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주최 측은 이스라엘 정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투표 시스템과 보안 조치를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EBU는 새 조치의 충분성 여부에 따라 내년 이스라엘의 참가 가능성을 12월 총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유로비전, 이스라엘 정부 ‘개입 의혹’ 속
투표·보안 전면 개편 나선다
신뢰·투명성 강화 조치 발표,
12월 총회서 이스라엘 참가 여부 최종 판단 예정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가 내년 대회부터 투표 방식과 보안 시스템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제기된 이스라엘 정부의 ‘개입(interference)’ 의혹이 국제적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대회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진 데 따른 결정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유럽방송연합(EBU·European Broadcasting Union)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공영방송 연합체로, AP통신 1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새로운 조치는 신뢰와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청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50년 넘게 유로비전 무대에 참가해 네 차례 우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Gaza war)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정부의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며, 유럽 각국에서는 이스라엘의 참가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최근 대회 운영 과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2025년 5월 15일 목요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제69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준결승 무대에서 이스라엘 대표 유발 라파엘(Yuval Raphael)의 공연이 끝난 뒤, 이스라엘 팬들이 그를 응원하고 있다.
지난 9월, 네덜란드 공영방송 아브로트로스(AVROTROS)는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인도적 피해를 고려할 때 이스라엘의 참가를 더 이상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 대회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유로비전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 사례는 밝히지 않았다. 비슷한 입장을 내놓은 유럽 국가들도 잇따랐다.
이에 대해 같은 달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의 골란 요크파즈(Golan Yochpaz) CEO는 “유로비전은 정치화돼서는 안 된다”며 “이스라엘은 이 문화 행사에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칸은 EBU가 “유로비전의 비정치적, 전문적, 문화적 성격을 유지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내년 70주년을 맞는 대회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 주최 측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인기 음악 경연대회의 투표 시스템을 변경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개입(interference)’ 의혹이 제기된 뒤 이어진 조치다.
EBU가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2025년 오스트리아 빈(Vienna)에서 5월 개최될 예정인 유로비전에서는 결제 방식당 허용되는 투표 수가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 10표로 제한된다. 또한 2022년 이후 사라졌던 전문가 심사단(professional juries)이 준결승 무대에 다시 도입돼 시청자 투표와 심사단 평가의 비중이 대략 50대 50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조직위원회는 “수상하거나 조작된 투표를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부정 패턴을 감지·차단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도 한층 고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비전 대회 감독 마틴 그린(Martin Green)은 “대회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EBU와 회원국, 그리고 전 세계 시청자에게 최우선 가치”라며 “유로비전은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EBU는 오는 12월 4~5일 열리는 총회에서 이스라엘의 내년 대회 참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그린 감독은 “이번 개선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회원국이 있을 때만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