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18억 달러 규모의 '반무기화 기금'을 두고, 사면된 1·6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이 대거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여야의 정치적 반발과 법원의 동결 조치 등 거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월 6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연방 의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1·6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
트럼프 보상 기금에 "돈 달라" 봇물
여야 반발과 법원 제동에도 18억 달러 규모 '반무기화 기금' 쟁탈전 가열
2021년 1월 6일 미 연방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에 가담했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약 18억 달러(한화 약 2조 3,000억 원) 규모의 ‘반(反)무기화 기금’을 차지하기 위해 대거 몰려들고 있다. 당시 폭동에 가담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주의 전직 변호사 데이비드 존스턴(David Johnston)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수수료 10%를 조건으로 동료 가담자들의 보상금 신청을 대행하겠다고 나섰다. 법을 위반했다고 법정에서 스스로 인정했던 수백 명의 가담자들은 트럼프의 사면을 받은 후, 이제는 자신들이 정치적 기소의 피해자라며 납세자의 혈세로 마련된 기금에서 보상금을 챙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1년 1월 6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도들이 연방 의회의사당을 침탈하고 있다.
이 기금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비판론자들은 트럼프가 폭동을 미화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폭동 혐의로 90일간 수감되었던 뉴햄프셔(New Hampshire)주의 퇴역 군인 제이슨 리들(Jason Riddle)처럼 "범죄 행위로 처벌받은 것이지 무고한 박해가 아니다"라며 보상금 수령을 거부한 이도 있지만, 다수의 가담자들은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당시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의 연단과 사진을 찍었던 남성이나 7년 형을 선고받았던 텍사스(Texas)주 출신의 가담자는 이를 '악명에 대한 보상'이자 '바이든 폭정에 대한 보복'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오레곤(Oregon)주의 파멜라 헴필(Pamela Hemphill)은 트럼프의 대선 조작 거짓말 때문에 범죄자가 되었다며 트럼프를 상대로 500만 달러의 보상을 청구했다.

2021년 1월 6일, 워싱턴의 연방 의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으려 시도하고 있다.
기금의 실제 지급 여부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트럼프가 국세청(IRS)과의 세무조사 자료 유출 합의로 조성한 이 기금이 폭력 피고인들에게도 지급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드 블랜치(Todd Blanche) 법무장관 대행은 AP통신 보도를 통해 "아직 임명되지 않은 위원들이 사실관계를 따져 결정할 몫"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한편, 이에 분노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국토안보부 지출 법안을 통해 기금 지급을 제한하려 움직이고 있으며, 버지니아(Virginia)주 연방법원은 기금 조성에 반대하는 소송을 받아들여 기금 조성을 임시로 동결하고 지급 절차를 차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브렌던 발루(Brendan Ballou) 전 검사는 트럼프가 대중에게 그날의 폭동을 잊게 만들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용인하게 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1,600명에 달하는 기소자 중 1,200명 이상에게 대규모 사면과 기각령을 내린 트럼프의 행보는 가담자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 미시간(Michigan)주에서 '가짜 선거인단'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기각된 미숀 매독(Meshawn Maddock) 역시 자신을 추적했던 정부의 수사 비용을 받아내겠다며 "복수와 응징을 원한다"고 기금 신청 의사를 밝혔다. 과거 2022년 법정 선서 당시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끔찍한 판단 착오이자 100% 내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던 변호사 존스턴이 지금은 보상금 대행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은, 1·6 사태의 역사를 평화 시위로 재규정하려는 트럼프의 캠페인이 가담자들의 태도를 얼마나 급격하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