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보스턴 마라톤(Boston Marathon), 웰즐리(Wellesley)에 도착. 한 러너가 스크림 터널(Scream Tunnel)에서 웰즐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 학생에게 키스를 받는다.
보스턴 마라톤, ‘키스를 외치다’
팬데믹도 꺾지 못한 열광의 응원, 다시 살아난 보스턴 마라톤 ‘스크림 터널’
매년 4월, 미국 보스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례 마라톤 대회인 ‘보스턴 마라톤(Boston Marathon)’이 열린다. 1897년 첫 대회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져 온 이 행사는, 단순한 체력과 기록의 경쟁을 넘어 보스턴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거대한 도시 축제이자, 러너와 관중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전통이다.
2013년 4월 15일(월), 제117회 보스턴 마라톤이 매사추세츠주 웰즐리(Wellesley, MA) 루트 135를 따라 웰즐리 칼리지를 지나간다. 웰즐리 칼리지는 레이스 중간 지점에서 학생들이 환호하고, 포옹하며, 러너에게 키스하는 전통인 ‘스크림 터널(Scream Tunnel)’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하이라이트는 마라톤 속의 작은 축제, 웰즐리(Wellesley) 지역의 ‘스크림 터널(Scream Tunnel)’이다. 마라톤 13마일 지점에 자리한 웰즐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 앞은 수십 년간 보스턴 마라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을 지나는 러너들은 매년 수백 명의 여학생들이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함성과 함께, 재치 넘치는 피켓, 하이파이브, 그리고 때로는 입맞춤까지 어우러진 열정적인 응원을 마주하게 된다.
고비를 넘기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무렵, 이 짧은 구간은 러너들에게 다시 달릴 힘을 선사하는 전환점이 된다. 웰즐리의 ‘스크림 터널’은 단순한 응원 지점이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진지한 도전 속에 유쾌함과 연대감을 더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1911년 4월 20일자 《보스턴 데일리 글로브(Boston Daily Globe)》 기사.
“귀가 멍해질 정도로”: 스크림 터널의 시작
웰즐리 칼리지의 응원 역사는 보스턴 마라톤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1897년 첫 대회 당시에도 웰즐리 여학생들은 하버드 소속 참가자들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고, 1911년에는 “수백 명의 여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러너들을 환호했다”는 지역 신문 보도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응원 구간이 ‘스크림 터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마라톤 주자들은 “이 지점을 지나면 귀가 멍멍해질 정도”라고 표현했고, 일부는 “13마일의 피로가 여기서 리셋된다”고 말할 만큼, 강력한 응원 에너지를 경험하게 된다. 이 응원은 단순한 소음이 아닌, 러너들에게 다시 달릴 수 있는 정신적 원동력이 된다.
1988년, 사람들이 러너들을 응원하고 있다.
“Kiss me!”: 스모치 터널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생겼을까?
1990년대 말부터 ‘스크림 터널’은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기 시작했다. 바로 ‘스모치 터널(Smooch Tunnel)’이다. 웰즐리 학생들이 “Kiss me, I’m graduating!” “Kiss me, I’m from New Jersey!”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러너들에게 입맞춤을 건넨 것이 그 시작이었다.
웰즐리 캠퍼스를 통과하는 짧은 시간 동안, 여학생들의 뺨이나 손에 러너들이 가볍게 키스를 하고 지나가는 이 전통은 순간적이지만 인상적인 ‘러너와 관중의 교감’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해에 학생당 수백 번의 키스를 주고받는 기록도 있을 만큼, 이 전통은 ‘스크림 터널’의 유쾌한 상징이 되었다.
2024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휠체어 및 핸드사이클 주자들이 지나갈 때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이 응원하고 있다.
팬데믹의 충격과 키스의 일시 정지
그러나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유쾌한 전통에도 제동을 걸었다. 대회 자체가 한 해 연기되었고, 2021년부터는 철저한 방역 지침 속에 제한적으로 개최되었다. 보스턴 체육협회(BAA)는 공식적으로 “마라톤 중 낯선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고, 웰즐리 측도 입맞춤 자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을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그해 스크림 터널은 조용한 변화를 맞이했다. 피켓은 여전히 휘날렸지만, 대신 비눗방울, 손키스, 키스 스티커 등 비접촉 응원이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전통은 잠시 멈췄지만, 응원의 열정과 정신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웰즐리 신입생 테디 휴스(Teddy Hughes)가 마라톤 중간 지점에서 러너들과 키스하는 전통에 참여했다.
2025년, 다시 뜨거워진 스크림… 그리고 되살아난 키스
2025년, 제129회 보스턴 마라톤을 맞이하는 올해, 팬데믹의 여파는 한층 누그러졌고, 마라톤의 분위기 역시 본연의 축제로 돌아오고 있다. 방역 지침은 대폭 완화되었으며, 웰즐리 캠퍼스에도 다시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Kiss me, I’m hungover!” “Kiss me, I’m a freshman!” "Kiss Me, I won't tell your wife" 등 재치 넘치는 피켓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고, 일부 러너들은 과거처럼 짧은 입맞춤으로 응원에 화답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에는 ‘서로의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키스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거리감 있는 응원이나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택하고, 러너들 역시 이를 존중하며 유쾌하게 소통하고 있다.
