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금주가 몸을 바꾼다

by 보스턴살아 posted Dec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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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술을 끊거나 줄이는 ‘드라이 재뉴어리’와 ‘댐프 재뉴어리’만으로도 기분과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혈압·혈당·간 기능 등 주요 건강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완전한 금주가 아니어도 이러한 효과가 이어질 수 있으며, 무알코올 칵테일과 같은 대안을 활용한 짧은 음주 중단이 개인의 음주 습관과 술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달의 금주가 몸을 바꾼다

‘드라이 재뉴어리’부터 ‘댐프 재뉴어리’까지, 술을 줄였을 때 나타나는 놀라운 변화

 

 

 

 

 

 

새해를 맞아 한 달간 술을 끊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3년 영국 자선단체 알코올 체인지 UK(Alcohol Change UK)가 처음 이 캠페인을 시작했을 당시 참여자는 약 4천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수백만 명이 새해 첫 달을 금주로 시작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짧은 기간의 금주만으로도 기분과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혈압과 혈당이 낮아지는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학술지 「알코올 앤 알코올리즘(Alcohol and Alcoholism)」에 최근 게재된 연구는 드라이 재뉴어리와 관련된 16편의 선행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완전한 금주가 아니더라도 술을 잠시 중단하거나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신체적·심리적 건강이 유의미하게 개선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기분·수면·체중까지… 짧은 금주의 효과

 

연구에 따르면 드라이 재뉴어리 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수면의 질이 향상됐으며, 체중 감소를 경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혈압과 혈당, 간 기능 수치 등 객관적인 건강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됐다. 특히 일부 연구에서는 술을 완전히 끊지 않고 섭취량만 줄이는 이른바 ‘댐프 재뉴어리(Damp January)’ 참가자들 역시 비슷한 효과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메건 스트로거(Megan Strowger)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University at Buffalo) 박사후연구원은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 보도에서 “알코올은 흔히 간 손상과만 연관해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혈압과 인슐린 저항성, 혈당 조절, 간 기능은 물론 암과 관련된 성장 인자에 이르기까지 인체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라운대(Brown University) 알코올·중독연구센터에서 연구를 수행하던 당시를 돌아보며, 단 한 달간의 금주만으로도 이처럼 다양한 생리적 지표가 개선된 점에 대해 “연구진 모두가 예상보다 훨씬 큰 변화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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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주 서머빌(Somerville)의 볼 스퀘어(Ball Square) 지역에 위치한 와인·주류 전문 매장 볼 스퀘어 파인 와인스(Ball Square Fine Wines)에 진열된 무알코올 음료들.

 

 

 

미국에서도 줄어드는 음주… 커지는 건강 경고

 

드라이 재뉴어리는 미국에서도 점차 대중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21%가 드라이 재뉴어리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동시에 미국 사회 전반에서 음주 인구 자체도 감소하는 추세다. 2025년 갤럽(Gallup) 조사에 따르면 술을 마신다고 답한 미국 성인은 약 54%로, 갤럽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3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알코올과 각종 질병 위험을 연결하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1월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알코올이 유방암과 대장암을 포함해 최소 7가지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같은 해 「BMJ 에비던스 기반 메디신(BMJ Evidence-Based Medicine)」에 실린 연구에서는 치매 위험 측면에서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결론도 제시됐다.

 

 

 

완전 금주가 아니어도 괜찮다

 

주목할 점은 드라이 재뉴어리를 끝까지 완벽하게 지키지 못한 사람들 역시 장기적인 변화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포함된 일부 참가자들은 한 달 뒤 정신적 웰빙이 개선됐으며, 6개월이 지난 뒤에는 음주 빈도와 음주량, 만취 경험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듀크대 의과대학(Duk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정신의학·행동과학과의 대니얼 블레이록(Daniel Blalock) 부교수는 “음주량이 극적으로 줄지 않았음에도 혈압이나 간 수치 개선과 같은 신체적 이점이 나타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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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드라이 재뉴어리가 확산되고 음주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알코올이 암과 치매 위험과 관련 있다는 연구와 경고가 이어지고, 완전 금주가 아니어도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댐프 재뉴어리’와 실천 전략

 

스트로거 박사는 드라이 재뉴어리의 성공 요인으로 ‘비낙인적 접근 방식’을 꼽았다. 그는 “중독이나 과거의 음주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잠시 쉬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건강 효과에 초점을 맞춘 점이 참여 장벽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금주가 부담스럽다면 ‘댐프 재뉴어리’처럼 음주량을 줄이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때 ‘어차피 실패했으니 더 마시자’는 심리, 이른바 ‘금주 위반 효과(abstinence violation effect)’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기록하고, 환경을 바꿔라

 

미국 국립알코올남용·알코올중독연구소(NIAAA) 소장 조지 F. 쿠브(George F. Koob)는 음주 습관을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트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언제, 얼마나 마셨는지, 그리고 그 이후 기분과 컨디션이 어땠는지를 적는 것만으로도 음주 행동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트라이 드라이(Try Dry)’와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술을 덜 마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블레이록 교수는 “토요일 아침 러닝 모임에 참여하면 전날 밤 과음을 피하게 되는 것처럼, 생활 패턴 자체를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쿠브 소장 역시 운동을 스트레스 해소의 대안으로 추천하며 “산책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고, 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히 긴장을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한 달

 

연구진은 드라이 재뉴어리가 술을 줄여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위험 부담이 거의 없는 시도라고 강조한다. 새해라는 상징성과 대중적인 참여 분위기 덕분에 음주를 줄이려는 선택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다.

 

쿠브 소장은 “드라이 재뉴어리는 자신과 술의 관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며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몸이 더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달간의 선택이 이후의 생활 습관과 건강 인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이 재뉴어리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의미 있는 건강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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