 비평의 선구자들, ‘보스턴의 여성들’ 이야기

    20세기 중반 보스턴에서 활약한 여성 영화 비평가들은 당시 언론과 영화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그들의 업적은 역사 속에서 거의 잊혀졌다. 노스이스턴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스넬 도서관에서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영화 비...
    Date2025.05.29 By보스톤살아 Views162 Votes0
    Read More
  7. 보스턴 금융가 한복판서 불길, 6층 옥상서 검은 연기 치솟아

    보스턴 금융가에 위치한 6층 건물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소방관의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고 약 10만 달러의 재산 피해만 발생했다. 보스턴 금융가 한복판서 불길, 6층 옥상서 검은 연기 치솟아 근무 중이던 소방관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 피...
    Date2025.05.28 By보스톤살아 Views228 Votes0
    Read More
  8. 하버드 국제학생 보호 위해 나선 학생들,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면 충돌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의 국제학생 신규 등록을 금지하고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자, 하버드 학생들과 학교 측이 이에 반발하며 시위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국제학생들의 체류 불안과 함께 고등교육기관과 연방정부...
    Date2025.05.28 By보스톤살아 Views198 Votes0
    Read More
  9. 트럼프 행정부, 하버드와 거래 중단하라 - 전 연방기관에 지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가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1억 달러 규모의 남아 있는 연방 계약을 종료하거나 이전하라는 지시를 내려, 하버드에 대한 재정적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4월 15일, 매사...
    Date2025.05.27 By보스톤살아 Views181 Votes0
    Read More
  10. 보스턴 한복판 총격 소동…정신 질환 의심 남성, 경찰 총 빼앗아 자해

    보스턴 중심가에서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한 남성이 경찰관을 공격해 총기를 빼앗고 스스로에게 발포했으며, 시민들의 도움으로 제압된 사건이 발생했다. 보스턴 한복판 총격 소동…정신 질환 의심 남성, 경찰 총 빼앗아 자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인근...
    Date2025.05.27 By보스톤살아 Views250 Votes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72 Next
/ 72
자동 이미지 순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