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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애플렉(Ben Affleck)이 '어카운턴트 2(The Accountant 2)'의 한 장면에 등장하고 있다.

 

 

 

 

 

벤 애플렉의 ‘어카운턴트 2’, 숫자 맞추기의 묘한 쾌감

 

‘택스 데이’ 이후 등장한 비정상의 정상화, 계산에 집착하는 회계사의 액션 스릴러

 

 

 

 

 

‘할로윈’에는 공포영화가, 12월이면 크리스마스 영화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매년 4월 중순 미국 납세 시즌이 끝날 무렵엔 비교적 경쟁이 적다. 그 틈을 비집고 등장한 작품이 바로 벤 애플렉(Ben Affleck) 주연의 ‘어카운턴트 2(The Accountant 2)’다.

 

2016년 첫 편이 크게 회자되지 않았음에도 개봉 8년 만에 속편이 제작된 것은, 영화 산업 내 "성공작엔 속편"이라는 불문율에 충실한 결과다. 다만 이번 속편은 전작의 기대치를 크지 않게 설정한 덕분에, 그 기준선만 살짝 넘겨도 성공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개빈 오코너(Gavin O’Connor) 감독의 이번 작품은 그 기준을 간신히 충족시키며, 숫자를 조작하듯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벤 애플렉(Ben Affleck) 주연의 영화 ‘어카운턴트 2(The Accountant 2)’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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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카운턴트 2(The Accountant 2)’ 포스터.

 

 

 

‘어카운턴트 2’는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회계사 크리스천 울프(Christian Wolff)가 중심 인물이다. 그는 회계 능력을 활용해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을 도왔던 인물로, 이제는 종잡을 수 없는 정의감과 규율 사이를 오가며 각종 사건을 추적한다. 이 비정한 천재 회계사 역할은 카리스마 넘치고 말이 많은 애플렉에게는 처음부터 잘 맞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이질감이 영화의 색깔을 만든다.

 

영화에서 가장 기발한 장면 중 하나는 피자 회사의 영수증을 분석해 인신매매 조직을 적발하는 장면이다. 피자 박스 비용에 대한 미심쩍은 공제를 계산하는 울프의 장면은 “영수증은 꼭 챙겨라”는 평범한 교훈에 독특한 통쾌함을 입힌다.

 

애플렉은 평소보다 감정을 철저히 절제한 상태로, 기계적인 말투와 눈 맞춤을 피하는 연기로 일관한다.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함께한 맷 데이먼(Matt Damon)이 더 적합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애플렉이 자신의 즐거움을 투영하며 몰입한 듯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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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번설(Jon Bernthal)이 '어카운턴트 2'의 한 장면에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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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라 피네다(Daniella Pineda, 왼쪽)와 J.K. 시먼스(J.K. Simmons)가 '어카운턴트 2'의 한 장면에 등장하고 있다.

 

 

 

그 즐거움은 특히 존 번탈(Jon Bernthal)과 함께할 때 빛난다. 그는 울프의 형제이자 자유분방하고 과격한 브랙스턴(Braxton) 역을 맡아, 차가운 울프와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로 액션의 균형을 잡는다. 다만 이 형제의 등장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되며, 각본을 쓴 빌 듀뷰크(Bill Dubuque)의 느리고 어수선한 구성은 첫 절반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초반에는 은퇴한 FBI 금융범죄 수사 책임자 레이몬드 킹(Raymond King, J.K. 시몬스 분)이 중남미 출신 난민 가족을 찾기 위해 한 인물을 접촉하려다 저격당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팔뚝에 남긴 “회계사를 찾아라(Find the accountant)”라는 문구는 이야기의 시동을 건다.

 

킹의 후임이자 제자인 메리베스 메디나(Marybeth Medina, 신시아 아다이-로빈슨 분)는 울프와의 과거 인연을 떠올리며 그를 찾는다. 특별한 신호가 아닌, 뉴잉글랜드(New England)의 신경학 연구소에 전화해 메시지를 남기는 단순한 방식이다. 울프는 현재 Airstream RV에서 조용히 살고 있으며, 연구소의 사무실은 젊은 자폐 해커들로 가득하다.

 

이 중 일부 장면들은 서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등장한다. 예컨대 스피드 데이팅 장면은 쓸데없지만 다소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브랙스턴이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의 오마주로 시체들 사이에서 등장하는 장면 이후, 영화는 기묘하지만 일정한 리듬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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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 아다이-로빈슨(Cynthia Addai-Robinson)이 '어카운턴트 2'의 한 장면에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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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애플렉이(왼쪽)과  존 번설가 '어카운턴트 2'의 한 장면에 함께 등장하고 있다.

 

 

 

이 영화의 세계관은 사실상 세무감사(audit)를 견딜 수 없을 만큼 엉성하다. 하지만 극히 디테일에 집착하는 회계사를 다룬 영화로선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균형이 오히려 정서적 균형을 이룬다. ‘어카운턴트 2’는 스스로의 진지함과 유쾌함 사이 경계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장점이 된다.

 

또한 영화의 중심에는 이민자 가족의 운명이 놓여 있어 현실성과도 연결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세청(IRS)이 이민자 추방을 위한 정보 제공에 동원되며 내부 반발이 있었고, 멜라니 크라우스(Melanie Krause) 국세청 직무대행을 포함한 일부 직원은 이에 반발해 사임한 바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회계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떠나는 국세청 직원들에게 의외로 ‘가장 카타르시스 넘치는 영화’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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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번설(왼쪽)과 벤 애플렉이 '어카운턴트 2'의 한 장면에 함께 등장하고 있다.

 

 

 

‘어카운턴트 2’는 아마존 MGM 스튜디오(Amazon MGM Studios) 배급으로 개봉되며, 미국영화협회로부터 강한 폭력성과 전반적인 거친 언어 사용으로 R 등급을 받았다. 러닝타임은 125분이며, 계산된 듯 계산되지 않은 이 영화는, 숫자와 감정 사이 어디쯤의 묘한 쾌감을 남긴다.

 

보스턴 지역에서 ‘어카운턴트 2’를 관람하고자 하는 관객들은 다음 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AMC 보스턴 커먼 19(AMC Boston Common 19, 175 Tremont Street, Boston, MA 02111)에서 상영 중이며, 그 외에도 주변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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