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그린 드래곤’의 기억, 혁명의 숨결을 간직하다

by 보스톤살아 posted Mar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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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운타운에 위치한 그린 드래곤 타번은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니며, 폴 리비어와 존 핸콕과 같은 혁명 지도자들에게 에일을 제공했던 장소이다.

 

 

 

 

 

보스턴 ‘그린 드래곤’의 기억, 혁명의 숨결을 간직하다

 

250주년을 앞두고 다시 조명되는 미국 독립혁명의 본거지

 

 

 

 

 

 

미국 독립혁명의 불씨가 되었던 보스턴의 한 역사적인 장소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보스턴 시청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그린 드래곤 타번(Green Dragon Tavern)은 ‘혁명의 본부(Headquarters of the Revolution)’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오늘날까지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채 운영되고 있다. 한때 미국의 독립을 꿈꾸던 혁명가들이 모여 전략을 논의하던 이곳은, 지금도 미국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보도블록이 깔린 거리와 18세기 혁명 시대의 머스킷 총이 장식된 입구는 이곳이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곳에서는 1775년 초 영국군이 렉싱턴에서 존 핸콕(John Hancock)과 새뮤얼 애덤스(Samuel Adams)를 납치하고 콩코드에서 무기를 압수하려 한다는 정보를 처음으로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첩보는 폴 리비어(Paul Revere)의 유명한 ‘자정의 질주(Midnight Ride)’를 촉발했고, 이는 결국 렉싱턴과 콩코드 전투로 이어져 독립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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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원래의 그린 드래곤 타번을 묘사한 것이다. (출처: 보스턴 도서관)

 

 

 

역사가이자 ‘예 올드 타번 투어스(Ye Olde Tavern Tours)’의 설립자인 브룩 바비어(Brooke Barbier)에 따르면, 당시 영국군의 실제 목표는 무기 압수였으나, 미국 혁명가들은 이를 지도층 납치 시도로 해석했고, 그로 인해 리비어가 경고의 질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미국 독립 혁명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현재의 그린 드래곤 타번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본래 17세기 중반에 세워졌던 원래의 타번은 아니다. 초기의 건물은 보스턴 시내의 다른 위치에 있었으나 1800년대에 파괴되었고, 현재의 형태는 1993년에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역사적 의미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혁명 당시 타번의 2층에는 프리메이슨 롯지(Masonic lodge)가 있었으며, 이는 독립운동을 준비하던 혁명가들에게 최적의 은신처가 되었다. 바비어는 1765년 인지세법(Stamp Act)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존 핸콕이 이곳에서 연회를 열어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했던 일화를 전했다. 또한 1774년 영국군이 보스턴을 점령하자, 폴 리비어를 비롯한 혁명가들이 이곳에서 몰래 모여 영국군의 동향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린 드래곤 타번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미국 혁명의 정신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GBH News의 2025년 3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이곳을 운영하는 ‘서머스 펍스(Somers Pubs)’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노엘 서머스(Noelle Somers)는 자신의 가족이 이곳을 복원하면서 역사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만약 아버지가 이곳을 재현하지 않았다면, 그린 드래곤 타번은 독립운동의 역사적 현장으로 다시 자리 잡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유의 길(Freedom Trail)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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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드래곤 타번의 바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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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드래곤 타번의 바 내부.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그린 드래곤 타번은 또 다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서고자 한다. 팬데믹 이후 회복을 시도하는 보스턴의 많은 역사적 장소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머스는 “지난 5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250주년 기념 행사가 이 지역과 자유의 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식민지 시대의 매사추세츠에서는 정치적 반대자들이 자유롭게 모일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타번은 그러한 제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퍽 대학교(Suffolk University) 역사학 교수 로버트 앨리슨(Robert Allison)은 “보스턴의 타번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교회나 정부의 권위를 벗어나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린 드래곤 타번은 그러한 공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미국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보스턴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그린 드래곤 타번을 들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혁명의 숨결이 살아 있는 이곳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순간을 경험하며, 독립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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