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 도체스터에서 열린 사이공 함락 50주년 기념 전시는 베트남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전쟁과 이민의 기억을 되새기며 세대 간 정체성과 치유를 나누는 자리였다. 탄 응우옌(Thanh Nguyen)과 며느리 비 부(Vy Vu)가 베트남 전쟁 관련 신문 기사로 가득한 통로로 시작되는 몰입형 전시에 입장하고 있다.
도체스터에서 다시 빛난 기억들
사이공 함락 50주년, 베트남 디아스포라의 회상과 공동체 치유
50년 전 사이공 함락(Saigon Fall)의 기억이 최근 보스턴 도체스터(Dorchester)의 보스턴 칼리지 고등학교(Boston College High School)에 다시 살아났다. 베트남계 미국인 공동체는 트라우마와 이민의 기억, 그리고 세대를 이어온 회복과 정체성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나누었다.
WBUR 보도에 따르면, 이 전시는 ‘1975: 베트남 디아스포라 구술 역사 프로젝트(1975: Vietnamese Diaspora Oral Stories)’의 일환으로, 매사추세츠대학 보스턴 캠퍼스(UMass Boston)의 린퐁 부(Linh-Phương Vũ) 디렉터와 학생들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참가자들은 사진, 유물, 라디오 녹음, 인터뷰 등을 통해 전쟁과 탈출,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생생한 기억들을 접했다.
입장 대기 줄이 복도를 가득 메운 가운데, 도체스터 주민 탄 응우옌(Thanh Nguyen)은 전시된 쌀자루, 대나무 어깨막대, 군복, 라디오 소리를 바라보며 1975년 자신이 15살이던 시절을 떠올렸다. “음식도, 집도 없이 살았다”며 그녀는 당시의 공포와 생존의 기억을 비 부(Vy Vu)의 통역을 통해 전했다.

탄 응우옌(Thanh Nguyen)과 비 부(Vy Vu)가 도체스터에 위치한 보스턴 칼리지 고등학교의 몰입형 전시 공간 안에 빛나는 유리병을 다른 병들과 함께 놓고 있다.

추모 행사의 일환으로 전시된 쩐 부(Tran Vu)의 시각예술 프로젝트 전경.(쩐 부가 기획한 몰입형 전시)

1975년 이후 베트남 디아스포라의 이동과 여정을 조망하는 몰입형 전시를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이 행사에는 수백 명이 참석했으며, 전시 외에도 노래, 음식, 공동 제단이 마련되어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고 공동체로서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응옥짠 부(Ngoc-Tran Vu) 예술가는 리틀 사이공(Little Saigon)의 상점에서 가져온 농(non la), 향, 초 등으로 제단을 꾸몄다. 그는 “해외 베트남 디아스포라는 이 날을 ‘검은 4월(Black April)’로 기억한다”며, 세대 간 기억의 전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시장 미셸 우(Michelle Wu)도 현장을 찾았다. 딸을 품에 안고 “우리의 뿌리는 사이공에서 뽑혀 반대편 세계로 옮겨졌지만, 도체스터에서 다시 뿌리내렸다”고 말했다.

전시의 일부는 “망명 중 존엄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어디로 가는지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를 때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 시장(Mayor Wu)은 추모식에서 주요 연설자 중 한 명이었으며, 그녀의 연설은 응우오이 단 쯔엉 짜인(Nguoi Dan Chuong Trinh)이 관객을 위해 통역했다.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는 가수들이 바다를 통해 탈출한 ‘보트피플’에게 경의를 표하는 노래를 부른 장면이었다.

노래, 춤, 의식 등 하루 동안 이어진 모든 프로그램은 베트남 디아스포라의 유산을 전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특히 감동적인 순간은 바다를 건넌 ‘보트피플(Boat People)’을 기리는 시간이었다. 칸 응우옌(Khang Nguyen)은 14살에 가족과 헤어져 태국까지 7일간 배를 타고 탈출했던 경험을 전하며, “나는 괜찮지만 내 아들은 그 대가를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선 집단 치유의 장이었다. 감정적 반응을 고려해 심리 지원 정보가 포함된 프로그램북도 함께 제공되었으며, 젊은 세대들의 참여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