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반려견 스쿠비, (오른쪽)베로니카 오르다즈 곤살레스와 반려견 스쿠비 - 베로니카 오르다즈 곤살레스(Veronica Ordaz Gonzalez)와 그녀의 남자친구 호세 라모스 산티아고(Jose Ramos Santiago)는 프레즈노 카운티(Fresno County) 보안관실 소속 경관들이 오르다즈 곤살레스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반려견 스쿠비(Scooby)를 사살한 사건과 관련해 8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270만 달러짜리 총성…반려견 스쿠비의 죽음, 세금으로 갚는다
무단 진입·총격에 항소심도 “위법”…프레즈노 카운티, 결국 막대한 배상 책임
2018년 발생한 한 반려견 사살 사건이 프레즈노 카운티(Fresno County) 주민들에게 막대한 세금 부담을 안기게 됐다. 캘리포니아 제5구 항소법원(California’s Fifth District Court of Appeals)은 지난주, 하급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프레즈노 카운티 보안관실(Sheriff’s Department)이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반려견을 불필요하게 사살했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카운티는 최소 270만 달러 이상을 배상하게 될 전망이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의 2025년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베로니카 오르다즈 곤살레스(Veronica Ordaz Gonzalez)와 그녀의 남자친구 호세 라모스 산티아고(Jose Ramos Santiago)가 2023년 프레즈노 카운티 보안관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8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들은 2018년 6월, 보안관실 소속 경관들이 자신의 동의 없이 자택에 진입했고, 가족처럼 지내던 네 살짜리 반려견 스쿠비(Scooby)를 총으로 쏘아 숨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또한, 오르다즈 곤살레스 측에 약 83만 달러의 변호사 비용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프레즈노 카운티 상급법원(Fresno County Superior Court)은 경관들이 캘리포니아 민사법(Bane Act)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위협, 강압, 공권력 남용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오르다즈 곤살레스의 변호인 놀런 케인(Nolan Kane)은 항소심 소송 비용만 최소 40만 달러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하며, 최종적으로 카운티가 지불하게 될 금액은 270만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오르다즈 곤살레스와 전혀 무관한 차량 훼손 신고였다. 2018년 6월 3일, 한 부부가 경찰에 아들인 헤수스 라모스(Jesus Ramos)가 가족 차량을 훼손해 500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고 신고했다. 그들은 아들이 자주 머무는 장소로 프레즈노 시 사우스 린드 애비뉴(South Lind Avenue)에 있는 한 주택을 지목했고, 이 주택은 당시 오르다즈 곤살레스와 산티아고가 임대 중이었다.
사건 당일, 오르다즈 곤살레스와 그녀의 아버지 로베르토(Roberto), 동생 오마르 페레즈(Omar Perez), 그리고 잠들어 있던 산티아고가 집 안에 있었지만, 경찰이 찾던 헤수스 라모스는 집에 없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한 경관이 현관 앞 스크린 도어 너머로 오르다즈 곤살레스와 대화를 나눴고, 그녀는 뒷문에서 만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경관은 그녀의 발언을 동의로 간주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다른 경관이 오르다즈 곤살레스를 강제로 제압하고 팔을 비튼 뒤 수갑을 채웠으며, 그녀가 영장을 요구했으나 경관들은 이를 제시하지 않았다. 법원 기록에는 경관들이 영장을 요구받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후 경찰은 경찰견(K-9 유닛)을 투입했고, 스쿠비는 앞마당 나무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스쿠비는 풀려나 집 뒤쪽으로 달려갔고, 그 순간 한 경관이 총을 발사했다. 총에 맞은 스쿠비는 현관까지 걸어갔지만, 끝내 아무런 응급처치도 받지 못한 채 숨졌다.
오르다즈 곤살레스 측은 사건 초기에 프레즈노 카운티와 25만 달러에 합의하려 했으나, 카운티는 7,500달러만 제시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케인 변호사는 “카운티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며 타협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프레즈노 카운티 법률자문실(Fresno County Counsel)은 성명을 통해 “카운티는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경관들이 위협 상황에 적절히 대응했다고 판단하며 법원의 결정에 정중히 이견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시민의 사생활 보호와 공권력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중요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 속에서, 사법체계가 어떻게 생명과 권리를 다루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