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보스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셸 우 보스턴 시장과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보스턴 공립학교 개혁에서 손을 떼면서 학업 성과 개선 없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보스턴 공립학교 개혁, 실패로 끝나나?
주정부, 개입 종료 선언… 학업 성과 개선 없이 후퇴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보스턴 공립학교(Boston Public Schools, BPS) 개혁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임 주지사 찰리 베이커(Charlie Baker) 행정부가 2022년 시작한 개혁 노력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음을 의미한다. 당시 주정부는 학업 성과 향상을 압박하기 위해 직접 개입 가능성을 내세우며 개선 계획을 도입했다. 하지만 모라 힐리(Maura Healey) 주지사 행정부는 이를 연장하지 않고 올여름 종료하기로 했다.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보스턴 공립학교는 여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또 달성한 목표들도 지속적인 학업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주정부가 보스턴 공립학교의 책임을 묻기를 기대했던 학부모들은 이제 더 이상 그런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
보스턴 공립학교 학생들의 시험 성적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현재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상이 매사추세츠주에서 하위 10%에 해당하는 ‘전환 학교(transformation schools)’에 재학 중이다. 오랫동안 보스턴 공립학교의 비효율성을 상징해온 통학 버스 시스템도 여전히 정시 운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의 2025년 3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 공립학교의 메리 스키퍼(Mary Skipper) 교육감은 개혁 계획 종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학부모 및 교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를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했고, 교통, 안전,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어 학습자 프로그램 확장 등 일부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업 성과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보스턴 정책연구소(Boston Policy Institut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보스턴 공립학교의 학업 성취도는 특히 흑인과 라틴계 학생, 다중언어 학습자, 장애 학생, 저소득층 학생들에게서 크게 악화됐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보스턴 공립학교 내 주 내 최하위 10% 학교 수는 34개에서 36개로 증가했다. 이들 학교를 하나의 학군으로 간주하면 매사추세츠주에서 다섯 번째로 큰 학군이 된다. 보고서는 "이들 학교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개혁 계획의 핵심이었던 ‘전환 학교’들의 학업 성과도 악화됐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8학년 학생들의 MCAS(매사추세츠 종합평가시험) 영어 및 수학 성취도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학년 영어 성취도는 1%포인트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적인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보스턴 공립학교 개혁이 실패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명확한 학업 성과 기준의 부재를 꼽는다. 보고서 저자인 케리 도너휴(Kerry Donahue)는 "보스턴 공립학교가 개혁 계획에서 요구된 사항의 75%를 충족했다고 평가되지만, 학업 성취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스턴은 학생 성과 개선을 위한 자체적인 책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며 "점진적인 변화에 머물러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너휴는 보스턴 공립학교가 문해력과 수학 성취도, 대학 및 직업 준비도를 목표로 삼고, 학습 취약 계층 학생들의 양질의 교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 개혁 계획이 올여름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보스턴 교육 컨설턴트 윌 오스틴(Will Austin)은 주정부의 개입 철회를 실책으로 평가했다. 그는 "주정부의 압박은 오랫동안 매사추세츠 교육 정책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며 "대부분의 학교 개혁은 법적, 정치적, 혹은 주정부 차원의 압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사추세츠 교육부의 패트릭 터트와일러(Patrick Tutwiler) 장관은 보스턴 공립학교 개혁의 효과성과 향후 추가 개입 여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최근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와의 인터뷰에서 러셀 존스턴(Russell Johnston) 초·중등 교육부 대행은 "개혁 계획은 3년간 진행되도록 설계되었다"며, 향후 교육부 차원의 모니터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보스턴 공립학교의 특수 교육 및 시민권 관련 문제를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정부의 압박이 줄어들면서, 보스턴 공립학교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긴급성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혁 성공이 아닌, 주정부의 책임 방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때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보스턴 공립학교가 너무 심각하게 망가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주정부는 다시 보스턴 공립학교를 방치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