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후 첫 고위급 회담에서 포로 교환에는 합의했지만, 휴전 조건에서는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에서 열린 회담에 참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타결은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회담, 2시간 만에 종료
포로 맞교환엔 합의했지만, 휴전 조건은 여전히 평행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급 평화회담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Istanbul)에서 열렸지만, 회담은 단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종료됐다. 양측은 1,000명의 전쟁포로를 상호 교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의제였던 휴전 문제에서는 전혀 접점을 찾지 못했다.
AP통신의 2025년 5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 헤오르히 티히(Heorhii Tykhii)는 회담 후 “총성이 멈추지 않으면 진정한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가 기본적인 휴전 제안에조차 명확한 긍정의 답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으며 30일 간의 임시 휴전을 첫 단계로 제시했지만, 크렘린궁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 대표단장 블라디미르 메딘스키(Vladimir Medinsky)는 회담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고 평가하며, 향후 접촉을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이번 협상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대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회담, 포로 교환 합의는 했지만 휴전 합의는 불발 (AP통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과 프랑스, 독일, 영국, 폴란드 정상들과 회담 내용을 공유했으며, 러시아가 조건 없는 전면 휴전을 거부할 경우 강력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바니아 티라나(Tirana)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유럽이 단합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전쟁포로 1,000명을 교환하기로 한 것이 가장 뚜렷한 성과였다. 이는 지금까지의 교환 가운데 최대 규모다. 또한 양측은 정전 및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이뤘으며, 각자 구체적인 정전 제안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정상 간 직접 회담을 요청했으며, 러시아는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분위기는 순조롭지 않았다. 회담 도중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지역 대부분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새롭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조건이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으며, 협상을 후퇴시키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회담에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오른쪽)와 러시아 대표단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회담이 열린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에서는 양측 대표단이 U자형 탁자에 마주 앉았지만, 실질적인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미국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과 조속히 회담을 추진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으며, 트럼프는 아부다비에서 기자들에게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터키 외무장관 하칸 피단(Hakan Fidan)은 회담 개회 발언에서 “이번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며, 가능한 한 빠른 휴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로 교환 합의를 신뢰 회복의 계기로 평가하면서, 향후 추가 회담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티라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폴란드 총리와 안보, 국방, 민주주의 수호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유럽의 압박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키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 왼쪽부터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이 시비하(Andrii Sybiha),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터키 외무장관 하칸 피단(Hakan Fidan),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안드리이 예르막(Andriy Yermak)이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오른쪽)와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이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알바니아 티라나(Tirana)에서 열린 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47개 유럽 국가 및 국제기구의 정상들이 안보, 국방, 민주주의 기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와의 통화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입장은 분명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유럽연합(EU)은 조만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요구에 또다시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휴전도 없고 고위급 회담도 없으며, 아무런 반응도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적 협상 외에도 양측은 이번 주 외교전을 벌이며 전쟁 종식 의지를 과시하려 했다. 젤렌스키는 터키에서 푸틴과의 직접 회담을 제안했으나, 러시아는 저위급 대표단만을 파견해 진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미국과 유럽은 30일 간의 휴전을 공식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사실상 이를 거부하고 자국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는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에 대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준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새로운 군사 공세를 준비 중이며, 벨라루스와의 연합 군사훈련과 무기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벨라루스 내 군사 증강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나토(NATO) 국가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쿠피안스크(Kupiansk)에서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여성 1명이 사망하고 남성 4명이 부상당했다. 유엔(UN)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금까지 12,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수만 명의 병사가 전사했다. 러시아군의 피해는 그보다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가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제6차 유럽정치공동체(European Political Community)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은 AP통신에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은 전쟁에 가장 유리한 시기이고, 적은 계속해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며, 휴전에 대한 기대는 낮았지만, 일부 동료들은 “올해 말쯤엔 불안정하더라도 평화가 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회담 전날, 우크라이나는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의 국가안보 보좌관들과 사전 조율 회의를 가졌으며,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의 특사인 은퇴 장군 키스 켈로그(Keith Kellogg)가 참석했다. 우크라이나는 국방장관 루스템 우메로프(Rustem Umerov)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안드리 예르막(Andriy Yermak)이 대표로 나섰다. 터키, 미국, 우크라이나의 3자 회담도 동시에 진행됐으며, 미국 측에서는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도 참석해 조율에 나섰다.
이번 회담은 포로 교환이라는 부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면 휴전과 정치적 타결을 이루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