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시대가 온다”…뉴햄프셔 주교, 성직자들에게 유언 준비 촉구

by 보스턴살아 posted Jan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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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성공회 주교 롭 허쉬펠드(사진)는 최근 이민 단속으로 인한 총격 사건을 계기로 성직자들에게 유언장을 작성하고 몸으로 취약한 이들을 보호할 준비를 하라고 촉구하며, 미국이 “새로운 순교의 시대”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전역의 종교 지도자들은 증오가 아닌 사랑과 보호를 통해 사회적 갈등 속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순교의 시대가 온다”

뉴햄프셔 주교, 성직자들에게 유언 준비 촉구

이민 단속 총격 사건 계기로 ‘몸으로 막아서는 신앙’ 강조

미 전역 종교계로 확산되는 보호 촉구의 목소리

 

 

 

 

 

뉴햄프셔(New Hampshire) 성공회(Episcopal Church) 주교가 성직자들에게 유언장을 작성하고 개인적 사안을 정리하라고 촉구하며, 미국 사회가 “새로운 순교의 시대(new era of martyrdom)”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뉴햄프셔 성공회 주교 롭 허쉬펠드(Rob Hirschfeld)는 이달 초,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 의해 사망한 르네 굿(Renee Good)을 추모하는 철야 집회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굿은 지난 1월 7일,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ICE 요원이 발포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ICE 요원이 차량 앞에 서 있던 상황에서 차량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해 정당방위로 총을 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 시장 제이컵 프레이(Jacob Frey), 미네소타(Minnesota) 주지사 팀 월즈(Tim Walz) 등 주요 정치인들은 정부의 해명을 강하게 비판하며 과잉 대응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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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9일 금요일, 미네소타(Minnesota) 세인트폴(St. Paul) 미네소타 주 의사당(Minnesota State Capitol) 밖에서 열린 추모 철야 집회에서, 르네 굿(Renee Good)이 쓴 시 주위에 촛불이 켜져 있다.

 

 

 

허쉬펠드 주교는 추모 연설에서 역사적으로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았던 성직자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특히 1965년 앨라배마(Alabama)에서 흑인 민권운동가를 보호하다 보안관 대리에게 총격을 받아 숨진 뉴햄프셔 출신 신학생 조너선 대니얼스(Jonathan Daniels)를 예로 들며, 오늘날의 성직자들도 같은 증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쉬펠드 주교는 AP통신 1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나는 뉴햄프셔 성공회 교구의 성직자들에게 우리가 바로 그와 같은 증언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제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모든 준비를 해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더 이상 말로만 성명을 발표할 때가 아니라, 우리의 몸으로 이 세상의 권력과 가장 취약한 이들 사이에 서야 할 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세상을 만들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그 대가를 치를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며 “진정으로 두려움 없이 살고자 한다면, 친구들이여, 죽음조차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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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8일 목요일, 펜실베이니아(Philadelphia)에서 열린 반이민 단속 집회 및 르네 굿(Renee Good) 추모 철야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굿은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허쉬펠드 주교 개인의 발언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강화되고 있는 이민 단속을 둘러싸고 미국 종교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성공회 전체를 이끄는 의장 주교 숀 W. 로우(Sean W. Rowe) 역시 최근 기도회에서 이민자와 난민 보호를 위한 지속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로우 주교는 “우리는 계속해서 저항하고, 옹호하며, 증언하고, 공동체의 균열을 치유해야 한다”며 “이민자와 난민은 하나님께 사랑받는 존재이며, 그들이 없이는 교회 역시 온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네소타의 성공회 주교 크레이그 로야(Craig Loya)도 증오에 맞서 증오로 대응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그는 “분명히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선택해야 한다”며 “우리는 고대의 조상들처럼 사랑을 위해 움직이며 세상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야 주교는 이어 “우리는 예수의 희망으로 세상을 교란시키고, 예수의 사랑으로 세상을 흔들 것”이라며, 신앙이 사회적 갈등 앞에서 침묵이 아니라 적극적 실천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발언과 일련의 종교 지도자들의 메시지는 이민 정책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긴장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신앙과 양심, 생명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