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냐의 존 코리르(John Korir)가 형 웨슬리 코리르(Wesley Korir)의 조언을 따라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며 대회 역사상 최초로 형제 챔피언이 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케냐의 존 코리르(John Korir)가 2025년 4월 21일(월), 보스턴에서 열린 보스턴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하고 있다.
보스턴을 달린 형제의 전설,
존 코리르 우승으로 형 웨슬리와 함께 역사에 남다
케냐의 존 코리르, 형 웨슬리의 조언 따라 보스턴 마라톤 우승…
대회 사상 최초로 형제가 챔피언 등극
2025년 보스턴 마라톤(Boston Marathon) 남자부는 케냐 출신의 존 코리르(John Korir)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는 2시간 4분 45초라는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대회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른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존은 형 웨슬리 코리르(Wesley Korir)가 2012년 이 대회에서 거둔 우승 이후, 보스턴 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형제가 각각 챔피언이 된 주인공으로 기록되었다.
AP통신의 2025년 4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존은 6개월 전 시카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보스턴을 겨냥해 훈련을 이어왔다. 지난해 보스턴 마라톤에서 4위를 기록하며 아깝게 메달을 놓친 그는, 이번엔 형 웨슬리의 조언을 받아들여 훈련 전략을 수정했다. 14살 차이가 나는 웨슬리는 “경기는 힘들 테니 스스로를 믿어라”는 말을 남겼고, 존은 그 믿음 하나로 다시 보스턴의 출발선에 섰다. 경기가 끝난 후 존은 “저는 저 자신을 믿었고, 형의 조언을 따랐습니다”라며 형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케냐의 존 코리르(John Korir)가 2025년 4월 21일(월), 보스턴에서 열린 보스턴 마라톤을 마친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경기 초반부터 드라마가 있었다. 출발 지점 근처에서 다른 선수와의 충돌로 인해 존은 비틀거렸고, 가슴에 붙였던 번호표가 떨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결승선을 통과하며 바지 속에서 그 번호표를 꺼내든 그의 장면은 이날 경기의 상징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그는 “누군가가 제 뒤에서 저를 걸었어요. 정말 위태로웠지만 다행히 잘 버텼습니다”라고 말했다.
존은 지난해 4위, 2023년에는 9위를 기록한 바 있었고, 이번이 보스턴에서의 세 번째 도전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15만 달러(USD 150,000)의 상금을 받았으며, 일부는 ‘트랜센드 탤런트 아카데미(Transcend Talent Academy)’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아카데미는 형 웨슬리와 함께 운영 중인 기관으로, 가난한 청소년 러너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형은 예전 보스턴 상금으로 케냐에 병원을 세웠죠. 저도 그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결승에서는 숨막히는 경쟁도 펼쳐졌다. 탄자니아의 알폰세 펠릭스 심부(Alphonce Felix Simbu)와 케냐의 사이브리안 코투트(Cybrian Kotut)는 마지막 구간까지 존의 뒤를 쫓으며 접전을 벌였다. 결국 두 선수는 나란히 2시간 5분 4초로 골인했지만, 사진 판독 결과 심부가 2위, 코투트가 3위를 차지했다. 미국 유타주 프로보(Provo, Utah) 출신의 코너 맨츠(Conner Mantz)는 2시간 5분 8초로 4위를 기록했다.

2025년 4월 21일(월), 보스턴에서 열린 보스턴 마라톤에서 미국의 코너 맨츠(Conner Mantz, 오른쪽 위)가 탄자니아의 알폰스 펠릭스 심부(Alphonce Felix Simbu, 왼쪽)와 케냐의 시브리안 코투트(Cybrian Kotut)를 결승선까지 추격하고 있다.
맨츠는 경기 후 “마지막 300미터에서 그들에게 추월당한 건 조금 쓰라렸어요. 하지만 아마도 제 인생 최고의 레이스였던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16마일 지점에서 선두에 나서며 한때 우승 가능성을 보였으나, 존이 하트브레이크 힐(Heartbreak Hill) 근처에서 치고 나가며 격차가 벌어졌다. 존은 “계획은 20마일 지점에서 공격하는 것이었고, 그대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효과가 있었어요”라며 전략적인 승부를 설명했다.
한편 에티오피아의 시사이 렘마(Sisay Lemma)는 6마일 지점부터 선두를 유지하다가 17마일 부근에서 다리 통증으로 주저앉으며 완주에 실패했다. 캐나다의 로리 링크레터(Rory Linkletter)는 중반까지 선두권에 있었지만, 후반 레이스에서 페이스를 잃고 뒤처졌다.

미국의 코너 맨츠(Conner Mantz)가 2025년 4월 21일(월), 보스턴에서 열린 보스턴 마라톤에서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결승선이 있는 보스턴 시내 보일스턴 스트리트(Boylston Street)에 들어서자, 웨슬리는 동생의 모습을 보자마자 환호하며 달려나갔다.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했고, 웨슬리는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존은 “형과 제가 이제 함께 보스턴 우승자입니다. 정말 꿈만 같아요”라고 밝혔다.
존 코리르의 이번 우승은 단지 한 선수의 승리가 아니라, 형제애와 인내, 그리고 믿음이 만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웨슬리와 존, 두 코리르 형제는 이제 보스턴 마라톤이라는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함께 빛나는 전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