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양을 구하라"… 11세 소녀의 손길로 되살아나는 인디언의 유산

by 보스턴살아 posted May 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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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드아일랜드의 11세 소녀 이지 호프먼은 강제 이주 정책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던 북미 최초의 가축 양 '나바호-추로'를 직접 기르며 전통 공예를 계승하고 있다. 이 활동은 조부모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비극적인 역사 속 사라져가던 원주민의 생태적·문화적 유산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진)포스터(Foster)의 양치기 소녀 이지 호프먼(Izzy Hoffman)과 그녀의 나바호-추로(Navajo-Churro) 새끼 양 캐드버리(Cadbury).

 

 

 

 

"멸종 위기의 양을 구하라"

11세 소녀의 손길로 되살아나는 인디언의 유산

로드아일랜드주 이지 호프먼, 나바호-추로(Navajo-Churro) 양 보존 프로젝트 참여

역사적 상처 딛고 생태계 복원 앞장

 

 

 

 

미국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주 포스터(Foster)에 거주하는 11세 소녀 이지 호프먼(Izzy Hoffman)이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양 품종인 ‘나바호-추로(Navajo-Churro)’를 보존하기 위해 나섰다. 이지는 한 마리씩 정성껏 양들을 돌보며 이 특별한 종의 명맥을 잇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로드아일랜드 지역 밀착형 정보 전달로 신뢰받는 오션 스테이트 미디어(Ocean State Media) 보도에 따르면, 이지는 "나바호-추로 양은 멸종 위기종이며, 농지 생태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올해 봄, 이지는 조부모가 운영하는 ‘베이베리 놀 농장(Bayberry Knoll Farm)’에서 초콜릿 색을 띤 나바호-추로 새끼 양을 맞이했으며, 이 양에게 ‘캐드버리(Cadbury)’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녀는 "캐드버리는 그저 사랑스러운 작은 생명체일 뿐만 아니라 정말 놀라운 존재"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멸종 위기의 희귀 양 품종을 지키는 한 소녀의 임무 (오션 스테이트 미디어 보도)

 

 

 

대중에게 익숙한 양들은 대부분 유럽산 품종이지만, 나바호-추로 양은 과거 스페인 탐험가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북미 최초의 가축화된 양 품종이다. 이지는 "많은 사람이 양을 그저 풀을 뜯는 푹신한 동물로만 생각하지만, 그것이 이 양들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품종의 이면에는 1800년대 미국 역사에서 ‘초토화 작전(The Scorched Earth Campaign)’이라 불리는 슬픈 장이 기록되어 있다. 나바호-추로 양들은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당시, 연방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원주민들의 토지가 파괴되고 원주민 공동체가 강제로 이주당하는 과정에서 거의 전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멸종은 면했으나, 현재까지도 이 품종은 보존이 시급한 ‘심각(Critical)’ 단계의 희귀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지와 같은 농장 아이들은 이 고유 품종과 그 풍부한 문화유산을 되살리려는 국가적 노력의 일환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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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Foster)의 베이베리 놀 농장(Bayberry Knoll Farm)에 있는 나바호-추로(Navajo-Churro) 양 애리조나(Arizona)와 캐드버리(Cadbury). (오션 스테이트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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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의 첫 번째 나바호-추로(Navajo-Churro) 양은 애리조나(Arizona)였으며, 이 암양은 캐드버리(Cadbury)의 어미이다. (오션 스테이트 미디어)

 

 

 

이지는 멸종 위기에 처한 가축을 보호하는 전문 기관인 ‘가축 보존 협회(Livestock Conservancy)’와의 협약을 통해 ‘애리조나(Arizona)’라는 이름의 나바호-추로 양을 기증받았다. 하지만 이 기증에는 엄격한 책임이 뒤따른다. 이지는 이 양을 정성껏 키워 번식시켜야 하며, 지역 농업 박람회에 출전시키고, 이 양의 털을 이용해 직접 의복을 제작해야 한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나바호-추로 양의 털은 일반적인 양모와는 다른 독특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지는 "털이 강물처럼 굽이치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겉털과 속털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 태피스트리, 의류, 카펫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두껍고 거친 털은 나바호 부족들이 전통적인 ‘웨어링 블랭킷(Wearing blankets, 입는 담요)’을 직조할 때 매우 귀하게 여기는 재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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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의 할머니와 그녀의 양 떼. (오션 스테이트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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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는 미국 내 나바호-추로(Navajo-Churro)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가축 보존 협회(Livestock Conservancy)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애리조나(Arizona)를 돌보고 있다. (오션 스테이트 미디어)

 

 

 

이지의 할머니인 데브 프로코피오(Deb Procopio)는 손녀에게 양을 돌보는 법뿐만 아니라 양모를 잣고 천을 짜는 기술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프로코피오는 이른바 ‘양에서 숄까지(Sheep to shawl)’의 전 과정을 완수하는 것에서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녀는 "양모를 직접 자아 실을 만들고, 그것으로 옷을 짜는 과정은 매우 특별하다. 울을 세척한 뒤 농장에서 직접 키우거나 채집한 식물을 이용해 염색을 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일종의 성스러운 가치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에게 이번 경험은 단순한 기술 습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지는 "이 일은 할머니와 나 사이의 매우 소중한 유대감이라고 생각한다"며 "할머니의 도움 없이는 이 모든 일을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