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 대학교와 MIT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과 이민 단속 강화에 대응해 채용을 동결했으며, 이는 대학 내 연구 인력 감소와 유학생 및 연구자의 취업과 체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하버드·MIT, 트럼프 행정부 압박 속 채용 동결
연구비 삭감·이민 단속 강화… 미 대학가 혼란 가중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가 채용을 동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을 대상으로 강경 조치를 단행하며 압박을 가중한 데 따른 대응이다.
지난 금요일, 미국 정부는 반유대주의 대응 미흡을 이유로 콜롬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의 연구비 4억 달러를 삭감했다. 이어 주말 동안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콜롬비아 대학교의 팔레스타인 학생 운동가를 체포해 루이지애나주의 구금시설로 이송했다. 월요일에는 미국 교육부가 60개 대학에 연방 민권법 준수 요구를 통보하며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시작에 불과하며, 추가적인 연구비 삭감과 조사 착수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이번 체포는 시작일 뿐"이라며 더욱 강경한 조치를 예고했다.
하버드와 MIT의 채용 동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고등 교육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3월 10일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의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는 ‘진보적 정치 이념’ 제거를 명분으로 대학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연구비를 삭감하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반이스라엘 시위의 중심지였던 콜롬비아 대학교를 정조준하면서 본격화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콜롬비아 대학교가 유대인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구비 삭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ICE는 해당 시위의 주요 인물로 알려진 콜롬비아 대학교 졸업생 마흐무드 칼릴(Mahmoud Khalil)을 체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극단적인 외국인 친하마스 학생"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칼릴은 합법적인 영주권자였으며, 그의 체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비당파적 언론 자유 단체인 ‘개인의 권리 및 표현 재단(Foundation for Individual Rights and Expression, FIRE)’의 법률국장 윌 크릴리(Will Creeley)는 "영주권자는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으며, 정부가 단순한 정치적 표현을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의 친팔레스타인 학생운동 지도자인 라피 애쉬(Rafi Ash)도 "이번 체포는 캠퍼스 내 학생운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며, "정부와 대학들이 협력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반유대주의 대응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유대인 인권 단체인 루이스 D. 브랜다이스 인권법 센터(Louis D. Brandeis Center for Human Rights Under Law)의 설립자인 케네스 마커스(Kenneth Marcus)는 "이번 조치는 미국 고등 교육기관 전체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연방 법을 준수하지 않는 대학은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월요일, 미국 교육부는 보스턴 대학교(Boston University), 브라운 대학교, 에머슨 칼리지(Emerson College), 하버드, 미들베리 칼리지(Middlebury College), 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웰즐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등 뉴잉글랜드 지역 대학들을 포함한 60개 대학에 추가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버드는 최근 가자 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포스터를 뜯어낸 도서관 직원이 더 이상 대학에서 근무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버드 유대인 동문 연합(Harvard Jewish Alumni Alliance)의 대변인 로니 브런(Roni Brunn)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환영하며, "정부의 개입이 대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버드의 전 총장인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는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대학교의 연구비 삭감은 과학 발전을 저해하고, 기회를 박탈하며, 학문적 논의를 위축시키고, 법치주의를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대인 운동가들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드는 연방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임시 채용 동결을 시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하버드의 시위 대응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으며, 트럼프는 하버드가 연방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을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연방 연구비 삭감과 관련한 질문을 받으며 "하버드는 5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그들에게 돈을 줘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하버드의 앨런 가버(Alan Garber) 총장은 월요일, "빠르게 변화하는 연방 정책으로 인해 상당한 재정적 불확실성이 초래됐다"며, 이에 따라 신규 채용을 동결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MIT도 지난주 같은 이유로 부분적 채용 동결을 발표했다. MIT의 샐리 콘블루스(Sally Kornbluth) 총장은 "연구비 삭감과 대학 기금에 대한 세금 인상 위협으로 인해 MIT는 새로운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버드와 MIT의 채용 동결은 대학 내 연구 인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유학생과 취업을 원하는 한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연구비 삭감으로 인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연구직이 줄어들면서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및 H-1B 비자를 통한 취업 기회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또한, 반이민 기조가 강화되면서 외국인 학생과 연구자들의 미국 내 취업과 체류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MIT의 한 박사 과정 학생은 "연구실에서 일하는 유학생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며, "OPT 기회를 활용해 미국에서 경력을 쌓으려던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스턴 지역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한인 유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