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연구진은 고령자의 낙상과 이동 보조를 위해 로봇형 보조 기기 ‘E-BAR’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동행하며, 낙상을 감지하면 에어백이 자동으로 팽창해 안전하게 지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노인을 붙잡아주는 로봇,
넘어지기 전 감지해 '안전'까지 책임진다
MIT, 실생활 활용 가능한 노인 돌봄 로봇 ‘E-BAR’ 개발…
앉고 일어서고 넘어짐까지 전방위 지원
미국 인구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중위 연령은 38.9세로, 1980년보다 거의 10세가량 높아졌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는 2050년까지 5,800만 명에서 8,2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간병 인력 부족, 건강관리 비용 상승, 가족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노인 돌봄의 어려움은 미국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고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공학자들이 로봇 기술에 주목했다. 이들이 새롭게 개발한 ‘E-BAR’(Elderly Bodily Assistance Robot)는 노인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보조하며 낙상을 예방하도록 설계된 이동형 로봇이다. E-BAR는 사용자의 뒤를 따라다니며 필요할 때는 지지대로 기능하고, 앉고 일어서는 동작도 자연스럽게 도와준다. 만약 사용자가 균형을 잃고 넘어질 위기에 처하면, 로봇의 팔에 내장된 측면 에어백이 즉시 팽창해 낙상을 막는다.
MIT 뉴스의 2025년 5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특히 E-BAR의 설계가 65세 이상 성인에서 부상의 주요 원인인 낙상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IT 기계공학과의 해리 아사다(Harry Asada) 교수는 “많은 노인들이 보조 기구를 번거롭게 여기며 사용을 꺼리지만, 반대로 위험을 과대평가해 신체 활동을 줄이면 오히려 운동 기능이 저하된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노인의 균형 문제를 보조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나 함께 이동하며 지지하는 로봇형 손잡이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신체 보조 로봇(E-BAR): 하네스 없이 실질적 지지 제공(dLabRoboticsMIT 유뷰브 체널)
현재 버전의 E-BAR는 리모컨으로 조작되지만, 연구진은 향후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버전을 통해 사용자를 자동으로 따라다니고 물리적 보조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더불어 공간 제약이 있는 가정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더욱 날렵하고 기민하게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로봇을 설계한 MIT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로베르토 볼리(Roberto Bolli)는 “노인 돌봄은 앞으로 미국이 직면할 중요한 과제이며, 돌봄 인력 부족과 노인 인구 증가, 자택에서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수요가 맞물리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로봇 공학 측면에서도 미개척 영역이자 매우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E-BAR의 상세한 설계 내용은 이달 말 열릴 IEEE 로보틱스 및 자동화 컨퍼런스(ICRA)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아사다 교수의 연구실은 다양한 노인 보조 기술을 개발 중으로, 최근에는 낙상 예측 알고리즘, 로봇 워커, 착용형 자가 팽창 에어백, 하네스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로봇 프레임 등도 선보인 바 있다.
E-BAR의 설계 핵심은 물리적 지지, 낙상 방지,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춘 자연스러운 동행이라는 세 가지 기능이다. 특히 하네스를 생략함으로써 사용자의 독립성과 이동성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볼리는 “많은 노인들이 하네스나 부피 큰 보조 기기를 착용하는 것을 꺼린다”며, “E-BAR는 체중 지지, 걸음 보조, 낙상 방지 기능을 모두 갖추면서 앞쪽이 개방된 구조이기 때문에, 원할 때 쉽게 로봇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로봇은 주거 환경 또는 요양 시설 내 사용을 고려해 설계되었으며, 노인 및 간병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요 요구사항을 반영했다. 예컨대, 일반적인 가정의 문폭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보폭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자세 유지 및 앉고 일어서는 동작에 필요한 전체 체중을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BAR는 220파운드(약 100kg)의 무거운 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구조는 성인의 체중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면서도 뒤집히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하단에는 전방향 이동이 가능한 바퀴가 탑재돼 있어 방향 전환 없이 어느 방향으로든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로봇 본체에는 18개의 연결 부품으로 이루어진 관절형 구조가 탑재되어, 마치 접이식 크레인처럼 사용자를 앉고 일어서는 자세로 자연스럽게 도와준다. 팔 부분은 U자 형태로 뻗어 있어 사용자가 그 사이에 서서 기댈 수 있으며, 팔 안쪽에는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재질로 만든 에어백이 내장돼 있어, 낙상을 감지하면 즉시 팽창해 안전하게 지지한다. 착용형 기기 없이 낙상을 방지하는 로봇으로는 E-BAR가 최초라는 평가다.
MIT 연구진은 실제 가정 환경을 모의한 실험에서 고령 지원자를 대상으로 로봇을 테스트했다. E-BAR는 사용자가 바닥에서 물건을 줍거나 선반 위의 물건을 꺼낼 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욕조 턱을 넘어 이동하는 동작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E-BAR가 효과적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볼리는 “이 기술이 실제 생활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현재 논문에는 낙상 예측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에밀리 카미엔스키(Emily Kamienski) 학생이 주도하는 또 다른 연구 프로젝트에서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실시간 낙상 위험도에 따라 반응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아사다 교수는 “노인의 건강 상태는 몇 주 또는 몇 달 단위로 변화하기 마련이며, 우리는 연령이나 기능 저하에 따라 맞춤형으로 연속적이고 매끄러운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로봇공학 이니셔티브(National Robotics Initiative)와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