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 기말고사 시작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전통적인 알몸 질주 행사인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에 참여했다. 2025년, 학생들은 기말고사 시작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하버드 야드(Harvard Yard)를 알몸으로 달렸다.
하버드의 '야성의 비명', 알몸 질주로 기말고사 스트레스 날려버리다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 전통, 부상과 논란 속에도 졸업 앞둔 학생들 마지막 질주
2025년 봄,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의 수십 년 전통 행사인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이 또 한 번 캠퍼스를 달궜다. 기말고사 전야, 정적이 감도는 하버드 야드(Harvard Yard)가 자정과 동시에 환호성과 알몸 질주로 뒤덮였다.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자정 무렵, 수백 명의 하버드 학생들이 교내 홀리스 홀(Hollis Hall) 앞에 모였다. 이들은 ‘읽기 기간(reading period)’의 끝과 본격적인 기말고사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 긴장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겠다는 듯, 옷을 벗고 하버드 야드를 한 바퀴 전속력으로 달렸다.
현장에는 하버드 대학교 밴드(Harvard University Band)가 전통대로 존 하버드 동상(John Harvard statue)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기수들의 일제 카운트다운과 비명으로 질주가 시작됐다. 기숙사 앞 잔디밭에는 학생 관람객들이 의자에 앉아 이들의 질주를 응원했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좁은 통로에서 서로 부딪히며 넘어졌고, 일부는 짓밟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은 스스로 일어나 달리기를 이어갔지만, 경미한 타박상과 발목 부상으로 절뚝이며 돌아가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2024년, 학생들은 기말고사 첫날 전날 밤에 하버드 야드(Harvard Yard)를 알몸으로 달렸다.
이번 봄 행사 참가자는 지난 가을 학기보다 크게 줄었다. 이런 감소는 계절적인 경향으로 여겨지며, 추운 12월 밤에 질주하는 것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것이 이유로 지목됐다. 또 다른 이유는 하버드 야드 곳곳에 최근 설치된 감시카메라였다. 일부 학생들은 카메라를 의식해 참여를 꺼렸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특히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시니어인 오제인(Jane J. Oh)은 “1학년 때는 팬데믹 때문에 하지 못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용기 내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프라이멀 스크림은 원래 ‘스크림(Scream)’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으며, 초기에는 학생들이 창문 밖으로 비명을 지르며 시험 스트레스를 푸는 단순한 이벤트였다. 이후 1990년대부터는 스트리킹(streaking, 알몸 질주)과 야드 한 바퀴 달리기가 더해져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이날 질주의 선두주자는 브랜든 멘도사(Brandon A. Mendoza)였다. 그는 “마일 페이스 4분 30초 정도로 달렸다”며 “그냥 머리를 들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게 짜릿하다”고 말했다.
함께 참가한 어거스트 다미아니(August C. Damiani)와 카일 데이비스(Kyle S. Davis)도 “재미있는 광경”이라며,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미아니는 “캠퍼스를 질주하며 비명을 지르는 건 내겐 일종의 정화다. 그래서 오늘 여기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의 긴장감 넘치는 시험 시즌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학생들의 자유롭고 원초적인 해방감을 담아내는 하버드의 프라이멀 스크림은 부상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그 전통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