한 웰즐리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에요. 러너들이 정말 기뻐하고, 우리도 그들의 고된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2014년 보스턴 마라톤 ‘스크림 터널’
2022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스크림 터널’, 역사와 유쾌함이 만나는 축제의 중심
‘스크림 터널’은 단지 웰즐리 대학생들의 열띤 응원 구간이 아니다. 그것은 128년의 보스턴 마라톤 역사 속에 깊이 새겨진 하나의 문화 유산이다. 여성이 스포츠 응원의 주체로서 활약해온 이 구간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시대적 의미와 공동체 정신, 그리고 유머와 인간애가 어우러지는 드문 상징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몇 년간 멈췄던 키스의 전통도 2025년 다시 조심스럽게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응원의 형태보다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연결의 방식이다. 소리로, 피켓으로, 혹은 눈인사 하나로도 스크림 터널은 여전히 러너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스크림은 계속되고, 스모치는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모여 또 하나의 보스턴 마라톤을 완성해낸다.
영상으로 보는 보스턴 마라톤 ‘스크림 터널’
2017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WICKED LOCAL Central - Metro)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Runner's World)
마라톤 먼데이, 그 악명 높은 ‘스크림 터널’로 향하다 (Chronicle 5 WCVB)
2016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에서 (Wellesley Public Media)
보스턴 마라톤 러너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소, 웰즐리 스크림 터널 밀착 탐방 (WCVB Channel 5 Boston)
웰즐리에서는 관중에겐 우산을, 러너에겐 키스를 (The Boston Globe)
2023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에서 (Wellesley Public Media)
스크림 터널, 마라톤 러너들에게 환호와 키스를 선사하다 (WCVB Channel 5 Boston)
2016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스크림 터널’에서 응원 나서 (CBS Boston)
2012 보스턴 마라톤 -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Wellesley Public Media)
2024 보스턴 마라톤 스크림 터널 (Touber Tseng)
사진으로 보는 보스턴 마라톤 ‘스크림 터널’
2024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Kiss Me, I have a boyfriend(키스해요, 남자친구 있어요)” 피켓.
2022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Kiss Me, I won’t tell your wife” 피켓.
1932년 신문 스크랩.
2013년, 마라톤 응원을 위한 피켓 제작 장면.
2013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3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3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Kiss Me, I 'm Korean"
2013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3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7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7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7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7년 웰즐리 스크림 터널: 응원, 키스, 재치 넘치는 피켓들.
2017년, 피켓에 “Kiss Me, I won’t tell your wife(키스해요, 당신 아내에겐 비밀이에요)”라고 적힌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5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0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0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22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이 돌아온 2022년, 웰즐리 학생들은 함성은 보냈지만 키스는 자제.
2009년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보스턴 마라톤.
보스턴 마라톤 키스: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스크림 터널’에서 키스 제공.
보스턴 마라톤 키스: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스크림 터널’에서 키스 제공.
보스턴 마라톤 키스: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스크림 터널’에서 키스 제공.
1996년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관련 신문 스크랩 (출처 미상)
2014년 ‘스크림 터널’에서 러너에게 키스하는 웰즐리 칼리지 학생.
2023년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17년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스크림 터널’
2012년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에서 러너들을 응원하기 위해 피켓을 만든 아리엘 차오(Ariel Chao, 샌디에이고 출신)와 메그 맥클루어(Meg McClure, 댄빌 출신)
2012년 보스턴 마라톤, 웰즐리 칼리지 중간 지점을 지나며 보스턴 체육협회(BAA) 예상 페이스보다 다소 뒤처진 엘리트 남녀 주자들.
2012년, 상의를 벗은 한 러너가 키스를 받으려 다가가는 장면.
2012년, 두 팔을 벌리며 소리 지르는 웰즐리 학생들 옆을 지나가는 한 러너.
2012년 마라톤, 곳곳에서 제공된 ‘무료 키스’
2012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웰즐리 팬들과 포옹하는 한 러너.
2010년 제114회 보스턴 마라톤, 열정적인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2012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수천 명의 웰즐리 여학생들 앞에서 키스를 받으려는 러너들.
2010년, 키스를 기다리며 러너들을 응원하는 웰즐리 칼리지 학생.
2016년 4월 18일(월), 보스턴 마라톤에서 피켓을 든 웰즐리 칼리지 4학년 학생.
2014년 보스턴 마라톤 제118회 대회, 웰즐리 칼리지 학생 엘리자베스 얀시(Elisabeth Yancey, 워싱턴주 오크 하버 출신)가 러너와 키스를 나누는 모습.
2014년 보스턴 마라톤 제118회 대회, 참가자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2014년 보스턴 마라톤 제118회 대회, 스크림 터널에서 환호하는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2014년 보스턴 마라톤 제118회 대회,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에서 뉴캐넌(New Canaan, CT) 출신 학생 브리짓 르무안(Bridget Lemoine)이 피켓을 들고 관람.
2019년, 2023년 보스턴 마라톤에서의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2023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웰즐리 칼리지 ‘스크림 터널’
‘스크림 터널’에서 러너들을 응원하고 키스하는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2013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러너들을 응원하는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
응원과 키스: 웰즐리 칼리지의 마라톤 ‘스크림 터널’
2019년, 웰즐리 칼리지 학생들이 보스턴 마라톤 러너들을 응원하며 함성, 피켓, 키스로 격려했다.
2012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웰즐리 칼리지의 전통적인 스크림 터널 피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