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 공연에 앞서 2025년 4월 4일 뉴욕시 매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에서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팝의 프린세스” 카일리 미노그, 보스턴을 춤추게 하다
13년 만의 보스턴 무대, 카일리 미노그가 전한 긍정 에너지의 향연
팝의 아이콘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가 지난 수요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티디 가든(TD Garden)에서 단 두 번째로 선보인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선 긍정 에너지의 파티였다. 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보스턴을 찾은 미노그는,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무대에 올라 약 2시간 동안 삶과 사랑, 희망을 노래하며 관객들과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눴다.
캘리 미노그 - 미드나잇 라이드 (공식 뮤직비디오)
캘리 미노그, 2025년 4월 9일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텐션 투어’ 공연 펼쳤다. (TheMrKingAlex 우튜브 채널)
‘팝의 프린세스(Princess of Pop)’라는 별칭처럼, 미노그는 글로벌 차트를 석권해온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지만, 마돈나(Madonna),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도나 서머(Donna Summer)처럼 군림하는 여왕의 이미지보다는 훨씬 더 친근하고 따뜻한 존재로 무대 위에 섰다. 관객들을 궁정의 신하처럼 대하는 것이 아닌, 마치 함께 꿈을 꾸는 동료로서 그들을 이끌었다.
이러한 미노그의 태도는 그녀의 음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질투, 상실감, 복수처럼 댄스 음악의 전형적인 감정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사랑, 섹스, 춤,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수용이 모든 노래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특히 “홀드 온 투 나우(Hold on to Now)”는 지금 이 순간을 붙잡으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하며, 공연의 주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캘리 미노그의 ‘텐션 투어(Tension Tour)’ 포스터.

캘리 미노그의 ‘텐션 투어(Tension Tour)’ 광고이미지.
보스톤 글로브의 2025년 4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그녀의 ‘텐션 투어(Tension Tour)’의 일환으로, 2023년에 발표한 앨범 Tension과 2024년 가을에 이어 발표된 후속작 Tension II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이 투어는 단순한 회고가 아닌, 그녀의 현재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무대였다. 그래미를 수상한 히트곡 “파담 파담(Padam Padam)”과 오빌 펙(Orville Peck), 디플로(Diplo)와 협업한 “미드나잇 라이드(Midnight Ride)”는 카일리 미노그가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있으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무대는 회상이나 예의상의 순회공연이 아닌, 전력을 다해 즐기고 압도하려는 그녀의 선언이었다. 그러니 이 공연을 놓치는 건 분명 후회할 일이었다.
공연은 레이저가 다이아몬드 형태로 교차하며 무대가 열리는 장대한 오프닝으로 시작됐다. 미노그는 그 중심에서 그네를 타고 등장했고, “라이트 카메라 액션(Lights Camera Action)”이 울려 퍼지자마자 관객들은 열광적인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어지는 “인 유어 아이즈(In Your Eyes)” 도입부에서 그녀는 잠시 노래를 멈추고 “너무 크게 따라 불러서 제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예요”라며 애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공연 중간에는 “카일리! 카일리!”를 연호하는 함성이 자발적으로 터져 나왔고, 그녀의 밴드가 박자를 맞추며 이에 화답했다.

2025년 4월 9일 캘리 미노그의 보스턴 공연 모습.
무대는 거대한 클럽처럼 변모했다. 미노그는 “겟 아웃타 마이 웨이(Get Outta My Way)”의 강렬한 전개와 “올 더 러버스(All the Lovers)”의 따뜻한 리듬, 그리고 “파담 파담(Padam Padam)”의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를 연상케 하는 드라이브감 넘치는 비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웨어 더스 더 디제이 고?(Where Does the DJ Go?)”에서는 심장 뛰듯 앞서 나가는 베이스가 긴장감과 흥분을 더했다. 특히 “온 어 나잇 라이크 디스(On a Night Like This)”는 어두운 네온빛 거리를 질주하는 스포츠카처럼 빠르게 몰아쳤고, “댄싱(Dancing)”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마치 햇살 속 소나기 같은 따뜻함을 안겨주었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영화 '007'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 “컨파이드 인 미(Confide in Me)”였다. 안개, 필름 누아르 풍의 영상, 붉은 조명이 어우러진 이 곡은 그 자체로 영화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그 외에도 “매직(Magic)”, 조르조 모로더(Giorgio Moroder)의 일렉트로 디스코 풍 “굿 애즈 곤(Good as Gone)”, 80년대 에어로빅 록을 연상시키는 “띵스 위 두 포 러브(Things We Do for Love)” 등은 사랑에 빠졌을 때의 황홀감과 삶의 기쁨을 찬양하는 곡들로 가득했다.

2025년 4월 9일 캘리 미노그의 보스턴 공연 모습.
오프닝 무대는 밴드 ‘더 엑스엑스(The xx)’의 프론트우먼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로미(Romy)가 장식했다. 그녀는 본인의 밴드와는 다른, 더욱 강렬하고 반짝이는 클럽 사운드로 관객들을 달궜으며, 진심 어린 퍼포먼스로 미노그 공연의 분위기를 완벽히 예열했다.
이번 보스턴 공연은 단순한 팝 콘서트를 넘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해방시키고,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는 미노그의 메시지를 전하는 축제였다. 그녀의 무대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공간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