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박물관, 예술의 미래인가?

by 보스톤살아 posted Feb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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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박물관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전통적인 박물관과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스타그램 박물관, 예술의 미래인가?

 

체험형 전시의 새로운 물결, 보스턴을 사로잡다

 

 

 

 

 

보스턴의 씨포트(Seaport)에 새롭게 문을 연 '아이스크림 박물관(Museum of Ice Cream)'은 전통적인 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는 대신,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몸으로 즐기는 것이 필수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스크림을 주제로 한 놀이와 체험을 만끽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모으며 기대를 모은 이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놀이공원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된 색다른 문화 공간이다.

 

 

 

체험형 박물관, 새로운 문화 트렌드

 

아이스크림 박물관은 최근 보스턴에서 등장한 여러 상업적 박물관 중 하나다. 전통적인 박물관이 유물이나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면, 이들은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패뉴일 홀(Faneuil Hall) 근처에는 착시 효과를 활용해 관람객이 신기한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환상의 박물관(Museum of Illusions)’이 문을 열었으며, 다운타운 크로싱(Downtown Crossing)에는 몰입형 미술 전시를 제공하는 'WNDR 박물관'이 새롭게 들어섰다.

 

이러한 박물관들은 단순히 전시물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상업적 요소를 결합한 체험형 공간으로 운영된다. 기존의 비영리 박물관과 달리, 입장료 외에도 기념품, 음식, 특별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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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아이스크림 박물관'의 입구, 방문객을 맞이하는 기발한 체험형 전시 공간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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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스크림 박물관은 거대한 스프링클 풀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이 높은 수익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스턴 글로브의 2025년 2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박물관 컨설팅 회사 뮤지엄 인사이트(Museum Insights)의 창립자 가이 허만(Guy Hermann)은 “이들은 시간당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박물관과 달리 교육적 사명이나 공공 신뢰에 대한 부담이 적고, 유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미국 박물관 연맹(American Alliance of Museums)의 엘리자베스 메릿(Elizabeth Merritt) 부사장은 “이들은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활용해 체험형 상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박물관'의 등장

 

이러한 공간들은 '인스타그램 박물관'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인스타그램 박물관'이란, 전통적인 박물관처럼 역사적 유물이나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체험형 전시 공간을 의미한다. 벽면 전체를 채운 화려한 색감, 대형 설치물, 조명이 완벽하게 갖춰진 포토존 등이 특징이며, 방문객들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전시 공간 자체를 배경 삼아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과거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프리다 칼로(Frida Kahlo),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같은 예술가들의 몰입형 전시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이러한 경험 중심의 전시는 보다 상업적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보스턴에서도 해리 포터(Harry Potter) 몰입형 전시가 케임브리지사이드(CambridgeSide)에서 열리고 있으며, '타이타닉' 전시가 파크 플라자(Park Plaza) 내 손더스 캐슬(Saunders Castle)에서 진행 중이다.

 

기술 기반 박물관 컨설팅 기업 큐지엄(Cuseum)의 창립자 브렌든 시에코(Brendan Ciecko)는 “관광 중심지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대형 공간이 생기면서 이러한 박물관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통 박물관과의 경쟁

 

전통적인 박물관들도 변화하는 트렌드를 외면할 수 없다. 젊은 세대가 보다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선호하면서, 기존 박물관들도 이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2021년,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Indianapolis Museum of Art)은 기존 전시 공간의 일부를 몰입형 갤러리로 개조해 관람객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작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에는 조지아 오키프 박물관(Georgia O’Keeffe Museum)이 프로젝션 기술을 활용한 전시를 선보이며,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흐름에 합류했다. 디지털 경험 큐레이터 리즈 닐리(Liz Neely)는 “박물관들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21세기 관객들이 원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배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업적 박물관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한다. 전통 박물관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생들에게 무료 입장 기회를 제공하며,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상업적 박물관들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이러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이에 대해 미국 박물관 연맹(American Alliance of Museums)의 엘리자베스 메릿(Elizabeth Merritt) 부사장은 “이러한 박물관들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익적 역할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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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보스턴에 새로 문을 연 세 개의 상업적 박물관 중 하나인 WNDR 박물관의 LED 댄스 플로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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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WNDR 박물관의 'Wisdom Project' 전시에서 벽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상업적 모델의 성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박물관들은 점점 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체험형 전시와 소셜미디어 친화적인 공간을 내세운 이들 박물관은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수익성을 입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WNDR 박물관은 개장 첫해인 2024년에만 30만 장 이상의 티켓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아이스크림 박물관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라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박물관들이 오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관람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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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스크림 박물관의 공동 창립자 마니쉬 보라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장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아이스크림 박물관의 창립자 마니쉬 보라(Manish Vora)는 이러한 성공의 핵심이 ‘경험’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라며, 이곳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또한 “루브르 박물관(Louvre)에서 모나리자(Mona Lisa)를 보면 누구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다”라며, 박물관이 단순한 작품 감상의 공간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공유’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대의 박물관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이 직접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박물관들이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여 새롭게 변신할 것인지, 아니면 전통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차별성을 강조할 것인지, 앞으로의 방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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